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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미래 도시농업으로 주목받는 인도어 팜 

어두컴컴한 지하철역이 싱그러운 상추밭으로 

최영재 기자
실내 농장 기업 넥스트온, 서울 남부터미널역 안에 인도어 팜 운영
병충해 없고, 온·습도 일정해 재배 기간 줄이고 생산량은 5배 높여


▎넥스트온의 충북 옥천 터널은 세계 최대 터널형 인도어 팜이다.
어두운 지하 계단을 올라가자 유리창 너머 자주색 LED 빛이 쏟아진다. 사용하지 않는 지하철역 한구석,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녹색의 상추와 바질이 자라고 있었다. 에어샤워 부스를 지나 농장으로 들어서자 싱그러운 바질 향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지하철 어두운 복도를 지나 도착한 농장, 넥스트온의 서울 남부터미널 인도어 팜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10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유휴 공간을 넥스트온에서 임대 받아 실내 농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넥스트온은 남부터미널역뿐만 아니라 충북 옥천의 폐터널 인도어 팜도 운영 중이다. 특히 옥천터널은 세계 최대 터널형 인도어 팜(약 6700㎡)으로, 14단 수직 선반과 햇빛을 대신하는 LED, 습도와 바람을 제어하는 공조 시스템, 유량·유속을 조절하는 양액 시스템까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터널 내부는 연중 섭씨 15~16도의 온도가 유지돼, 별도의 냉·난방 시설이 필요 없다. 계절 영향을 덜 받으니 한여름에도 딸기 출하가 가능하다. 넥스트온 문성필 이사는 “옥천터널은 두꺼운 철문으로 밀폐돼 있어 날씨는 물론 세균과 진딧물 등 병·해충 걱정도 없다”며 “빛과 습도를 성장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어 높은 당도와 진한 향을 가진 최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도어 팜 또한 옥천터널과 마찬가지로 병·해충 걱정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농약이 필요 없는 환경이 되었고, 친환경 무농약 인증으로 이를 증명했다. 넥스트온 송다영 생산팀장은 “남부터미널 실내 농장의 깨끗한 환경 속에서 자란 바질과 상추는 흐르는 물에 한 번만 씻어 드시면 된다. 덕분에 납품받는 식당 관계자들도 채소를 여러 번 씻어야 하는 전처리 과정의 수고를 덜어 편하다며 무척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넥스트온은 종자 비용 절감을 위해 자가 육묘도 시도하고 있다. 코코넛 껍질을 이용한 배지에 칼륨으로 코팅된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운다. 인도어 팜의 바질과 상추는 생장에 적합한 환경으로 맞춰져 있어서 6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 노지에서는 100일 정도 걸리는 과정을 절반으로 줄였으니 그만큼 비용도 절감된다.

특히 수직으로 쌓은 단 덕분에 500평 넓이지만, 수확량은 노지 2500평에 버금간다. 작업자의 동선이 줄고, 외부와 철저히 밀폐돼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니 작업 효율도 높다. 노지에서 상추 3㎏ 한 상자를 수확하기 위해 한 명의 노동자가 3시간 일해야 한다면, 인도어 팜에서는 20분이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잘 갖춰진 환경 탓에 생육 기간은 짧고, 노동자의 작업 효율은 높아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인도어 팜은 더욱 기대감을 더해가는 사업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필요할 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적은 인력으로 농작물 관리와 생산이 가능한 점이 특히 강점이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라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미래 사업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기대와 함께 넥스트온은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사막에서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넥스트온 미나 법인을 설립하고 시설과 노하우를 수출할 예정이다.


▎칼륨으로 코딩된 바질 씨앗을 코코넛 배지에 심고 있다.



▎송다영 생산팀장이 모종을 수직으로 쌓은 단에 정식하고 있다.



▎세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의 수확된 바질잎.



▎3호선 남부터미널역 지하 계단 한구석에 유리 벽 뒤로 넥스토온 인도어 팜이 보인다.



▎연구원이 관수로의 물을 채취해 영양성과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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