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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연금 개혁, 그리고 위기의 프랑스 민주주의 

귀 막은 마크롱의 독주에 저항의 깃발 든 프랑스 시민들 

시민 반대 무릅쓰고 의회마저 건너뛴 채 연금 개혁 밀어붙여
마크롱 정부 잇따른 일방적 정책 추진이 시민 불복종 부추겨


▎프랑스 정부가 법정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대 여론을 묵살하는 한편, 의회 표결도 거치지 않아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23년 3월 7일, 프랑스의 브졸 국제 아시아 영화제에서 김민주 감독의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2022)가 심사위원 상을 비롯해 2관왕에 올랐다. 영화제 공식 통역을 맡았던 필자는 이튿날 강의를 위해 부랴부랴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 학교는 프랑스 중서부의 라로셸에 있다. 버스와 기차, 그리고 또 하나의 기차로 총 764㎞, 넉넉히 잡아도 여섯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런데 하필 그날, 프랑스 전역에서 저항의 깃발이 솟아올랐다. 철도 노조는 기차 운행을 방해했고, 거의 모든 대중교통편이 취소됐다. 발목이 단단히 잡혔다.

천운으로 당일 새벽, 근처 도시까지 가는 노부부와 연락이 닿아 카풀을 했다. 돌아가는 길은 더 험난했다. 대형 트럭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길목을 차단했고, 각종 노조가 주요 나들목 통행을 막아버렸기에, 노부부는 샛길로 우회해 가며 목적지까지 힘겹게 운전해야 했다. 이날 프랑스의 시골 풍경이란 풍경은 실컷 구경했던 것 같다. 여섯 시간이면 될 거리를 아홉 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으나 나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학교를 폐쇄했고, 수업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도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프랑스는 더더욱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중이다.

그 혼란의 중심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인 연금 개혁이 있다. 2022년 4월 대선 당시 마크롱은 모든 시민이 최소 월 1100유로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이를 위해서 정년을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할 것이지만,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근속 기간이 길거나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을 가진 이들은 예외적으로 65세 전에 은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마크롱 정부는 공약 검토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월 연금 수령액을 1200유로로 인상하는 반면, 이 금액은 총 근속 기간 43년을 채운 이들에게만 적용될 거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정부의 고심은 인구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연금기금 안정성의 약화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프랑스의 출산율은 내림세다. 특히 2022년 출생아 수는 72만여 명에 그쳐, 2021년보다 2.6% 감소했다. 반면 총인구의 평균 연령은 높아만 간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5%를 넘었으며, 이 추세라면 2040년에는 전체의 32%를, 2070년에는 전체의 3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체적인 인구 증가세 감소와 고령화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사정은 타 국가에 비하면 양호하거나 나은 수준이다. 프랑스 인구는 소폭이기는 하지만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유럽연합(EU) 27개국 중 인구가 두 번째로 많다. 여성 1인당 출산하는 아이도 1.83명으로 EU 국가 중 가장 많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도 20.4%로 EU 평균(20.6%)보다 낮은 편이고, 20세 미만 인구는 전체의 23.7%로 유럽 전체 평균인 19.5%보다 높다. 중위연령은 41.2세로 EU 평균(44.4세)보다 젊다.

따라서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제각각이다. 연금 개혁에 찬성하는 대표적인 전문가로는 ESCP 비즈니스 스쿨의 명예교수인 장 마크 다니엘(Jean-Marc Daniel)과 INSEAD 유럽 경영대학원의 필립 아기옹(Philippe Aghion) 교수가 있다. 이들은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강조하며 연금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는 미카엘 제무르(Michaël Zemmour)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 교수와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학교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연금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마크롱 정부가 처음부터 연금 재원 마련을 위해 은퇴 연령을 늦추는 것과 근속 기간을 연장하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는 고려 사항에 넣지도, 사회적 논의를 끌어내려 하지도 않았음을 지적한다.

연금 개혁 놓고 이념에 따라 찬반 격론


▎ 사진:연합뉴스
연금 개혁을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논의는 각자의 정치사회적 지평과 맞닿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전문가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장 마크 다니엘이 명예 교수로 있는 ESCP 비즈니스 스쿨은 1819년 프랑스 국제 무역 특별 교육원(École Spéciale de Commerce etd’Industrie)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나, 현재는 사립학교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장 마크 다니엘은 프랑스 경제학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세계화 지지파다. 필립 아기옹은 성장의 경제학에 중점을 두는 주요 경제학자 중 하나로, 그가 교수로 있는 INSEAD 유럽 경영대학원 역시 사립학교다. 즉,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마크롱 정부의 정책에 이 두 사람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미카엘 제무르는 이전까지 파리1대학이라 불리던 국립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 교수다. 이 학교는 이번 연금 개혁뿐만 아니라 마크롱 정부가 이전에 추진하고자 했던 정책에도 여러 번 반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미카엘 제무르의 주 연구 분야는 사회적재정정책(Social fiscal policy)으로, 국가의 재정 수단을 활용해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포용되는 것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특정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즉, 국민 경제의 큰 두 축인 성장과 분배 중 후자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토마 피케티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제학자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평등도가 점차 더 높아지는 본질적 성향이 존재함을 피력한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 역시 성장보다 분배의 중요성에 천착한다.

코로나와 우크라 전쟁에 시민 인내 바닥 나


▎프랑스 철도노동자들이 철로를 점거한 채 법정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말하자면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찬반은 각자의 정치적, 이념적 판단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 전체적으로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프랑스 언론 [JDD]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만 개혁에 찬성했다. 특히 35세 미만에서는 7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 역시 개혁 반대 목소리가 전체의 69~70%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극우 정당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 2022년 1차 대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후보였던 마린 르펜의 득표율은 23%가 넘었다. 또한 2022년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중 국민연합 소속은 88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은 244명으로 전체 의석의 42%, 진보 성향의 당선자는 28%에 불과했다.

즉, 현재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다지도 높은 것은 프랑스 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코로나19로 프랑스는 세 차례의 록다운으로 2020년 3월 17일부터 2021년 5월까지 이르는 기간 중 총 188일 동안 집에 갇혀 있어야 했다. 마스크 착용을 두고도 프랑스 정부는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천 마스크로도 충분히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 보건부 장관이었던 아녜스 바쟁은 사임 후 파리 시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며 마크롱 정부가 코로나의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좌충우돌하던 정부와 반대로 시민들은 강력한 연대를 보여줬다. 매일 저녁 7시만 되면 시민들은 창가로 나와 손뼉을 치며 함성을 질렀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 응원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길어지는 록다운에 지쳐가는 이웃을 위한 연대의 메시지도 때로는 글자로, 때로는 음악으로 굳게 닫힌 문을 통과해 전달됐다. 그뿐인가. 마스크 부족 해결을 위해 기업은 물론 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수공업으로 천 마스크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함께 나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위기에 시민들은 지쳐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TV에 나와 연설하며 시민들을 응원하고 신뢰를 얻으려 노력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 백신의 효능을 인정하지 않는 안티 백신 운동이 강력하게 작용한 이유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8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프랑스인은 전체의 56.6%밖에 되지 않았다. 실제로 안티 백서(Vaxxers)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고, 진보 지식인 그룹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2022년 2월. 프랑스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고 시민들이 점차 일상을 되찾아 가려던 그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코로나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심화되었다. 실제로 프랑스 내 인플레이션은 2021년 여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 7월에는 6.8%에 이르더니 2023년 초에는 7.2%까지 도달했다.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 내 인플레이션이 0~3%대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프랑스 사회에 미친 타격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전에 없이 가난해졌다. 정부는 국민의 실제적, 심리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 수당을 올리고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미 상황은 가래로도 막지 못할 만큼 악화했다. 게다가 양극화는 전보다 더 심해졌다. 부동산을 예로 들어 보자.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을 거치면서 타 지역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파리 시민들이 지방의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넓은 실내·외 공간 확보 등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방, 특히 파리를 오가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지역 중심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프랑스 중서부 샤랑트마리팀 지역의 중심 도시인 라로셸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바다를 옆에 끼고 있고 도시 곳곳에 공원과 해변이 잘 조성돼 있어 부유층이 별장지로 선호한다. 2022년 한 해, 라로셸 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15%를 웃돌았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서 라로셸 주민들은 자신의 수입으로는 라로셸 도심 내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다. 이에 주민들이 근처 위성 도시로 눈을 돌리면서 근처 부동산 가격까지 치솟았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월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 저소득층이 도심으로부터 밀려나는 현상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와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공통적으로 초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이 심화된 불평등 해결의 주요 열쇠가 되리라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마크롱 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다. 마크롱은 오히려 프랑스에 존재하던 누진적 부유세를 없애버렸다. 1981년 도입돼 2018년까지 적용했던 프랑스의 부유세(ISF)는 소득세와 별개로 일부 고소득층에게 부과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수당과 같은 부의 불평등 완화 정책을 펼치는 주요 동력원이었다. 부유세 폐지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세금 부담으로 인해 자산가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국부의 해외 유출을 우려했다. 하지만 부유세 폐지는 오히려 납세 배분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를 심화시켰을 뿐, 기업 투자 유치 등 기대했던 효과는 거의 거두지 못했다. 이에 시민사회가 부유세 부활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마크롱은 한사코 귀를 막고 있다.

헌법 예외조항 내세워 의회 표결도 생략


▎4월 6일 프랑스 칼레에서 벌어진 전국 총파업 11일째 시위에서 한 시민이 ‘물은 100도, 사람은 49.3도에서 끓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헌법 제49조 3항을 이용해 의회 표결 없이 연금개혁 법 개정을 강행한 것을 비난하는 의미가 담겼다. / 사진:연합뉴스
마크롱의 옹고집은 이전 정책에서도 일관성 있게 나타나 여러 사회 운동의 뇌관이 되곤 했다.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적용했다는 사실은 한국 언론에서도 이미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부의 법안은 의회의 표결을 통하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고,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법안은 취소되고 국무총리 이하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마크롱은 대통령이 된 2017년 이래, 해당 조항을 열두차례 적용했다. 그중 재선에 성공한 2022년 이후에만 열한 차례다. 예외 조항의 일상적 사용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마크롱 이전에 가장 많이 해당 조항을 사용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단(!) 여덟 번에 그쳤을 뿐인데 말이다.

마크롱정부 들어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촉발된 여러 집회를 대하는 프랑스 정부의 자세는 꽤 위태롭다. 지난 2017년 9월, 노동법 개혁 반대 집회가 들불처럼 일어나자 마크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마크롱의 시선은 지지율이 44%에서 28%로 떨어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3월 21일, 파리에만 주최 측 추산 80만, 경찰 추산 12만 명이 모인 그날, 마크롱은 “군중에게는 정당성이 없다”며 시민의 요구를 일축했다. 마크롱에게 있어 정당성은 투표로 뽑힌 의회에 있는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회의 목소리조차 마크롱 정부는 헌법 제49조 3항을 들어 차단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집회에 모인 군중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군중’과 ‘대중’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연금 개혁 반대 집회의 구호가 “마크롱 사임”으로 모이는 이유다. 프랑스는 왕의 목을 베어 버린 역사를 가졌지만, 대통령을 탄핵시켜본 적은 없다. 따라서 거리의 구호는 “마크롱 사임”일지언정 “마크롱 탄핵”은 아니다. 아마 마크롱이 사임하지 않는 한, 2027년까지 그의 임기는 보장될 것이다. 그리고 마크롱 임기 내내 그래왔듯이 거리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애써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극심한 혼란을 자초한 것은 시민의 요구에 귀를 막고,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 마크롱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그런데 새의 비행은 그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기계적 균형(mechanical balance)으로는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한다. 생산 인구의 감소라는 현실 문제 앞에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시민의 위기의식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크롱 정부는 독단적인 행보로 정부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 훨씬 더 큰 비중을 두었고, 결국 균형을 잃은 새는 추락하는 중이다. 프랑스의 상처 입은 민주주의의 향방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지지율 추락에 개의치 않는 마크롱의 아집

이러한 프랑스 상황은 우리 한국 사회에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또한 정부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위해 얼마나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신념과 아집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정부가 신념을 가지고 사회 발전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을 설득하는, 지루하지만 필수적인 과정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신념은 부지불식간에 아집으로 퇴색하고 만다. 그리고 정부의 아집은 우리 사회의 날개를 부러뜨리고 말 것이다. 인구 절벽 위기 앞에 선 한국은 다시금 비상할 것인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 것인가. 프랑스 사회가 전해주는 교훈이다.

- 홍소라 프랑스 라로셸대학교 응용외국어학과 부교수 sora.marcelle.hong@gmail.com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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