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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조끼’로 알았던 ‘검수완박’… 민주당에 되레 독배(毒杯) 된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검수완박 우회할 상설특검·국가수사본부, 민주당 겨누는 ‘칼’ 될 수도
■ 형소법 개정안 부칙에 기존 검찰 수사도 경찰로 이관토록 이례적 명시
■ 법률 시행되면 원전 수사·대장동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사건 규명 올스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원내대표 - 법사위원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전국 고검장회의와 평검사회의를 잇따라 열며 법안 처리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이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새 정부 출범 후 전 정권 관련 수사를 원천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와 현재의 개정 법안이 가진 문제점을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분석했다. 김 의원은 “전례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엉터리”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우선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권한을 명시한 제4조를 ‘검찰의 권한을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수사는 제외한다’로 돼 있다. 현행법상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중요 범죄 수사가 가능했다. 또 검사가 아닌 검찰 수사관의 사법경찰관 지위도 삭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선 제196조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수사권을 없앴으니 불필요한 조항이어서다. 대신 제197조에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3항)’, ‘제3항 및 다른 법률에 따라 범죄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가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30여년간 법조계에 몸담아온 유철민 변호사는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의 신분은 ‘검사’가 아닌 ‘경찰’이라는 의미”라며 “적어도 법적으로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9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중국 공안제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적”이라고 발언해 참석자들의 항의를 샀다. 출처: 김웅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김웅 국민의힘 의원 “법안 구조, 중국 공안과 판박이”

민주당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소 틀린 주장이다. 한국형사법학회가 2017년에 발행한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헌법상 영장청구권 검사전속 규정의 현대적 의미와 검찰개혁을 위한 올바른 개헌방향)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개국(77%)은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처럼 검사가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독일·일본이 있다. 대개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대륙법계 국가들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2018년에 발표한 ‘검사의 직접수사의 개념과 수사지휘와의 관계’ 논문에서 검사제도가 시작된 프랑스와 이를 계승한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확립돼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수사는 범죄 발생 이후 사법적으로 국가 형벌권을 확정하는 절차인 ’검찰권‘에 속하므로, 치안 유지와 위험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찰권‘과 다르다고 봤다.

법체계가 다른 미국의 경우에도 안보 관련 범죄와 고위공무원 범죄, 주요 경제범죄 등 특수범죄는 연방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각 주(州) 검찰은 관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또 연방검찰은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갖고 있다. 영국은 검찰 수사권이 없는 대표 국가다. 유철민 변호사는 “영국은 검찰 자체가 1985년에 창설됐고, 대륙법 국가인 우리나라와 달리 영미법계 국가”라며 “법체계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이 중국 법을 모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웅 의원은 “법안의 전체적인 구조가 중국 공안의 구조와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우리의 검찰인 인민검찰원과 경찰 조직인 공안으로 나뉘는데, 공안의 권한이 더 큰 구조다. 김 의원은 ▷경찰(공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를 금지하는 점 ▷보완수사 요구권(중국은 ‘보충수사 요구권’) ▷영장 신청 이의제기권 등을 중국 공안제도 베끼기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정보경찰이 중국 법을 베꼈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근거가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2019년 7월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찰개혁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참석한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의 발언을 주목했다. 김 의원은 “이 단장이 당시 ‘우리나라 법보다 중국 공안제도가 선진적’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세미나장에 있던 사람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하필 왜 중국 공안제도를 베꼈을까. 김 의원은 “우리나라 경찰, 특히 정보경찰이 가장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게 중국 공안”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경찰이 전국 단일조직으로 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프랑스·중국 정도뿐이다.

다만 프랑스는 사법경찰을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도록 해 견제 장치를 뒀다. 반면 중국은 공안이 거의 모든 수사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인민검찰원이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공안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공안이 기소 의견으로 보낸 사건을 인민검찰원이 불기소할 경우 이에 대해 공안에 사후 설명을 해야 한다.


▎민주당 발의 검수완박 그래픽 이미지. 자료 의안정보시스템
‘진행 중인 사건도 경찰로’ 부칙에 숨겨진 의미

김 의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디테일은 꼬리, 즉 법안의 ‘부칙조항’을 말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2조’는 ‘이 법 시행 당시 검찰에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검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시 말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 사건을 법 시행과 동시에 경찰로 넘기라는 의미다.

개정안 시행일은 ’공포 후 3개월‘로 못 박았다. 현재 민주당이 예상하는 일정은 4월 내 국회 처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5월 3일)를 거쳐 8월부터 시행된다. 3개월 안에 처리하지 못한 사건은 모두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주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은 월성 원전 수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이스타항공 사건, 성남 대장동 사건 등이 있다. 김웅 의원은 “자기들(민주당)이 죽겠다 싶으니까 일단 경찰로 보내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의문은 남는다. 민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면 ‘검찰은 믿을 수 없고, 경찰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되는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권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검찰 권한을 약화하고 대신 경찰을 키워줬다. ‘은혜’를 입은 경찰이 배신하지 않을 거란 기대가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발탁, 검수완박 우회하려는 포석?

다만 김 의원은 “검수완박이 되더라도 우회해서 수사를 계속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 의도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진 무기가 여럿 있다는 거다.

우선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상설특검’이 첫째 무기다. 상설특검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해 직권으로 도입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특검과 달리 국회의장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중대 사건에 대해 얼마든지 검찰 수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더욱이 상설특검은 옛날 방식의 특수수사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법에서 금지하는 ‘피의사실 공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시로 언론브리핑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김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 여러 개를 돌려서 전국의 내로라 하는 검사 수백 명을 과천청사에 불러 모은다고 생각해봐라. 민주당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상설특검은) 장관에게 부여된 임무 중 하나”라고 답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김 의원은 “평생 특수수사밖에 해본 게 없는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검수완박을 우회하려는 윤 당선인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검수완박을 우회할 둘째 무기는 ‘국가수사본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탄생한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수사를 총괄한다. 수사 경찰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도 있다.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2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필요하면 외부에서 선발할 수 있다. ‘검사나 법대 교수 등 외부 인사도 맡을 수 있는 개방직’이다.

전직 특수통 검사를 본부장에 앉힌 뒤 특수부 검사들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 여야 합의나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정권의 뜻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도입한 제도가 자신들을 겨누는 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18일에 이어 19일 오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전날 오후 박주민 법안심사1소위원장의 직권회부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도 19일 오후 7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평검사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기로 했다. 평검사회의에는 15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검사회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3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방안 등을 주제로 처음 열린 뒤 현재까지 6차례 개최됐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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