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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장제원에서 김대기로 옮겨간 용산 대통령실 권력지형 大해부 

“누구도 尹에 직언 못하는 분위기… 대통령 비서실이 검찰청 됐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정권 말기에나 볼 법한 측근+관료 중심 개편으로 역동성 상실해
정무 라인 실종된 ‘슬림화’ 부작용으로 국정 운영 주도권 잃어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정치 인사들이 소수파로 밀려나고 관료들이 권력의 심장부를 차지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치 정권 말기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좀처럼 국정 지지율 30%를 돌파하지 못하는 원인을 두고 정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도하는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권 출범 4개월여 만에 벌써 50여 명이 권고사직 형태로 용산을 떠났다. “조직은 필요에 따라 계속 바뀌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비서실 쇄신은 5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김 실장의 경고는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연말까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원들이 각자도생하면서 조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정권 임기 1년도 되지 않아 레임덕에 가까운 상황에 놓이다 보니 권력의 심장부에서 일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실 직원들의 호소다. 검찰·관료 중심인 대통령실의 폐쇄적 소통 방식과 경직된 분위기에 피로감이 쌓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과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이 활력을 잃고 복지부동하게 된 원인을 김 실장의 스타일에서 찾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애초에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동료애로 결속돼야 한다. 그런 관계 속에서 직언도 하고 정세를 파악하는 역할도 도맡게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 실장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으로 ‘예스맨’에 한없이 가깝다”고 지적했다. “누구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다 보니 작금의 대통령실 분위기가 마치 검찰청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별정직 인사는 장제원 의원이 주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별정직 공무원 인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 내 실장급·수석비서관급·비서관급과의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례로 어느 행정관이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간단한 인적 정보까지도 대통령실은 함구하고 있다. 지난 7월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참모들이 자진해서 접촉에 나섰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 행정관은 “기자들과 만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잡았던 약속도 사정해서 뒤로 미뤘다. 잠시 티타임이라도 갖자는 기자들도 있지만 갑자기 외부로 나가면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범 네 달 만에 인사 태풍도 두 차례나 휘몰아쳤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이하 윤핵관)’로 불리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추천한 별정직에서 ‘탈’이 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저는 정치 신인이기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인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뜻이자, 보은 차원에서 자리를 챙겨줘야 하는 정치 세력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도 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출범 시점에는 주관부처가 없는 정무수석비서관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홍보수석비서관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 등 별정직에 여의도에서 직행한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하면 장제원·권성동·윤한홍 의원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측 추천 인사 비율이 6:2:1:1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장제원 의원의 입김이 셌다고 한다.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쳤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김 실장과 장 의원이 대통령실 인선을 주도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중앙 부처 파견 공무원은 김 실장이, 정무 라인으로 대표되는 별정직은 장 의원이 인선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취임 초기 대통령실에서 김 실장과 장 의원을 제외하고 어떤 라인이란 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대선 때 고생한 사람들 많이 챙겨야 한다며 누가 추천을 해도 두 사람은 그냥 ‘알겠다’고만 하고 많이 뭉갰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별정직 ‘어공’들이 일으킨 가장 큰 사고는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에서 일어났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에서 일하던 장제원 의원실 인턴 출신 행정요원이 지난 8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시위를 분석한 대외비 문건을 유출한 것이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시민단체·노동조합이 결합한 시위 내역을 분석한 뒤 이 둘의 연결을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행정요원은 곧바로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이 밖에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산하의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 임헌조 시민사회비서관, 허성우 국민제안비서관도 자진 사퇴하거나 면직됐다. 이들 비서관과 함께 행정관 10여 명도 줄줄이 물러났다.

비슷한 시기 정무수석비서관실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도 옷을 벗었다.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를 통해 무리한 이준석 전 대표 축출 시도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미스 등 여당에서 벌어진 내홍의 책임에 대한 문책성 경질이었다. 홍 정무1비서관은 국회의원 시절 맺은 권성동 의원과의 인연으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경 정무2비서관은 원희룡 장관과의 인연으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최근 대통령실 인적 개편은 장 의원뿐만 아니라 ‘윤핵관’으로 통칭하는 정치권 라인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번 인적 개편에서는 업무 성과가 저조하거나 비위 행위 적발, 보안 수칙 미준수 등 명확한 귀책 사유로 축출된 직원들도 있다. 경질된 한 선임 행정관은 평판 조회에 걸려 물러났다는 후문이다.

검찰·관료 중심으로 재편된 대통령실


▎두 차례 대통령실 개편을 주도한 김대기 비서실장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으로 ‘예스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 개편 방식을 두고 공무원 중심으로 대통령실을 운영하려는 김 실장의 의중이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서실마다 1~2명씩(나갈 사람들) 티오(T·O)를 내라”는 김 실장의 지시가 떨어졌고, 이후 자필 업무보고서와 평판 조회 등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비서실 내 ‘살생부’ 명단은 애초 80명 규모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업무보고서 양식으로 평가받는 건 관료들, 즉 공무원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행정직과 정무직의 기능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한 처사다. 결국 비서실장이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의도 출신은 내보내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관료를 지낸 한 인사의 말이다.

정권 초기부터 정치권 라인이 소수파로 밀려나는 그림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정권을 창출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정치권 어공들이 청와대 요직을 꽉 쥐고 있었다. 당시 1기 청와대 인적 구성은 고위급 64명 중 정치권 인사가 20명(31%)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이 14명(21%)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법조계 4명, 학계 10명, 언론 4명, 군인 3명, 시민단체 3명, 연구원 2명, 국정원 2명, 시인 1명, 경호처 공채 1명 등이었다. 인사 기조는 운동권 출신에 발언권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청와대 1급 비서관 이상 고위직 가운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과 대학총학생회장단, 진보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22명이나 됐다. 집단적 사고에 빠질 우려가 있었지만, 내부 결속은 뛰어났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인적 구성은 참모진 53명 가운데 29명(54%)이 검찰·행정관료 출신이다. 그다음으로 정치인 10명(18%), 군인 4명, 학계 4명, 언론 3명, 기업 2명, 트레이더 1명, 국정원 1명 순이다. 인사 기조는 능력주의라고 하지만 실상은 ‘고시’ 패스가 최우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틀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료 출신과 윤 대통령의 복심인 검찰 출신이 중심이다. 우선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부터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절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을 역임한 경제관료다. 비서실장 직속 의전비서관인 김일범 전 외신공보 보좌역도 이명박 정부에서 통역행정관을 역임했다. 김오진 관리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총무1비서관이었고,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은 검찰 출신들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도달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져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은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부속실장은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맡았다. 청와대 시절 대통령의핵심 권력이었던 민정수석비서관의 일부 업무를 맡게 된 인사기획관은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맡고 있다. 인사기획관을 보좌하는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대통령이 중매를 설 정도로 검사 시절 총애한 인물이다.

내부 피로감 쌓여가는데 더 슬림화한다?

현재 대통령실 인적 구성을 보면 마치 정권 말기를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 대개 관료들이 대거 발탁되는 시점은 대통령 임기가 후반기에 접어들 때다. 기존 인재 풀에서 주요 보직을 돌려막기로 메우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관료만 남는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검사 출신 대통령을 세운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반이 취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개편 후에도 대통령실 인력 충원 계획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취재를 종합하면 경호 담당을 제외한 현 대통령실 직원은 총 380여 명이다. 장·차관급이 8명, 고위공무원이 40여 명, 행정관이 170여 명, 행정요원 등 150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행정관급 이하에서 빠져나간 50여 명의 업무량을 기존 직원들이 나눠 맡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규모인 비서실 직원 480여 명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언대로 350여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역시 ‘대통령실 슬림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의 의중을 김 실장이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비서실 직원들이 벌써 체력적으로 지쳐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수석비서관실마다 업무량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슈와 사건에 대처하는 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매일 아침 4시에는 기상해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아침 6시까지 출근한다. 지금까지 오후 6시에 퇴근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보통 밤 9~10시쯤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관은 “사실 사명감 때문에 일하는 건데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토로했다.

비서실 내 중하위직인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은 업무와 관련해 항상 감찰 대상에 올라 있다는 것도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각종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수석비서관이나 선임행정관이 부하들의 잘못을 감싸주는 동료애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수석급에게는 휘하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관리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일례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보안 유출 건으로 직원들이 잇따라 사퇴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 수석은 서울 강남 집중호우 당시 재난 대응과 관련한 부실 메시지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대통령 부부 최측근들은 인사 칼날 비켜가


▎개편 시기와 맞물려 김건희 여사의 정실 인사 논란이 빚어졌지만 대통령 부부 측근들은 인사 칼날을 비켜갔다. 대통령실의 행정관과 행정요원들만 감찰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이 무력감을 자아낸다는 후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진복 정무수석 역시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둘러싼 여권 내홍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회와의 가교 역할에 실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진복 수석은 대통령실 초기 세팅 과정에서 김대기 비서실장과 합을 맞춘 인물이다. 이 수석만 비서실로 데려가고 대선 때 고생한 당직자들은 대우를 안 해줘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컸다.” 인사 칼날을 비켜간 대통령실 상부를 바라보며 여권 핵심 인사는 이렇게 불편한 정서를 전했다.

대통령실 개편 시기와 맞물려 김건희 여사의 ‘정실 인사’ 논란이 촉발돼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지만, 정작 공직기강 확립 대상은 직급 낮은 직원들에만 한정됐던 현실도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무력감을 주고 있다. 앞서 김 여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에는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지연씨가 동행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신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순방 사전답사에 참여하고 윤 대통령 부부의 현지 행사 일정을 짜는 등 공식 보좌 조직이 해야 할 공적 업무를 담당해 비판을 자초했다. 파장이 컸지만 이 비서관은 여전히 건재하다. 대통령실은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이 비서관 경질설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인 사업가의 아들로 알려진 황모씨도 사적 채용 논란에도 불구, 인사 칼바람과 무관하게 대통령실 안팎에서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강원도 동해에 거점을 둔 황씨 부친의 회사 등기에는 윤 대통령 부부의 연을 맺어줬다는 ‘무정스님’의 실명인 심무정씨가 2012년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현재 황씨는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5급 행정관(차장급)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김 여사가 공적으로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관료주의적 마인드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이른 시기에 대통령실의 유명무실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의 성패와 자기 앞날이 관련 없는 관료들은 적당한 때 복귀 타이밍을 노리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탈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영빈관 예산 끼워 넣기 논란이 그 신호탄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빈약한 정무 라인, 이슈 대응 실패 자초해


▎대통령실은 미국 순방 중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예산 878억원이 편성된 영빈관 신축에 대해 대통령실 일부 수석비서관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 부처와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역대 정부 청와대 직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때 부처 업무 협조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기류에 가장 민감한 이들이 중앙 부처에서 파견 나온 에이스 공무원들이다. 한 인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처럼 경험 많은 전문가가 공론화도 없이 이런 실책(영빈관 예산 끼워 넣기)을 저질렀다는 것은 대통령실 권력에 맹종하거나 잘못될 것을 알면서 의도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어느 쪽이건 추후 업무 협조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김 실장이 주도한 대통령실 인적 재구성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람을 줄여 슬림화하기만 했지, 능률 면에서는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인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의 인적 쇄신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마저 나온다.

특히 최근 이슈 장악에 실패하고 당정 관계가 삐걱거리는 데는 정무 라인의 뼈대가 지나치게 빈약해진 탓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해외 순방 중 불거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통령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정무 라인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월간중앙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들은 표현이 거칠었다는 점을 두고 윤 대통령에게 유감 표명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바이든’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참모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로 일부 참모가 직언 차원에서 유감 표명을 다시금 제안했지만 김 실장 선에서 차단됐다고 한다. 결국 다급해진 홍보수석실은 정확한 워딩을 파악하고자 음성 분석을 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고 13시간 만에 “‘날리면’으로 들린다”는 해명이 나왔을 때는 이미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격앙된 후였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대통령실의 기능 자체가 전 부처를 관할하는 정무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러기에는 지금 대통령실 인력이 너무 적다”며 “밥값을 하는 유능한 보좌관 출신을 데려다 써야 한다. 불필요한 데서 실책이 나오고 그것을 수습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비서실장에게 달려 있는데, 김 실장의 본질적인 시각이 안 바뀌면 앞으로도 힘들어 보인다”고 바라봤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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