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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 화제 당선인] 양당 구도 깨고 ‘기적의 승리’ 거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尹 대통령이 잘하도록 ‘외부총질’ 더 세게 하겠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경기 화성을 아파트 100개 전부 찾아 맞춤형 공약 제시하며 대역전극 일궈
“더 적극적으로 험지 공략, 서진정책 단념하지 않고 ‘노무현의 길’ 따를 것”


▎2024년 4월 11일 새벽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기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만감이 교차한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터뷰가 예정됐던 14일 밤 이준석(39) 개혁신당 대표의 목 상태는 최악이었다. 음성이 제대로 안 나오는 지경이었다. 대화가 어렵겠다고 체념할 순간, 이 대표가 대안을 꺼냈다. “질문지를 보내주면 서면으로라도 하겠다.” 실제 그는 15일 이른아침 카톡으로 답신을 보내왔다.

굳이 에피소드를 전하는 이유는 이 대표가 4·10 총선에서 거둔 경기 화성을의 기적적 승리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구 내 아파트 100개 단지를 전부 돌며 맞춤형 공약 영상을 만들었다. 손편지도 직접 썼다. ‘한번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려는’ 집요함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자 구도에서 제3당 후보가 당선된 유일무이한 사례를 이끌어냈다. 정치인으로서 엄청난 서사도 얻었다.

“항상 조금이라도 도전적이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되새기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십 년 전 밟고 지나가신 길이 뒤에 따라가는 후배들에게 큰 이정표가 된 것 같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다음에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선례가 되길 바란다.”

경기 화성을을 지역구로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동탄 신도시가 가장 젊은 신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동탄과 내가 ‘윈윈’할 수 있는 선거였다고 자평한다. 당세가 작은 것과 관계없이 동탄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책에 더해 정치적인 메시지도 충분히 내서 정치적 영향력과 무게감을 유지하도록 몇 배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야 할 상황이다.”

3차례 낙선 후 첫 당선을 통해 얻은 최대의 정치적 자산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우선 상계동(서울시 노원구)에서 선거에 도전하면서 쌓아왔던 서사와 능력치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큰 성과다. 2년 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자신감과 세간의 인식이 좋은 후보자들이 개혁신당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편지부터 100개 아파트 영상까지, 특이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사실 지난 대선 때도 비슷하게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국민의힘) 기득권 세력은 그런 시도들 때문에 오히려 크게 이길 수 있는 대선을 적은 표 차이로 이겼다는 식의 음해를 해서 나를 쫓아냈다.”

“2년 후 지방선거 후보 조기 발굴할 것”

당선 후 한층 더 세진 톤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날 선 발언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왜 ‘고립’됐을까?

“윤 대통령은 얼떨결에 보수의 대통령 후보가 됐고, 주변의 조력으로 당선에 이르게 된 것이지, 본인이 보수적 가치관이나 철학을 형성할 기회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댓글 수사로 보수 정권에서 멀어지고, 탄핵 수사를 하면서 보수 계열 인사들을 무수히 감옥에 집어넣고, 문재인 정권에서는 ‘조국 사태’로 정권 주류와 헤어지다 보니, 정말 특이하게도 보수에서도, 민주진보 진영에서도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원한 관계가 깊다. 과거 국민의당 계열 인사인 김한길 전 대표 등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특수한 한계 탓이라고 본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같이 유세를 다니며 젊은 지지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당신께서 갖지 못한, 갖지 못할 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이나 대통령 탄핵 사유 발언 등 유독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 “대통령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발언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不好)와 별개로 대한민국 어떤 국민도 대통령이 통치를 못 하길 바라거나 정치적으로 탄핵 등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내 발언을 보면 항상 ‘~하지 않으면 ~할 것이다’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이제 야당의 대표가 됐지만, 윤 대통령이 국가를 잘 운영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부총질’을 아주 세게 할 것이다.”

보수 진영이 대패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69.9%에 달한다. 보수는 활로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대표가 주창한 서진정책은 현 시점에도 유효할까?

“역설적으로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를 하던 시기가 2030 여성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같은 정치 초년생을 당대표로 앉혔으면 그가 적어도 경상도에 매몰되거나 전통시장에 가서 자아도취하도록 뒀으면 안 된다고 본다. 정당의 숙명은 지지받지 못하는 유권자에게 욕먹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지지세를 늘리는 것인데 그걸 간과한 것이다. 그걸 하려고 험지 공략이나 서진정책을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조롱하고 내치는 문화 속에서 (국민의힘의 취약 지지층 공략 효율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성과를 거뒀지만 개혁신당 의석은 3석뿐이다. 2년 후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당의 외연을 어떻게 키워나갈 방침인가?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군부터 대대적으로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방선거는 조기 공천 등을 통해서 후보들이 일찍 지역사회에 착근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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