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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 화제 당선인] 조국혁신당을 원내 3당으로 만든 3가지 장면 

‘청와대 스쿨’과 ‘지민비조’, 조국 개인기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文 정부 민정수석과 황 보좌관 등 참모진의 도원결의, 12석 얻어 대성공
조국, 정통 친문·친노 이미지 부각해 이재명의 민주당과 차별화 펼칠 듯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3월 7일 월간중앙과 인터뷰하는 모습.
조국혁신당을 22대 국회 원내 제3당으로 만든 요인으로 세 가지가 꼽힌다. 청와대 스쿨과 지민비조, 정치인 조국의 개인기가 그것이다. 먼저 ‘청와대 스쿨’ 이야기다. “황현선 씨를 보면 조국 대표가 보인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들에게 조 대표에 대해 물으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총선 출마도 포기한 채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을 맡은 황씨의 공로가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황씨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수석 보좌관과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황씨가 올해 초 펴낸 [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에는 조국 대표와의 인연이 드러난다. 특히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두고 ‘고구마’처럼 답답한 원칙주의자로 바라본 대목이 눈에 띈다. 경위는 이렇다. 황 선임행정관은 제주도로 출장을 가던 도중에 “곧 JTBC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미투 의혹을 보도할 것”이라는 급보를 전달받는다. 황씨는 민정을 살피는 민정수석실의 일원으로서 급히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려 하지만, 조국 수석은 황 선임행정관에게 “제주도에 남으라”며 만류한다. 그 문제에 민정수석실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황현선 보좌관을 보면 조국이 보인다”


▎황현선(오른쪽) 사무총장과 조용우 당대표 비서실장은 모두 ‘친문’인 ‘청와대 스쿨’로 분류된다. 2018년 3월 21일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황현선 선임행정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국 수석에 대한 답답함은 청와대 근무 시절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어느날 조국 수석이 홀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적이 있었다. 황 선임행정관이 “왜 혼자 드셨어요”하고 묻자, 조국 수석은 “황 국장도 개인적인 점심 약속이 있을 것 같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혼자 먹었다”고 했단다. 그런 조국 수석을 황 보좌관은 존경과 신뢰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국 대표의 가족이 수난을 당할 때 친가족처럼 안타까워하던 이도 황 보좌관이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로 찰떡궁합을 보인 두 사람의 재회가 조국혁신당 성공의 시작이었다. 조국혁신당이 원내 제3당으로 약진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의 역할이 컸다. 현재 조국혁신당에는 ‘청와대 스쿨’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조국 대표의 오른팔인 황 사무총장은 물론, 왼팔인 조용우(전 국민대 교수) 당대표 비서실장도 ‘청와대 스쿨’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록비서관을 지낸 조 비서실장은 황 사무총장과 함께 공정한 경선을 위해 4·10 총선 불출마를 택했다. 당 공식 출범 이전인 지난 2월부터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느라 새벽까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소통해왔다.

여기에 윤재관(전 국정홍보비서관) 전략본부장, 정춘생(전 여성가족비서관) 비례대표 당선인, 배수진(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대변인, 이지수(전 해외 언론비서관) 대변인이 ‘청와대 스쿨’이다. 김준형 비례대표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차관급)을 지냈다.

지난 3월, 조국혁신당 관계자 A씨는 기자에게 “우리는 청와대 스쿨”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에 대해 “정통 문재인당”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공천 파동으로 ‘친명(친이재명) 사당’이란 말까지 나왔던 민주당과는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스쿨’은 외교가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다. ‘워싱턴 스쿨’, ‘차이나 스쿨’이 대표적이다. 외교부 내 미국통과 중국통을 의미한다. 조국혁신당원들이 말하는 ‘청와대 스쿨’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용어로 읽혔다.

선거가 끝난 뒤 조국혁신당이 두 자릿수 당선인을 배출한 비결에 대해 묻자, 조국혁신당 관계자 B씨는 “우리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말했다. 실제 창당 한 달여 만에 전국에 걸쳐 당 조직을 빠르게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청와대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이유가 컸다고 했다. 그렇다고 조국혁신당이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만 이뤄진 폐쇄된 조직은 아니다. 주요 당직자와 창당 멤버가 ‘청와대 스쿨’이란 점을 의식한 조국 대표는 인재를 영입할 때는 다양성에 방점을 뒀다. 영입 인재 1~3호인 신장식 당선인, 이해민 당선인, 서왕진 당선인은 ‘청와대 스쿨’과 거리가 있다. 두 번째 승리 요인은 진보 진영의 오랜 성공 공식인 ‘지역구·비례대표 분리’ 전술이 꼽힌다. 조국 대표는 일찌감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통합진보당이 동일 전술로 비례대표 10명을 당선시킨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비례대표 후보에 승부를 걸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7대 총선 당시 ‘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통진당’ 전술을 구사해 비례대표로만 10명을 당선시켰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만 후보를 낸 열린민주당도 3명을 당선시키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술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민주당이 친문 인사들 지역구에 친명 인사들을 무리하게 공천하면서 호남과 서울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관심이 조국혁신당에 확 쏠리며 이른바 ‘조국 열풍’을 몰고 왔다.

‘지역구·비례대표 분리’ 전술의 대성공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4월 12일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함께 현충탑 참배를 위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민비조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국비조’는 총선 직전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언급하며 화제에 올랐다. 나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국비조’라는 말이 유행어로 돼 있다고 어제 누가 그러시대요”라며 ‘지국비조’를 거론했다. 실제 ‘지국비조’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보수세가 짙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 투표 의사 비율은 30.8%로 조사됐다.

조국혁신당 관계자 B씨는 이에 대해 “지국비조는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조국 교수가 ‘조국 사태’ 이전 자신의 이미지를 되찾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승리 요인은 조국 대표의 개인기다. 조국혁신당 유세 현장에서 조국 대표는 늘 지지자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녔다. 선거가 한창이던 4월 8일, 기자가 조국 대표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군포에 도착했을 때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미리 준비한 모형 명품백을 조 대표에게 건넸다. 지지자들이 수갑이 달린 모형 명품백을 조 대표에게 선물하자, 조국 대표는 모형 명품백을 왼손에 든 채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특검”이라고 외쳤다. 현행 선거법에 비례대표 후보자는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기에 핵심적 단어만 짧게 외친 것이다. 학자에서 ‘정치 투사’로 변신해 우렁찬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조국 대표를 지켜 본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조국 대표가 호소력 있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을 보고 그가 젊은 시절 ‘사노맹’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조국 대표의 폭넓은 인맥도 짧은 기간에 조국혁신당을 성공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조국 대표와 잘 알고 지냈다는 40대 교수는 “조국 교수는 소위 ‘조국 사태’ 이전에도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분이다. ‘조국 사태’ 이후에 조 교수에게 강성 진보 프레임이 덧씌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이전까지는 조국 대표가 보수 성향의 인사들과도 술잔을 기울이는 등 넓은 인맥을 소유했다는 것이다. 조국 대표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앞서 ‘지국비조’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국 대표 가족에 대한 지지자들의 안타까움과 온정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이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광주(47.7%), 전북(45.5%), 전남(44.0%)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광주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광주 96개 행정동 중 90곳에서 1위를 기록했다. 광주지역의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표심이 엘리트 정치인 조국에게 쏠렸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조국혁신당이 짧은 시간에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하긴 했지만 당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당장 조국 당선인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문제다. 조국 대표는 현재 업무방해 및 허위·위조 공문서 작성·행사, 사문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인용될 경우 징역 2년 형에 처해진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1일 조 대표 사건을 노정희·이흥구·오석준·엄상필 대법관으로 구성된 3부에 배당했다. 엄상필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입시 및 사모펀드 비리 사건의 2심 재판장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엄 대법관은 정경심 전 교수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원내 3당의 수장으로 거듭난 조국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인용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국 대표 지지자들이 내심 바라는 것처럼, 룰라 브라질 대통령처럼 조국 대표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국 “김건희 특검과 한동훈 특검 추진할 것”


▎조국 대표는 우산을 쓰지 않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에서 원내 제3당이 되는 조국혁신당은 5월 국회에서 어떤 정책을 내보일까?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총선 개표 직후인 4월 11일, 조국 대표는 비례대표로 출마한 인사들과 함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그는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서 조사하라”고 외쳤다. 조국혁신당이 누구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조국 대표는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안에는 주가조작만 들어가 있다”며 “그 이후 두 가지가 더 추가됐다. 첫째는 명품백 수수이고 둘째는 양평 고속도로”라고 말했다.

조국 대표가 특검을 외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기자와 가진 월간중앙 4월호 인터뷰에서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한동훈 특검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모두에게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법치’다. 나와 윤 대통령, 나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특검’과 더불어 ‘사회권 강화’도 조국 대표가 강조하는 사안이다. 사회권 강화는 지난 2022년 3월 조국 대표가 출간한 [가불 선진국]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회권에 대해 조국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권은 우리나라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풀어 말하면 노동, 주거, 복지, 생계, 의료 등의 분야에서 사회경제적 약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말한다.”

조국 대표는 책 제목을 [가불 선진국]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선진국 대한민국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급·계층·집단의 희생에 기초하여 이루어졌고,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칭호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미리 당겨 받은 칭호다. 이 점에서 대한민국은 가불 선진국이다.”

조국,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지는 지켜봐야

월간중앙은 총선 직후 조국 대표 측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당분간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선거 전만 해도 진보·보수 성향 언론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데 힘썼던 조국 대표의 피로가 극심하다고 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국회 등원과 사법리스크 대응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조국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어떻게 진행될까? 총선 직후 조국 대표의 공식 일정이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에 봄비가 내리던 4월 15일,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예의를 갖춘 정장 차림으로 사저 밖으로 나와 조국 대표와 당선인들을 맞았다. 문 전 대통령이 환한 웃음과 함께 “축하한다”고 격려하자, 조국 대표는 “많은 조언을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답했다. 양복 차림의 문 전 대통령과 조국 대표의 모습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 청와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수석의 격의 없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조 대표와 당선인들은 이후 봉하마을로 이동해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조국 대표는 우산을 쓰지 않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뒤에 선 비례대표 당선인 11명도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묵묵히 예를 갖췄다. 무릎을 꿇은 조국 대표는 한동안 무엇인가 다짐한 이후에야 자리를 떴다. 기자에게는 그 장면이 조국 대표 자신이 ‘친노’의 적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미래를 다짐하는 자리로 읽혔다. 조국 지지자들의 기대대로 그가 앞으로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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