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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한동훈에게 드리워진 검찰공화국의 그림자 

尹 대통령의 ‘의리 정치’와 韓 장관의 소신 행보 민주당과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정치권력의 핍박 경험 공유하는 한동훈 장관에게 전폭적 권한 부여
민생보다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빠지면 文 정부 실패 되풀이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내정하면서 “온갖 핍박에 맞서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핍박’의 경험을 공유하는 한 장관과 ‘윤석열 사단’을 중용하며 ‘검찰공화국’ 논쟁에 휘말렸다.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4월 13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인 이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하면서 당선인 대변인실이 배포한 자료의 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 후보자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읽진 않았지만, 이 한 문장에 한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심이 녹아 있었다.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이란 대목은 한 장관의 경험인 동시에 윤 대통령의 경험이기도 하다. 둘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인해 한직을 전전했다. 국정농단 특검으로 국민적 영웅, ‘강골 검사’의 표상으로 떠올랐지만 잠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눈 밖에 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한 장관에 대한 평가는 ‘고난의 시절’을 함께했던 후배에 대한 상찬(賞讚)이었을 것이다.

검찰에서 동고동락했던 ‘핍박 동지’ 대거 발탁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솥밥은 먹은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항의해 사표를 낸 뒤 금감원장으로 발탁됐다.
윤 대통령의 ‘의리’는 한 장관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 장관을 필두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돼 지난 정부에서 소외됐던 검사들이 속속 요직에 발탁됐다. 첫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3기)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과 함께 국정원 댓글 수사팀,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향해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냈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의 법률지원팀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낸 핵심 멤버였다. 윤 대통령과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다.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면서 정권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좌천되자 사표를 내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 밖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복두규 인사기획관(전 대검 사무국장), 이원모 인사비서관(전 대검 검찰연구관), 윤재순 총무 비서관(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강의구 부속실장(전 검찰총장 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전 부천지청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전 성남지청장),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전 대검 형사부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전 순천지청장) 등 검찰에서 윤 대통령과 가까웠던 이들이 대거 기용됐다.

연일 이어진 검찰 출신 인선 발표에 여당 안에서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아마 당분간은,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에 편중된 인사라는 세간의 비판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같은 날 아침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안철수 의원도 편중 인사 논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 의원은 6월 12일 종합편성채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처음 보통 너무 능력주의에 이렇게 휩싸이다 보면 다양성이 가진 힘을 간과하기 쉽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다양해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여러 문제점 또는 리스크에 대해서 미리 검증이 되고 그러면서 더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조금씩 실행해보시고 나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시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서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 편중 인사의 논란은 윤 대통령의 ‘검찰 사랑’이 단순히 자리 나누기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총애하는 이들에게 정권 핵심 권력이 상당부분 주어졌다. 그 정점에 한동훈 장관이 있다.

승승장구했던 ‘반윤(尹) 성향’ 검사들 줄줄이 좌천


▎한동훈 장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반려했던 이성윤(오른쪽)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찰 고위직 인사들은 한 장관 취임 직후 ‘검사장의 무덤’이라 불리는 법무연수원이나 한직으로 줄줄이 좌천됐다.
한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5월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좌천된 ‘윤석열 사단’이 대거 주요 지휘부로 복귀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임명됐고, 검찰총장직을 대행하는 대검 차장에는 국정농단 수사팀에 참여했던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앉았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은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수사권 축소 반대에 앞장섰던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서울고검장에 올랐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들은 일제히 한직으로 밀려났다. 한 장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반려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났다. 이른바 ‘검사장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신성식 수원지검장과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도 고검 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전 정권에서 폐지했거나 검수완박 입법으로 축소된 검찰 수사권도 회복 수순을 밟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폐지했던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부활했다. 대검이 최근 일선 청에 보내 의견 수렴 중인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형사부의 직접 수사권 ▷임시 수사조직 신설시 법무부 장관 승인 폐지 ▷형사부 전환부서의 전문수사기능·명칭 회복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형사10부는 공공수사3부, 형사11부는 국제범죄수사부, 형사12부는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정부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역할도 법무부에 맡겨졌다. 기존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업무다. 6월 7일에 출범한 인사정보관리단(이하 관리단)이 그 중심 조직이다. 관리단은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편제했다.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압축해 관리단으로 보내면 관리단이 이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직기강비서관이 검토하는 구조다.

관리단이 수집하는 인사정보 범위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5급 이상 공무원이다. “법무부가 타 부처를 압도하는 ‘상왕 부처’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검찰과 수사권을 두고 늘 대립각을 세워왔던 경찰 조직의 불만이 크다. 관리단이 출범한 뒤 첫 인사검증 대상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의 후임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사법부 고위법관에 대한 인사검증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사법부 독립성 훼손 논란에도 직면했다.

‘전 정권 흔적 지우기’ 다음 포석에 긴장하는 민주당


▎2020년 10월 6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오른쪽부터)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 위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독립기관장들 일부가 최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아 ‘전 정권 인사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장관의 이 같은 ‘전 정권 흔적 지우기’가 민주당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한 장관의 권한이 커지고 검찰 수사권 복원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은 이를 불안한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결국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주당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6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재직 시절 13개 산하 기관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2019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고발로 시작됐지만, 진척을 보이지 않다가 3년 만인 올해 3월에야 산하 기관 압수수색 등 수사가 본격화했다.

백 전 장관에 이어 검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이 행정관 시절 산업부 관계자들과 접촉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종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15일에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이재명 의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관련자들의 조서를 작성하면서 이 의원을 ‘피의자’로 특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 당시 최종 인허가 결정권자였던 성남시장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을 기소하면서 이 의원은 기소 대상에 넣지 않았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수사가 활기를 띠자 민주당은 검찰의 움직임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고민정 의원 등 전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5명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정치보복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전형적인 정치보복 수사의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의원도 자신이 피의자로 적시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 듯. 일단 기소해 타격을 입히자는 음모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때마침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낸 입장문도 민주당을 자극했다. 권익위는 “어제 국무회의 직전인 전날(13일)에 공정위, 금융위, 방통위, 권익위 등의 위원장들은 모두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가 와서 위원장들께서는 전원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권익위원장은 임기와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언급된 위원회의 위원장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다. 실제로 국무회의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은 14일 국무회의를 하루 앞두고 권익위와 방통위에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라고 구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와 공정위의 경우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 대신 새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안건 의결 정족수에 포함되는 국무위원이 아닌 것은 맞다. 다만 ‘국무회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2008년 두 부처가 설립된 이후 통상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게 관례로 굳어졌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우 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위원장에게 물러나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연락한 사람이) 누군지 나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똑같이 수사할 건가. 백운규처럼 처벌할 건가. 한편으로는 수사하고 한편으로는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 않으냐. 정치보복 수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수사가)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윤 대통령이 절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결국 최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고 일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장관·민정수석·검찰총장 1인 3역의 ‘소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3일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시행령 수정요구권’ 입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틀 뒤(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절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결국 최측근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혀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 모든 논란의 핵심 인물로 한 장관을 지목하는 건 윤 대통령의 신임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함께 고초를 겪었던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는 것이다. 한 장관을 ‘소통령’으로 보는 이유다. 실제로 한 장관에게는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민정수석, 검찰총장까지 1인 3역이 맡겨져 있는 형국이다. 전 정부에서 검사장을 지낸 한 중견 변호사는 “비어 있는 검찰총장 인선이 감감무소식인 것도 누구보다 검찰의 생리와 문제점을 잘 아는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와 다른 방식의 ‘검찰 개혁’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시간 벌기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피를 묻히는 장면에는 기시감이 있다. 직전의 추미애 장관 시절에 벌어졌던 ‘추-윤 대립’을 떠올리면 데칼코마니처럼 여러 장면이 겹친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이 청와대의 뜻에 반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려 하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대적인 감찰을 통해 윤 총장과 측근들을 징계했다. 국정농단 수사로 정권 교체의 일등공신이나 다름없었던 윤석열 사단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 모든 일이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수사로 촉발됐다. 문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을 추 전 장관이 나서서 청산한 셈이다. 이를 현 정부에 대입하면 윤 대통령이 가진 핍박의 한을 한 장관이 나서서 풀어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 정부는 ‘검찰개혁’을, 현 정부는 ‘정상화’를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만 전 정권에서 윤 대통령은 기대거나 도움 청할 곳이 없었지만, 민주당은 국회 과반의석이라는 무기를 가졌다. 한 장관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제어할 기회가 적어도 2년이다. 민주당이 ‘의회 독재’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치도 양보 없이 대립하면서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은 멈춰 선 상태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정부가 시행령을 이용해 입법 통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입법도 강행할 태세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그 무기다. 개정안에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 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시행령 등이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검토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개정안은 수정을 요청받은 행정기관장이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법무부가 시행령을 통해 검수완박법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수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시행령 수정요구권’으로 한동훈식 개혁 원천봉쇄

정부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은 ‘검수완박’의 완성”이라며 “국회에서 다수당 권력을 극대화해 행정부를 흔들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선출한 정부를 완전히 자신들의 발밑에 두겠다는 것”이라며 “입법부가 행정부 행위를 하나하나 다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삼권분립 취지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는 법률을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그런 방식은 모르지만,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시행령 문제 해결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와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대응할 순 있다. 그럴 경우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취임 초 높은 지지를 동력 삼아 국정 현안에 속도를 높여야 할 정부여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도 ‘민생 발목잡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한 장관의 보복 정치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치했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의리 정치’와 한 장관의 소신 행보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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