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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 화제 당선인] 최고령· 최고 득표율 박지원 당선인 

“민심은 정권 부도처리… 윤 대통령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해야”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정치 9단’ 박지원, 해남완도진도에서 최고 득표율로 5선 성공
“이재명 대표 만나 김건희·이태원 참사·채상병 특검 수용” 촉구


▎박지원(가운데) 당선인이 경기도 오산을 찾아가 차지호 후보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외에 정치 신인들이 출마한 지역을 돌며 50차례 넘는 지원 유세를 펼쳤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정치 9단’의 수식어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5선 고지를 밟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지원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인 92.35%(7만832표)를 얻었다. 만 81세로 당선인 중 최고령이다.

민주당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출마선언문에서 밝힌 것처럼 박 당선인은 “오늘이 제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자세로, 그리고 내일은 제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숨은 선대위원장이나 다름없었다. 자기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결전지, 특히 정치 신인들이 출마한 곳을 찾아다니며 유세를 펼쳤다. 4선 국회의원에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자신의 정치 경륜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마포·도봉·동작·관악, 인천, 용인, 오산, 청주, 충남, 제주 등 지원 유세만 52회, 주 3회는 하루 500㎞를 오가는 대장정에 버금가는 일정을 소화했다. 박 당선인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1년 52주 중 50주 이상을 ‘금귀월래’하라고 하셨고, 그 약속을 12년 동안 지켰다”고 했다.

‘금귀월래(金歸月來)’는 금요일에 지역에 내려가고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오는 박 당선인의 지역구 관리 노하우를 일컫는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 의원은 목포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한 이래 김 전 대통령의 가르침을 어긴 적이 없었다고 한다. 목포 국회의원 시절 12년 동안 1년에 50주 이상 금귀월래를 실천했다. 횟수로는 624회, 이동 거리는 42만6800㎞에 달한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국회 일정을 소화하고, 금요일에 KTX를 타고 목포에 내려와 주말 내내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지역민들을 만났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금귀월래 시즌 2’, ‘목귀월래’라고 명명했다. 목포보다 거리가 더 멀고 수많은 섬들이 있는 광활한 해남완도진도 민심을 살피려면 금요일에 내려가는 것으로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올드보이라는 평가에 스마트보이, 새순으로 맞섰다. ‘대단하다’, ‘노욕이다’란 평가가 병존하는데 ‘노욕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도록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또 국가를 위해 어떤 기회든 마다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 당선인은 원내대표부터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장을 빼곤 원내 중책을 모두 맡아본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 남은 임기 3년, 지난 2년처럼 하면 나라 망해”


▎박지원 당선인이 일요일인 14일 지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행 KTX 안에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평일엔 서울, 주말엔 지역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금귀월래’를 다시 시작했다. / 사진:박지원 당선인 페이스북
박 당선인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민심은 이미 윤석열·김건희 검찰정권을 부도처리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이 “대통령을 아주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변하는 길로,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협치 방법은 다소 과격하면서 직설적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만나 김건희·이태원 참사·채 상병 특검을 논의, 합의해 22대 국회가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며 “물가, 자영업자·영세상공인·농축어민의 이자 감면 등 민생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2년처럼 앞으로 3년도 똑같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고향인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 당선인은 해남·완도·진도 KTX 시대를 열고 연도·연륙교 건설과 전남국립(공공)의대·아동청소년 전문병원 유치, 완도 국제 해양 치유 관광 및 바이오산업 특구 지원 등을 약속했다. 농축산어민들이 유통 구조상 소득을 제대로 못 올리는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구 소멸, 기후 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22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생산적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경험과 경륜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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