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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현미경]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에 목맨 속사정 

공수처 민변으로 채우고, 법안도 입맛대로? 

尹 사퇴 압박, 靑 향한 수사에 외압 증가 가능성… 독선·청부·보복·부실 입법 우려도
소수의견 묵살되고 친문 수사는 축소되는 등 與 견제 기능은 갈수록 약화될 전망

2004년 17대 국회 원 구성 당시에도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였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 야당인 한나라당이 121석, ‘여대야소’ 때였다. 결국 한나라당이 차지했고 이후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깨졌다.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시와 동일한 ‘여대야소’ 상황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왜 스스로 과거에 수립한 관례를 무시하고 이번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까. 앞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태에 그 답이 있다. 대체로 6가지가 증가하고, 3가지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18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올 6월 18일, 원 구성 협상 무산 이후 미래통합당의 보이콧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그날 민주당 법사위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이에 희한한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재수사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추 장관을 몰아세웠다. 특히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자극적인 질문까지 날렸다. “검사들과 같이 일하면 검사들에게 순치(馴致)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조금 했다. 지나친 이야기인가?” 도발적인 질문에 추 장관은 굳은 얼굴로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단정 짓지 말기 바란다.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답했다. 이후 추 장관이 달라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세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7월 2일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005년 10월 12일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 첫 번째 사례이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드문 일이다.

때맞춰 민주당 의원들도 윤 총장 압박에 가세했다. 대표적으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6월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며 사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조차 7월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측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충성해온 조직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윤 총장 사퇴를 압박했다. 통합당 출신 법사위원장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언행이다.

사실 윤 위원장 선임에도 이른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 윤 위원장은 판사 출신도 아니고 검사·변호사 출신도 아니다. 비(非)법조인 출신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강행한 이유는 뭘까? 그는 86 운동권 세대의 맏형 격이다. 아울러 핵심 친문이다. 정치적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앞서 발언으로 그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당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일단 수용한 뒤 곧바로 사표를 내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그때처럼 윤 총장 역시 사퇴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히 발탁한 경우다. 그런데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여당과 추미애 장관으로부터 사퇴를 강요받는 역설적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당은 당장 윤석열 사퇴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윤석열 사단 전체의 숙청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이은 검찰 인사로 특수부 라인은 대거 정리된 상태다. 윤 총장 사퇴 이후에는 그 나머지까지 모조리 정리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을 당시, ‘검찰 단체 사표 환영’이라는 말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적이 있다. 조국 전 장관이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서 검사들이 ‘집단 항명을 해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검사보를 대거 채용해 새로운 검찰을 만들면 된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당시 이 발언이 암시하듯이 특수부 라인을 모두 정리한 뒤 진보 성향의 외부 변호사 출신으로 채우리라는 관측이 따랐다.

그 연장선에서 향후 설립할 공수처도 민변 출신들로 채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19년 12월 공수처법안을 밀어붙이고 ‘4+1 협의체’에서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수사관 자격에서 ‘조사·수사 업무 종사 경험자’라는 새로운 요건을 포함시켰다.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권성동 당시 한국당 의원은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검사로 임명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검찰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른바 ‘민변 공수처’까지 만들고 나면 이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끝난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첫째 이유로 꼽힌다.

법무부·검찰 압박 통해 수사 외압 증가?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재임 1년 사이에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을까. 조국 사태가 가장 결정적이다. 이른바 ‘조국대전’을 치르면서 친문 핵심이 윤석열 사단을 정치검찰로 몰아세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바로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전·현직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거 기소됐다. 그중에는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도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지만, 총선 이후 처리가 미뤄진 가운데 아직 수사 재개 소식이 없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도 모두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다. 과거에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는 애로가 많았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수사 배제의 화근이 됐던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도 결국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당시에도 그랬지만,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우려하는 것은 대통령에 미칠 영향이라고 하겠다.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에서도 만약 수혜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이 드러났다면,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탄핵정국이 펼쳐졌을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경우에도 문 대통령이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드러나면 곧바로 탄핵정국으로 돌입할 것으로 봐야 한다. 더욱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송 시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 그런데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검찰의 시선은 곧바로 문 대통령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그리했듯이 곧이곧대로 수사할 경우에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사퇴론’은 ‘문 대통령 수호론’에서 출발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정말로 윤석열 사단이 정치검찰이고 이번에도 부당하게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대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 명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불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을 한다면, 이것은 사적 이익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7월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차피 당정청의 최고 현안은 ‘대통령 안심 퇴임’인데, 아무래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문제인 듯하다며, ‘임종석까지 갔던 수사가 지금 당정청의 반대로 거의 중단된 상태인데 이게 대통령 친구를 위한 VIP 숙원사업이라, 자기들도 많이 불안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검찰과 공수처 검사들이 대부분 진보 성향이라면 수사의 예봉을 피할 수 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경우 현재와 마찬가지로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보수 성향 검사 비중을 늘려나가겠지만, 이것은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 정도 수준, 다시 말해 불가역적 상황으로까지 인적 청산을 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본다면, 아직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앉아 법무부와 검찰을 압박해야만 하는 것이다.

검찰·공수처 물갈이 통해 권력 안전판 확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7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최대한 임기 내에 끝내려 들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임기 말 대통령 특별사면이 가능해진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마찬가지다. 특별사면까지 해야 차기 정권에서 재수사가 불가능하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면 당연히 수사 외압은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에는 대통령도 그 측근들도 초조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많이 했다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지난 국회 말 대부분 처리했다. 당장의 현안은 이미 통과시킨 공수처법의 실행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공수처도 본래 취지와 달리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의 안전판으로 삼으려 들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윤 총장을 거론하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자가 아니라 그런 자를 수사하려는 자를 처벌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만다면, 공수처는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와 다를 바가 없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공수처법을 실행하려고 보니 통합당이 걸림돌로 부상했다.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7인 가운데 2인에 대한 추천권을 통합당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추천위는 6인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통합당이 반대하면 그 누구도 공수처장 후보자가 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 아예 공수처법을 개정하자는 말이 나온다. 가능할까? 가능하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법사위 소관이다. 위원 과반 이상이 민주당 소속이고 위원장까지 민주당 출신이다. 통합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힘을 합쳐 반대해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 공수처법 개정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식의 독선 입법 사례를 많이 보게 되리라는 게 야권의 우려다.

최근 3차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봤듯이 통합당이 빠진 상태에서 각 상임위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처리했다. 부실 심사 우려가 제기됐지만 “원 구성 협상 중에도 내부 심의를 해왔다”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한마디로 정리되고 말았다.

각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가 다수결제로 전환되면 예산심사 소위 역시 마찬가지로 운영된다고 봐야 한다. 야당과 협상은 하겠지만,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게 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재정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 더 노골적으로 재정투입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만 벌써 3차례 추경안을 편성했을 뿐만 아니라 3차 추경안은 통상적인 추경안의 3배 규모였다. 따지고 보면 5차례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규 예산도 해마다 슈퍼예산으로 편성했는데, 내년 예산안은 초(超)슈퍼예산일 것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국채로 메워왔지만, 내년부터는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다. 당연히 부자증세를 하려고 들 텐데, 그 수준이 가히 징벌적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세금을 결정하는 것도 법, 즉 세법이다. 이 세법 또한 일사천리로 처리될 수도 있다. 최근 부동산 관련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 부동산 관련 세법도 추경안만큼이나 속도전으로 처리할 조짐이다. 어느 정도로 빠를까?

일사천리 청부 입법… ‘통법부’ 재현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올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쪽을 보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은 후 4가지 방안을 지시한 것이 7월 2일이다. 그때 보유세 강화를 지시했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침이 나온 것이 7월 10일. 불과 일주일 만이다. 더욱이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것을 7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불가능한 목표일까? 가능하고도 남는다.

이런 식의 속도전은 앞으로 국정 모든 분야에서 통용될 것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정부·여당이 신속하게 반응하면서 입법과 예산안 처리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이 돈 적이 있다. 총선 압승으로 이제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국회가 통법부로 변해간다는 사실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청 간에는 이렇다 할 갈등이 없었다. 어느 정도의 긴장 관계는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현실을 우려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이 선을 넘어 청와대발 ‘청부 입법’까지 마다치 않는 상황으로 치닫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20대 국회 하반기에 여당 의원들을 활용한 ‘청부 입법’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21대 국회에 대비해 작성한 ‘2020년도 법률안 국회 제출 수정계획’에 따르면, 정부 부처 26곳이 향후 국회에 제출할 소관 법안은 380건에 달한다. 연초 계획 186건 대비 거의 2배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청부 입법’으로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하는 국회법’ 공수처법 개정 위한 밑그림?


▎올 1월,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선거개입 의혹’ 규탄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지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보복성 입법도 가능해진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과거사 전면 재조사가 화두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유신청산특별법 제정과 KAL 858기 폭파사건 재조사 주장도 나온다. 사법 농단 이슈와 관련한 판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 주장도 나오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재조사해 당시 수사 라인에 있던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거사 청산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까지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그래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몰이’로 간다면 소모적 논쟁만 유발할 뿐이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로 그런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과거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법안은 통상 관련 상임위에서 먼저 논의한다. 상임위라고는 하지만 법안심사 소위에서 여야 협상이 모두 마무리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각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는 사실상 만장일치제로 운영해온 것이 관례다. 민주당은 이것도 다수결제로 바꿀 태세다.

민주당은 최근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7월 1일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이 보고한 국회법 개정안에 바로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총선 직전인 3월 30일 여야 중진의원들이 합의해 공개한 바 있는 ‘일하는 국회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법안심사 소위가 다수결제로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공수처법을 법사위에서 개정하려고 할 때, 통합당을 비롯한 야당 소속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가결 처리가 가능해진다. 법안심사 소위 통과 이후 절차도 모두 다수결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국회 본회의에서도 이런 식으로 일사천리로 가결 처리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것을 막을 실효적인 방법을 통합당이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 정당이 씨가 거의 마른 상황이라서 거들어줄 정당도 없다. 결국 남은 것은 민주당의 선의에 기대는 일뿐이다. 적어도 원내에서는 그렇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인데, 이런 안이한 판단이 원내에서는 무기력한 통합당을 낳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더욱이 민주당의 선의와 상식을 믿어보기에는 너무 비상식적이고 터무니없는 사건들이 최근 민주당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윤미향 의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감싸기 등 과거 민주당이 적폐세력이라고 부르는 집단이 했던 일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법치로 포장된 독재’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이뤄진 정치적 탄압도 법 형식 면에서는 합법의 틀 내에서 이뤄졌다. 다만 그 법들이 악법이었을 뿐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6월 2일 민주당이 개원을 강행하려고 하자 ‘히틀러의 나치 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며 독재를 했다’고 비판했다.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있는 법을 악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없는 법도 만들어 악용하려 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야권은 보고 있다.

힘의 논리 앞세우면서 친문 수사 예봉 피해 가려나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6월 26일 국회 의장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났다.
앞서 살펴본 ‘일하는 국회법’에서 법안심사 소위의 다수결제 도입 같은 것은 대표적 조항이다. 이것을 도입하는 순간 다수 독재가 가능해지고, 소수 의견의 반영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협치의 정신도 위협받는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질 개연성도 많아 보인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이런 일을 왜 하려고 드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설마’ 할까 하지만 민주당은 할 태세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마음이 급한 것이다.

나중에 소수당이 됐을 때 다시 우겨서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그것은 숨기고 싶은 무엇(비리)이거나 지키고 싶은 무엇(기득권)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라임 펀드 사태에서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도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고위관계자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이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사모펀드 운영사로부터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비리 의혹이 불거질지 모른다. 임기 말이 가까워올수록 더 그러할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청와대 비서진과 민주당 의원들의 다주택 보유가 논란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놀라는 것은 생각보다 부자가 많은 것은 물론 살아온 방식이 자신들이 비판해온 보수 적폐세력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전 세계적으로 ‘신권위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고, 러시아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36년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실제로 올 6월 2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연구소가 공개한 500명 이상의 전 세계 지도자 및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동 서명한 공개서한에 따르면, 일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들조차 코로나19 대응을 앞세워 법률, 의회의 감독, 헌법 질서 회복을 무시한 채 비상권한을 발동해 인권을 제한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지경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민주당 압승이 가능했을까. 민주당의 독주에 대해 실효적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국민이 용인했을까. 윤 총장에 대한 도 넘은 공세에 가만히 있었을까. 지금 국민은 일시적인 ‘자유의 유보’를 견디는 중이다. 집회도 여의치 않다. 불만을 표출할 출구 역시 제약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면을 악용하려고 들면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로 이미 규정지었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보인다. 하지만 초기 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 개정으로 법사위를 개편하겠다고 말한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고 법제 기능이 빠진 사법위원회를 윤리위원회와 병합하는 방안이다. 설령 그렇게 바꾸더라도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기능은 남는다.

법안 통과에만 속도 내면 독소조항·악법 양산 불가피

법안 체계·자구 심사 기능만 다른 기구로 넘긴다면,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 다수결제 도입과 맞물려 ‘법안 속도전’에 훨씬 더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런 위험성을 인지한 것 같긴 하다.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법’이 제목만 그럴듯하지 사실은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는 법안으로서 ‘독재 고속도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최대한 저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회법 개정안 소관위원회는 운영위원회다. 하지만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 가결 처리를 결심하면, 운영위에서 아무리 통합당이 반대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감으로써 싹쓸이 관례가 이미 허용된 터다. 통합당도 이미 길을 터준 상황에서 막을 명분과 동력이 생길지 의문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위원장 싹쓸이로 비난을 충분히 받은 상황이다. 당연히 비난이 두려워하고자 하는 일을 접을 것 같진 않다. 통합당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비로소 현실감각이 돌아온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 지렛대로 통합당 몫의 국회부의장 자리를 활용 중이기도 하다.

국회부의장 선임이 끝나야 국회 정보위 구성이 가능하고, 정보위가 구성돼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카드도 끝내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위 조항도 개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조항을 보더라도 의장이 부의장들과 협의하게 되어 있지만, 이것을 강제조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이른바 ‘개혁법안’들을 빠른 속도로 처리해나갈 것이다. ‘일하는 국회법’이 가결 처리되고 나면 그 속도는 배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입법 속도전’을 막지 못한다면, 독소조항과 악법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과거 ‘통법부’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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