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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NEW리더] ‘이재명 지도부’ 핵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포부 

“尹 정부가 삭감한 민생 예산 바로잡고 ‘검찰 공화국 리스크’ 단호히 대처할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20년 경력 공인회계사 출신, “민생 회복 중심의 정치 하겠다” 다짐
주목 받는 신(新)친명계 리더, “우린 이준석 쫓아낸 친윤계와 달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월 12일 “정부여당이 민생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줄였던 민생 예산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박찬대!” 8월 28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견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올라서자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박 의원은 이에 화답하듯 당원을 향해 넙죽 큰절을 올렸다. 당시 전당대회장에서 박 의원은 가장 주목받는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특히 정견 발표 도중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가 반드시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이라며 뮤지컬 [영웅]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자 당대표 후보 정견 발표 때보다 더 큰 함성이 나왔다. 이날 박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전당대회로부터 2달여가 흐른 지금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이재명 사법 리스크’라고 명명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쟁으로 얼룩진 상황에서 과연 이재명 지도부는 12월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10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외면한 민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골목상권 위해 지역화폐 예산 살려내겠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 발표 도중 뮤지컬 [영웅]에 나오는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이재명 지도부의 이번 정기국회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것, 다시 말해 민생 회복이다. 우리 당은 정부여당이 민생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줄였던 민생 예산을 최대한 살려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정부여당도 법인세·상속세 인하 같은 부자 감세에만 목매지 말고 민생에 집중하길 바란다.”

박 최고위원은 21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이다. 지난 20년 동안 회계사로서 실물경제와 금융 재정 예산 등을 연구해온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재명 지도부가 박 최고위원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살려내려는 민생 예산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골목상권 지역화폐 예산이 대표적이다. 윤 정부가 전액 삭감한 지역화폐 예산은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조차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왜 그러겠나.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를 돌게 하는 펌프의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역화폐가 단지 문재인 정부에서 활성화됐던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없애버린다는 건 그거야말로 정쟁이 민생을 욕보이는 것과 같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고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이 민주당에 쥐여준 책무라고 생각한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좌우명이 있다면?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자는 거다.”

공감의 정치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공감할 줄 알아야 국민의 원통함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고, 그래야 정치를 통해 그 원통함을 풀어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것처럼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그동안 여의도 다선 국회의원들이 당론을 이끌었다면, 이젠 당원이 분명한 주인의식을 갖고 당을 이끌어가는 시대다. 이재명 지도부는 당원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의 방향과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박 최고위원은 신(新)친명계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대표 팬카페에서 허물없이 지내는 두 사람을 칭찬하는 글과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당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두 사람 모두 인천이 지역구이기도 하다(이재명 인천 계양을, 박찬대 인천 연수갑).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한마음 한뜻”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8월 22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 당원 및 지지자 만남 행사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친명계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입장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변방 장수였던 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다. 그러니 민주당은 특정 계파가 아닌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고 봐야 한다. 이는 전통적 계파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다.”

친윤계와 친명계의 차이는 무엇인지?

“배척의 정치를 하느냐, 열린 정치를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전통적 계파주의 관점에서 보면 계파는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춘 정치인들이 내부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공유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굉장히 배타적인 성격을 보여 많은 폐해를 드러내왔다.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낸 친윤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이런 전통적 계파주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언론에서 친명계로 분류하는 정청래·서영교·장경태 의원 등은 전혀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인다. 최근 최고위 회의를 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동시 접속자 수가 몇만 명씩 된다. 당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 때문에 당원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여담이지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 누나도 최고위 회의 영상을 찾아서 보더라(웃음).”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국정감사 메뉴로 올라왔다. 박 최고위원은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 방문 당시 한 발언을 속도 조절해 들려준 것. 박 최고위원은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으로 들리지, ‘날리면’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저격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동맹국 폄훼”라며 맞서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원인은 무엇이라 진단하나?

“국민이 ‘불통’과 ‘무능’,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를 더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여러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유효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외교는 점수를 줄 수 없는 수준이다. 또 유엔에서는 자유를 스물한 번이나 외쳤으면서 일국의 대통령이 ‘윤석열차’를 그린 고등학생과 표현의 자유를 갖고 다투고 있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욕설 논란만 봐도 불통과 고집으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무능도 무능이지만,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건 거짓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결국 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붕괴는 무능과 거짓말이 합쳐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 내 생각에 윤 대통령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라고 보나?

“사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검사로서의 오래된 직업의식 때문인 것 같다. 모든 대한민국 검사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결과를 정해놓고 접근하는 검사가 많다. 나도 과거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있는데, 검찰 조직에 유리한 내용만 조서에 담기더라. 미뤄 짐작해보면, 검사들은 성취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전 일어나는 그들의 시행착오나 잘못을 절대 사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윤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통해 낮은 국정 지지도를 한 방에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 관련 압수수색 224번, 본·부·장 의혹은 0번”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월 12일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국민의 삶에 쓸모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공소장에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이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으로부터 160억원 정도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이재명 사법 리스크’라 부르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소장을 읽어봤는데, 그 내용이 황당하더라. 성남 분당구 정자동 부지를 용도 변경해주는 목적으로 두산건설로부터 기부채납 15%를 받아야 하는데, 무슨 근거로 10%를 받았느냐고 나온다. 하지만 기부채납을 15% 받아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는 없다. 두산건설이 처음 기부채납 5%를 제안하자 성남시가 15%를 제안했고, 두 제안의 중간인 10%로 양측이 합의를 봤다. 땅의 10%를 기부채납 받아 정자동에 주민센터를 지었다. 또 검찰은 성남FC가 받은 광고비 50억원이 ‘제3자 뇌물공여’라고 주장하는데, 성남FC는 성남시민의 것으로 이 대표가 돈을 받은 게 아니다. 검찰이 ‘숨겨진 뭔가가 있다’는 식으로 계속 의혹만 부추긴다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우리 당은 이번 일을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공화국 리스크’라고 부른다.”

민주당은 성남FC 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검찰은 이 대표를 무조건 기소할 거라고 본다. 언론 플레이까지 하는데 뭔들 못하겠나. 그러니 우리 당은 카드뉴스를 만들어 정확한 내용을 국민께 알리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생각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169명의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의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검법 통과를 두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의 당위성을 설명한다면?

“윤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내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선 이후인 3월 10일부터 오늘(10월 12일)까지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224번 압수수색했으나, 본·부·장(윤 대통령 본인, 부인, 장모) 의혹에 대해서는 한 건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결국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특검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12월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는?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면 우리들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불안해지는 것 아니겠나. 앞으로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국민의 삶에 쓸모 있는 정치, 민생 중심의 정치를 해나가겠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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