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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2)] 민주당,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이유 

이재명 운명 좌우할 3가지 민심 주머니, 사법·배우자·태도 리스크 

李, 당심에만 기댄 거침없는 행보로 민심과 괴리 커져… 민주당 경계해야
‘친명(親明) 지도부’ 되면 보수 결집해 오히려 尹 대통령 지지율 오를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에서 당을 패배로 몰아넣었다는 책임론이 제기된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의 민주당’이 탄생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9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역대 대선후보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선에서 차점 낙선한 후보들은 대부분 대선 이후 정치 유목민으로 하방해서 자신의 정치적 미흡함을 보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은 1987년 대선 패배 이후 몇 년 지나서 벌어진 일이고 1992년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났다가 1996년에야 귀국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재기에 나섰다. 대선에 3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도 대선 패배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당의 권력을 바로 집어삼키는 일은 벌이지도 않았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2007년 대선에서 대패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선 이후 정치적 중량감이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2017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국면에서 출마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불가피하게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2018년 지방선거 참패 후 정치적으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됐다.

3연속 당 전면에 나서는 이재명


이 의원의 경우 역대 본선 패배자의 사례와 유사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섰지만 개인적 의혹들이 불거지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0.7%p 차이로 석패했다. 곧바로 정치적 자숙 기간 없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참패했고, 자신만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살아남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 선거에 나서고 있다. 정리해보면 대선 패배 이후 재충전이나 자숙 시간 없이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속적으로 본인의 등용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8월 29일부터는 본격적인 ‘이재명의 민주당, 민주당의 이재명’이 된다. 과연 이 의원 앞에는 정치적 탄탄대로가 열릴까, 아니면 한 개인의 정치적 리스크가 당 전체로 전염되는 ‘리스크 확진’ 사태가 빚어질까? 여의도 초미의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임기 초 반짝 상승했다가 지방선거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 3개월 차에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비율은 20%대로 주저앉았다. 여론조사 응답자 10명 중 7명 정도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통령 지지율뿐 아니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당의 내분 사태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디어트리뷴]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8월 1~5일 5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지방선거 직전인 5월 16~2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50.1%, 민주당 38.6%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10%p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최근 나온 결과는 정반대다. 8월 1~5일 진행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5.8%, 민주당 48.5%로 나왔다. 야당인 민주당이 10%p 이상 앞서는 수치다.

정당 지지율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란 점에서, 국민의힘이 내분 사태로 비대위가 출범하고 이준석 대표 관련 갈등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8월 2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지지층들이 결집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개인이나 정치 세력이 지지층들을 결집하는 이벤트나 정치적 계기가 있는 경우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도 있겠지만 이유 없는 지지율 반등은 ‘여당 복’으로 풀이된다. 어처구니없게도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이 의원과 민주당을 부활시킨 최대 공로자다. 만약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이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55% 이상 승승장구했다면 이 의원이 초고속으로 복귀할 기회나 명분이 있었을까? 이 의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은 셈인데, 역대 대선 패배자들과 차별화된 행보가 탄탄대로의 운명일지, 아니면 지나치게 빠른 복귀로 인해 정치 인생에 자충수가 될지는 모를 일이다. 과연 여론조사 데이터와 빅데이터는 이 의원의 운명과 그가 가진 치명적 리스크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의원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첫 번째 치명적인 어퍼컷은 ‘사법 리스크’다. 대장동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성남FC 광고 수주, 변호사비 대납 등 검·경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만 6~7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아직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의원의 해명과 달리 말끔하게 풀리지 않는 의혹들도 여럿 존재한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여당의 프레임이라고 맞받아쳤고, 자신은 어떤 의혹이나 혐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검경이 정치적으로 수사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강력한 경고까지 날렸다.

‘李 사법 리스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뿐만 아니라 이 의원 지지층 사이에서는 민주당 당헌 제8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헌 제80조는 당대표가 법적으로 기소를 당하는 경우 ‘당무 정지’ 조치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검찰이 이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민주당과 당대표를 무력화할 수 있으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주장이다. 이 의원과 지지층들은 사법 혐의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다르다.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공정이 8월 1~2일 2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10명 중 6명인 60.7%는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 리스크가 없다’는 응답은 32.2%였다. 이 의원의 사법적인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분석해보면 어떤 인식이 있는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30세대는 이 의원에게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20대(만 18세 이상)는 63.2%, 30대는 66.9%가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의 정치적 외연 확대에 가장 중요한 유권자 계층 중 하나인 MZ세대가 부정적 의견을 표한 것이다. 무당층 역시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응답이 59.9%로 ‘없다’(23.3%)는 의견보다 월등히 많았다.

전체적으로 보나 유권자 특성별로 보나 대중의 여론은 ‘사법적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인데 이 의원이 이토록 강하게 밀고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원 팬덤 지지층의 생각은 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에게 이 의원의 사법적 리스크 유무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리스크가 없다’는 의견이 59.2%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있다’는 응답은 35.5%에 그쳤다. 이 의원은 일반 여론에서 자신에게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고 인식하든 말든, 지지층들의 판단을 ‘절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더더욱이 치명적인 이유다. 리스크는 그 자체로 문제라 인식할 때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인식하지 않을 경우에는 리스크가 한 조각이 아니라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돼 돌아온다.

김혜경 법인카드 문제 치명상 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인 2022년 2월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이 의원이 마주하게 될 두 번째 허리케인급 리스크는 ‘배우자 리스크’다.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은 여당 후보로서 당시 윤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여론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올해 1월 말 두 후보 간 경쟁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다른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다면 이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런데 2월 초 상승세를 탔던 이 후보의 날개를 어떤 변수가 꺾어버렸다. 바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논란이었다. 이 의원 부부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경기도청 소속 5급 사무관 배모씨가 김씨에게 필요한 사적 물품을 구매하면서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와 관련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김씨는 2월 초 기자 회견을 자청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선거 분석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대선 패배 요인으로 김씨의 법인카드 논란을 첫손가락에 꼽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그 문제가 아직까지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경의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사상 김혜경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드러날 경우, 이 의원의 정치 생명에 피할 수 없는 쓰나미가 될 것이다. 여론 역시 차갑게 돌아설 것은 자명하다. 최근 김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이 사망했다. 이 관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 의원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여론조사 공정이 8월 1~2일 2일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의원과 관계있다’는 의견이 56%, ‘관계없다’는 응답이 36%로 나타났다. 응답자 특성별로 분석해보면 20대에서 ‘관계있다’는 의견이 62.9%, 30대에서 60.4%였다. 무당층에서도 ‘관계있다’는 의견이 56.5%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배우자 리스크 역시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지층에선 ‘관계있다’는 응답이 22.3%, ‘관계없다’는 의견이 68.7%로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지지층 의견만 바라보며 ‘배우자 리스크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으로 치부하는 순간 여론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노룩악수’ 등 제왕적 리더십 지적 나와


▎더불어민주당 순회경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박용진 후보에게 일명 ‘노룩악수’하는 모습. / 사진: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이 의원의 추가적인 리스크는 자신의 발언 및 주변인을 대하는 태도 논란, 즉 ‘스타일 리스크’다. 만일 이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면 그야말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이 의원 중심으로 재편되면 그의 당내 영향력은 천하무적이 된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 자체는 긍정적이라 평할 수 있어도 만용은 자칫 상대방에게 오만방자함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이 의원이 보여준 박용진 후보에 대한 ‘노룩악수’는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감성 평가를 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확연해진다. 썸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도구로 8월 1~8일 8일간 이 의원의 긍·부정 감성 추이를 분석해봤다. 긍·부정 비율을 보면 24.2%대 71.6%로 부정적인 감성이 압도적이며, 연관어 내용을 보면 ‘의혹’, ‘범죄’, ‘논란’, ‘욕하다’, ‘횡령’, ‘괴롭히다’ 등으로 마찬가지다. 국민 여론과 빅데이터로 분석해봤을 때 이 의원은 태산만 한 리스크를 한가득 쌓아놓고 있는 꼴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 ‘배우자 리스크’, ‘스타일 리스크’로 대변되는 3대 리스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다. 그래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고 ‘친명’ 지도부가 출범할 경우, 보수층을 자극해 지지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이 재차 조정되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이 의원의 치명적인 3가지 리스크에 민주당이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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