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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우크라이나 위기와 핵 문제에 관한 긴급제언 

“평화 회복을 위한 역사 창조력의 결집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민간 피해와 핵무기 위협 증대
자발적 군축과 선제사용 포기 선언으로 참극 막을 수 있어


▎2022년 9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개최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연대’전. 국제창가학회 (SGI)와 핵무기폐기 국제운동(ICAN)이 공동 제작한 전시는 창가학회 도다 제2대 회장의 ‘원수폭금지선언’ 발표 65주년을 맞은 지난해 9월에 멕시코 과나후아토 대학교에서도 개최됐다. / 사진:한국SGI
지난해 2월에 발생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확대로 인구밀집 지역이나 인프라 시설의 피해도 커지는 속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많은 시민의 생명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황에 가슴이 아픕니다.

‘전쟁만큼 잔혹하고 비참한 것은 없다’는 말은,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세계대전이 불러온 참화를 직접 경험한 ‘20세기 역사의 교훈’이었습니다. 저도 10대 때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공습을 당했습니다. 불바다에서 도망쳐 허둥대는 가운데 가족과 떨어져 이튿날까지 모든 가족의 안부를 몰랐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편,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생활이 무너지며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급격하게 변화시켰을까요? 전투가 더욱 격화되고 겨울의 혹독함이 더하는 가운데 전력 부족의 생활을 강요받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물론, 그러한 세계 사람들의 궁핍한 상태를 저지하기 위해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지 타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저는 유엔이 지금 다시 한번 중개하는 형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주요 관계국을 중심으로 외교장관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고, 정전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합니다. 게다가 관계국과 함께 정상회의를 열어 평화 회복을 향한 본격적인 협의를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크라이나 위기 종결과 함께, 현재 위기뿐 아니라 앞으로의 분쟁도 포함하는 형태로 ‘핵무기에 따른 위협과 사용을 방지하는 조치’를 논하는 일이 초미의 과제가 되었다고 저는 힘주어 말하고 싶습니다.

핵무기 사용을 둘러싸고, 언어를 무기로 하는 견제가 점점 심해져 핵무기에 관한 위기는 냉전 후 세계에서 가장 높아졌습니다. 핵전쟁을 초래하는 듯한 사태는 어떠한 나라도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경계태세가 계속되는 지금, 정보의 오인이나 우발적 사고, 사이버 공격에 따른 혼란 등이 도화선이 돼 ‘의도하지 않은 핵 사용’을 초래할 우려가 평소보다 현격히 커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크라이나 위기의 종결을 향한 긴장감 완화는 물론 핵 사용이 염려되는 사태를 앞으로도 초래하지 않기 위해, 핵보유국 측에서 핵무기의 위험을 축소하는 행동을 일으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해 7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 긴급제안을 보내 ‘핵무기 선제사용 포기’의 원칙을 핵보유국인 5개국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서약할 것을 주장한 이유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지난해 8월에 개최한 재검토회의 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최종문서에 채택되지 못했지만, NPT 제6조가 정한 핵 군축 의무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종문서 안(案)에 도중까지 포함되었듯이 ‘선제사용 포기’를 비롯한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 등 핵무기 위험 축소를 추진한다는 점은 체약국 대부분이 지지했을 것입니다.

‘핵무기 선제사용 포기’의 서약은 지금의 핵 보유 개수를 유지한 채로도 착수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세계에 현존하는 약 1만3000발의 핵무기 위협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핵보유국 사이에서 서약이 확립되면 ‘서로 느끼는 공포심’을 없애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핵 억제를 전제로 한 핵무기의 끊임없는 증강’이 아닌, ‘참극을 방지하기 위한 핵 군축’으로 세계 전체의 방향성을 바꾸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소 간 핵무기 제한 협상 교훈 삼아야

생각해보면 냉전 시대의 국제 정세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의 연속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사태가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인류는 타개책을 찾아내면서 냉혹한 국면을 이겨냈습니다. 여기서 저는 쿠바 위기 등을 반성하며 1968년에 성립한 NPT에 이어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전략무기제한협상(SALT)’을 한 예로 들고 싶습니다.

NPT 서명식이 열린 날에 개시(開始) 의향을 표명한 제6조 핵 군축 의무를 바탕으로, 양국이 핵 군비 확산 경쟁에서 처음으로 제동을 건 협상에 ‘SALT’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영어로 ‘소금’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국가의 전권사항으로 추진한 핵 정책에 스스로 제한을 둔다는 것은 양측 모두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양국의 국민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중요한 ‘생존의 양식’이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결단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한 배경이 ‘SALT’라는 글자에서 깊이 느껴집니다.

핵전쟁 직전까지 간 위기를 직접 경험한 당시 사람들이 제시했듯이, 역사 창조력을 지금 다시 한번 전 세계 나라들이 서로 협력해서 발휘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1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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