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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세계의 공통과제, ‘통합교육’ 

장애아동 마음속 희망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애-비장애 아동의 교육 환경 격차 심화
‘배움의 위기’ 끝내기 위해 각국에서 통합교육 서서히 자리 잡아


▎2020년 3월 뉴질랜드 웰링턴의 국회의사당에서 뉴질랜드SGI 주최로 열린 ‘투마나코–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어린이 그림 전시회’ 개막식. ‘투마나코’는 원주민 마오리족의 말로, ‘희망’을 뜻한다. / 사진:한국SGI
2년 이상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학교 교육에 심각한 타격이 미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유엔이 ‘교육혁신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130개국 이상이 교육 시스템을 재가동해 ‘배움의 위기’를 끝내기 위한 행동을 가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교육의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는 팬데믹 이전부터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과 같이 지적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교육은 급속도로 큰 성공 요인이 아닌 큰 분단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유층은 가장 좋은 환경에서 학교나 대학에 진학해 최고의 일자리를 얻는 반면, 빈곤층 특히 여자 어린이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자질을 얻는 데 커다란 장애에 직면합니다.”

현재 전 세계 어린이의 64.3%가 간단한 문장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추정합니다. 이것이 수년 뒤에는 8억4000만 명의 청년이 장래 직장에서 필요한 자질을 몸에 익히지 못한 채, 10대 때 학교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우려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차별의 벽이 장애아동의 배울 권리 막아


▎시청각장애인들이 서로의 손을 통해 점자를 가르쳐주고 배우고 있다. /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가 이 교육을 둘러싼 격차와 성별의 장벽이라는 문제와 함께 세계 공통의 중점과제로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바로 장애아동이나 청년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통합교육’의 촉진입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이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아동은 전 세계에 약 2억 4000만 명에 달하며 젊은 세대의 10명 중 1명은 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포용한다는 통합 이념을 바탕으로 다른 어린이와 똑같은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해도 사회적인 벽이나 차별로 인해 저지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 환경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온라인 수업 등 원격 학습을 제공해도 각각의 장애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수업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데다 집에서 학습도 가족이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모든 사람에게 포괄적이고 공정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장애인에 대한 평등한 교육 기회 확보나 장애를 배려한 학습 환경 정비를 호소하지만,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드러난 과제도 포함해서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디 2006년에 장애인권리협약을 유엔에서 채택할 때 가장 많이 논의한 테마가 교육이었습니다. 그 결과 교육받을 권리를 차별 없이 실현하려면 모든 단계의 교육제도에서 ‘통합교육’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또한 협약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합리적 배려’가 없는 경우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특히 교육 현장에서 배려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애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바뀌어야 할 과제라는 시각이 협약에서 제기된 배경에는, 협약 제정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을, 우리를 제쳐놓고 정하지 말라’는 강한 의견을 받아들여 각국 정부 대표만이 아니라 장애 문제 해결에 애쓰는 비정부기구(NGO) 대표도 협약을 만드는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현재까지 장애인권리협약을 184개국·지역이 비준했습니다.

다시 한번 협약 제정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활동을 더욱 확충해야 하지 않을까요.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태어나 현재 유엔 난민기구(UNHCR)의 ‘장애아동 옹호자’로 활동하는 누진 무스타파 씨는 자신의 체험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합교육이란 단순히 장애아동을 학교에 입학시키는 차원이 아닙니다. 고립감이나 거리감 등 일반 학생과 다르다고 느끼지 않도록 장애아동의 요구에 대응해야 합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건물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자기 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통합교육입니다.”

무스타파 씨는 시리아 분쟁을 피해 난민이 되어 열여섯 살 때 휠체어를 타고 약 5600㎞를 이동해 독일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받은 ‘통합교육’의 의의 등을 회상하며 장애아동의 마음을 대변해 사회 전체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곳에서 장애가 있다는 것은, 사회의 후미진 곳에서 생활하며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성장을 기대하지 않음을 뜻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가장 큰 오해는 우리 장애인은 이루고 싶은 뜻이나 꿈이 있을 리 없다는 단정입니다. 우리가 간직한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장애라는 사실만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다르다는 편견 극복하는 게 통합교육의 본질

무스타파 씨가 호소했듯이 사회의 몰이해나 편견으로 장애아동의 마음속에 있는 ‘삶의 희망’을 빼앗아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지난해 9월에 유엔이 개최한 ‘교육혁신정상회의’에서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작성한 성명이 성과문서로 채택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최초의 과제는 팬데믹이 초래한 학습상의 손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과거 교육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교육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학습이 개인과 사회에 힘을 주고 현재를 재구축하여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강인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이끈다는 것을 보증해야 합니다.”

그러한 중요 과제 중 하나로서 ‘통합교육’의 정비를 강하게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국제적인 움직임으로 유니세프가 ‘장애아동은 다른 모든 어린이와 똑같이 자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넓힐 권리가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 있는 현지사무소 144곳에서 장애아동이 사회에 흡수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어린이 수백만 명과 그 가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거기에는 ‘이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본디 그들이 실현할 사회 공헌을 앗아가는 일로 이어진다’는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통합교육’ 정비를 추진하는 것은, 여러 차별이나 환경 때문에 고통받는 어린이의 교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각국이 협력하여 21세기의 세계 공통 기반으로서 확립하기를 저는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1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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