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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8·29 민주당 전당대회와 여권의 대선 권력지도 

누가 당대표 되든 황혼의 가시밭길 

여론조사 1위 이낙연 대세론 속 김부겸·박주민 대역전극 노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등 험로의 연속


▎이낙연·김부겸·박주민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8월 1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을 방문해 집중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차기 유력 대선후보가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일찌감치 떨어져나간 걸 본 적이 없다. 5년 전 전당대회 때의 기억을 잘 떠올려보면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당시 집권여당 대선후보였던 ‘DY(정동영 전 의원)’의 측근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8·29 전당대회 판세를 이렇게 점쳤다. 전국단위 공직선거가 아닌 당 내부 선거인 만큼 당원들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선이 2년(2022년 3월 예정)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원들이 유력 대선후보를 전당대회에서 외면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해찬 현 대표의 임기가 8월 종료됨에 따라 민주당은 8월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전당대회는 사상 최초로 온택트(온라인+언택트)로 진행된다. 전당대회의 백미인 당대표 선거에는 이낙연·김부겸·박주민(기호순) 후보가 출마해 당권을 다툰다.

전당대회에서는 전국대의원의 현장 투표(45%), 권리당원 ARS 투표(40%), 국민(10%), 일반당원(5%)의 표를 합산해서 당대표를 선출한다. 전국대의원은 1만 명쯤에 불과하지만 적용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승패를 결정할 열쇠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최근 5년 새 세 차례 전당대회를 치렀다. 2018년에는 이해찬 현 대표, 2016년에는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이 당권을 장악했다. 2015년 전당대회에서는 당시 문재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힘겹게 따돌리고 당대표가 됐다.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2015년 전당대회는 역대 전당대회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이벤트로 회자된다. 당시 문 의원은 45.30%를 얻어 41.78%였던 박 의원을 간신히 제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문 의원은 전국대의원 투표 45.05%, 권리당원 투표 39.98%, 국민 여론 58.05%, 일반당원 여론 43.29%를,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 투표 42.66%, 권리당원 투표 45.76%, 국민 여론 29.45%, 일반당원 여론 44.41%를 얻었다. 문 의원은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여론에서는 박 의원에게 밀렸지만, 최대 승부처인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2.39%p 앞섬에 따라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번 전당대회 관련 여론조사는 이낙연 후보가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7월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150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는 이 후보 39.9%, 김 후보 21.8%, 박 후보 15.7%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도는 이 후보 57.4%, 박 후보 18.0%, 김 후보 17.1% 순으로 조사됐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후보 쏠림 현상이 좀 더 두드러지고 오차범위 내에서 박 후보와 김 후보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게 윈지코리아 측의 해석이다. 윈지코리아는 “전체 투표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이 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의원 표심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후보가 가장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주민 후보가 이 후보 지지층 일부를 흡수할 수는 있겠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며, 당내 기반이 약한 김부겸 후보 역시 이 후보의 벽을 뛰어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전당대회를 실무적으로 주도하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최근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동일한 당명으로 총선을 치른 건 20·21대 총선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는 당 지도 체제가 안정화된 데 힘입었다. 그는 “추미애(2016~2018년) 전 대표와 이해찬 현 대표(2018~2020년)는 2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면서 “이렇게 연이어서 대표가 임기를 다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나아가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참가할 분들도 안정적인 지도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본다”며 “역동적인 경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말처럼 두 명의 대표가 임기를 완주(完走)한 가운데 치러지는 전당대회인 만큼 어느 때보다 컨벤션 효과가 클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에다 사상 최악의 장마가 겹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후보자 간 우열이 비교적 뚜렷한 전당대회일수록 김은 빠지게 마련이다. 한정훈 교수는 “김부겸·박주민 후보가 이낙연 대세론을 뒤엎을 만한 계기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총선 이어 장마 전당대회?


▎2015년 2·8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왼쪽)와 박지원 후보.
최근 전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까지 더해져 전당대회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장마, 여기에 더해 부동산 이슈가 겹치면서 전당대회가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수해로 인해 선거운동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전망도 있다. 이낙연 대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을 뿐 아니라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나머지 두 후보의 역량을 확인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8월 8~9일 예정됐던 광주·전남·전북 대의원대회 및 합동연설회가 취소되면서 전당대회 열기는 한층 더 싸늘해졌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선두주자와 각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원천 소멸한 듯하다”며 “지난 총선이 코로나 총선이었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장마 전당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에서도 과반 지지를 획득한다면 향후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면 “당대표에 당선되면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김부겸 후보는 이 후보에게 과반 득표를 허용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후보가 50% 이상 얻는다면 안정적인 당권 운영과 함께 공세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사실상 대패하게 되는 김부겸 후보로서는 한동안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기 대선후보 1위를 다투고 있다. 이 후보는 전당대회 대승을 디딤돌로 삼아 대세론 재확산에 나설 게 분명하다. 이 지사의 경우 대중적 인기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고, 지난 21대 총선 당시 그와 가까운 이들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한 상태다.

또 이 후보가 야당을 포용하고 협치를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지사는 어젠다 선점을 통한 선명한 메시지 제시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반면, 포용·화합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후보는 통합과 화합의 이미지를 통해 이 지사와 차별화를 꾀하리라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승 시 공세적 대권 행보 나설 듯


▎2016년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추미애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왼쪽부터).
전당대회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이 후보로서는 전당대회 내내 자신을 따라다녔던 ‘6개월짜리 당대표’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담은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는 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대표가 2022년 제20대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임기 2년을 보장받는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들이 당장 반발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최고위원 임기는 보장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대통령 후보 선출을 대선 180일 전에 마무리하도록 한 기존 당헌을 ‘대선 100일 전’으로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준위 관계자는 “대선후보가 너무 빨리 결정되면 (상대 당의) 공격을 많이 받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현행 당헌의 180일 전 대신 100일 전에 후보를 선출하도록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이 2022년 3월 9일 치러질 경우 민주당 대선후보는 2021년 9월 10일까지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당헌이 개정된다면 11월 말 대선후보를 확정해도 무방하다.

김민준 소장은 “사상 유례없는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민주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승패를 떠나 당대표 후보들의 득표율은 향후 정국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점쳤다.

이런 점들을 두루 고려했을 때 이 후보 측 입장에서는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득표율이다. 득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히 이 후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중요한 건 득표율인데 만일 이 후보의 득표율이 40%대에 머문다면 이른바 ‘어대만’ 이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당대회를 즈음해 민주당 안팎에서 회자되는 ‘어대만’이라는 신조어는 ‘어차피 이낙연은 대표까지만’의 줄임말이다. 그의 정치적 미래는 당대표에서 끝을 맺는다는 뜻이다.

신승 그칠 경우 회의론 확산?


▎2018년 8·25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대표.
지난 4·15 총선 직후만 하더라도 이 후보는 각종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대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인 탓에 현재는 ‘이낙연 대망론’이 주춤한 상태다. 8월 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25.6%였다. 반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얻은 이재명 지사는 19.6% 지지율로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갤럽이 8월 11일~13일까지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는 이 지사가 19%를 얻어 17%에 그친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했다. 이 지사 지지율은 전주보다 6%p 상승한 반면 이 후보 지지율은 7%p 하락했다.

채진원 연구위원은 “50% 득표율은 이 후보가 당의 변화를 이끌고 정권 재창출 비전을 제시할 동력”이라며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 머문다면 안정적인 당 운영은 물론, 향후 대권 행보도 힘이 부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당 안팎에서도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장마 등으로 인해 컨벤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득표율 관점에서 보면 이 후보에게 크게 유리할 게 없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에 그친다면 ‘이낙연의 인기는 문재인 대통령에 기댄 것일 뿐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증거 아니냐’는 회의론을 불러올 수 있다. ‘이낙연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라는 후광을 업고 자신의 장점인 안정감을 잘 살렸을지는 몰라도, 독자적 정치력과 존재감을 보여준 기억은 희미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민준 소장은 “오늘날 이 후보가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건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이 후보는 총리를 지내면서 관리·품격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대선후보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보다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위기는 이 지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기사회생한 이 지사는 주요 현안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경기일보]가 경기도 거주 성인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8월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범여권 대선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29.4%를 기록, 25.2%를 기록한 이낙연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지지율을 가장 주목하는 세력은 오월동주(吳越同舟) 관계에 있는 친문이다. 친문이 당내 최대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지지율 1위 후보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백원우 민주연구원 원장대행,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이 이 후보를 직간접 지원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는 이 후보가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일 때 유효한 설정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세를 면치 못한다면 친문으로서도 이 후보의 손을 계속해서 잡을 이유가 없어진다.

그들의 극적 연대는 이뤄질까


▎8월 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오른쪽부터). / 사진:연합뉴스
김민준 소장은 “이 후보와 친문은 전략적 동거 관계라 할 수 있다”며 “전략적 동거라는 건 상호 필요에 의한 연대인데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거나 전당대회 득표율이 기대 이하일 경우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 한때 이낙연-김부겸 연대설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곤 했다. 요지는 이 후보가 김 후보에게 당대표 후보를 양보, ‘호남 대통령 후보-영남 당대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 진영 내부적으로 “당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에서 소외되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자칫 대선 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가 ‘6개월짜리 당대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김 연대설’이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가 막판에 ‘전략상’ 후보를 사퇴하면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시나리오의 골자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 후보로서는 당대표 선거보다 이 지사와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며 “만일 이 후보가 사퇴한다면 추후 협치·화합 리더십 부각을 통해 이 지사와의 차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 대표는 여야 정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후보가 사퇴한다면 정쟁에서 벗어나 차분히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2016년 총선 이후로는 모든 공직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대선에 매진했다.”

하지만 ‘이-김 연대’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정훈 교수는 “이낙연 후보는 현역 의원, 김부겸 후보는 전직 의원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 선명한 공식 직함이 없는 현 상황을 탈피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선거 막판 변수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만약 김 후보가 독자적으로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한다면 그야말로 날개 단 호랑이가 된다. “당대표가 되면 대선에는 불출마하겠다”던 김 후보의 언명(言明)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그의 대선 등판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민주당 최대 취약지인 TK(대구·경북) 주자가 호남 기반 정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진원 연구위원은 “만일 김 후보가 전당대회 승리에 이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승리마저 견인한다면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험로 통과해야 꽃길 걷는다


▎8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입법공청회- 정부조직법 개정을 중심으로’에 참석한 이낙연·김부겸 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부터). / 사진: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선거에 가장 늦게 뛰어든 박주민 후보로서는 설령 패한다 해도 별로 잃을 게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뒤 2016년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박 후보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들 앞에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역대 선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후보 단일화 같은 대형 변수는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만일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지지부진하던 컨벤션 효과가 다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낙연 후보를 비롯해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새 당대표는 하락세에 놓인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한편,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새 당대표는 보궐선거에서 후보 공천 여부 결정은 물론이고 보궐선거 승패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내야 한다는 쪽이나 내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나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 논란은 더 뜨거워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대표가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도리라는 원칙론을 고수할 경우 내부 강경파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더 큰 고민은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 하더라도 지금 분위기 같아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갤럽이 7월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내년 재·보궐선거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37%,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9%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총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정훈 교수는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차기 당대표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선거 결과가 당대표에게는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해보면 차기 집권여당 새 당대표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현실화하면서 민심 불안은 증폭하고 있다. 이에 더해 취업·부동산 등 민생경제도 정부·여당의 어깨를 짓누른다.

문재인 정부가 단순히 지지율 하락세를 넘어 레임덕 조짐을 보이는 것도 집권여당 새 당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2.5%로 나타났다.

채진원 연구위원은 “차기 집권여당 새 당대표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험로를 잘 헤쳐나가는 사람만이 훗날 꽃길을 걸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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