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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화제]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1위 비결은 

‘자동차 비수기’에 역대급 실적… 정의선 회장 체질 개선 통했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반도체 수급 개선 속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믹스 개선 전략 주효
밸류 체인 수직 계열화 등으로 경쟁사 대비 생산 원가 크게 낮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신년회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6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매 대수 증가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우호적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연중 ‘자동차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달성한 이례적 성적표다.

증권가는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 체인 수직 계열화와 주요 부품 모듈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생산 원가가 낮은 만큼 호실적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6.5%였던 현대차 자동차 부문(금융 등 기타 부문 제외) 영업이익률은 2025년 10.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8.4%에서 13.0%로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자동차그룹은 핵심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현대모비스 등의 계열사는 물론 그룹 밖에도 350개의 1차 벤더를 보유했다”며 “현대와 기아는 모듈·시스템화한 부품을 납품받아 최종 조립하는 구조인 만큼 관련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고, 파워트레인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연구·개발(R&D)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것도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4년차를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그룹 체질개선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소형원자로(SMR) 등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도 쾌속 질주 전망


▎기아 화성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EV6 최종 검사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와 고수익 RV 모델 중심의 판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 사진:기아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작년 동기 대비 86.3% 증가한 3조59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2013년 3분기(9.7%) 이후 분기 기준 최고인 9.5%를,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37조77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의 역대 최대 분기 이익 달성 비결은 판매량 증가다. 현대차는 1분기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총 102만1712대를 팔아치웠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된 데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우호적 환율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7세대 디 올 뉴그랜저’가 본격 판매된 가운데 SUV와 제네시스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많이 팔리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만 작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19만1047대가 판매됐다. 해외 시장에서는 부품 수급 상황 개선에 따른 생산 증가 속에서 아이오닉6 등 친환경차가 효자 역할을 했다. 작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83만665대가 팔려나갔다.

기아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9.1%, 78.9% 증가한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12.1%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11.4%)마저 넘어서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에 올랐다.

생산 정상화와 가용 재고 확대로 판매가 증가했던 게 역대급 실적 비결이었다. 기아는 1분기 국내외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76만8251대를 판매했다.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과 인센티브 절감 등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한 것도 호재가 됐다. 여기에다 우호적 환율 영향까지 더해졌다.

국내 판매는 부품 수급 개선에 따른 생산 정상화로 카니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수요가 높은 RV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다. 작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14만1740대가 팔렸다. 해외 판매는 공급 개선에 따른 가용 재고 증가가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면서 주요 시장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주력 RV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됐고, 인도에서는 공장 3교대 전환에 따른 물량 증가와 신형 스포티지 및 현지 전략형 모델 ‘카렌스’ 신차 효과가 호실적 요인이었다. 작년 대비 11.1% 증가한 총 62만6511대의 차량이 해외에서 팔려나갔다.

전기차 판매 획기적으로 늘린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아이오닉6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 2분기는 연간 자동차 판매 사이클의 최성수기에 진입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도 상존한다.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이 대표적 위험 요소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 등도 부담 요인이다. 두 회사가 ‘자동차 성수기’에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는 이유다.

현대차는 향후 가동률 개선에 따른 지속적인 생산 정상화를 바탕으로 올해 연간 실적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판매 물량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믹스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특히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주력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6 판매가 본격화한 가운데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과 하반기 출시 예정인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더해 전기차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5세대 완전변경 싼타페를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하는 등 하반기에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도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와 고수익 RV 모델 중심의 판매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 EV6 GT, EV6, EV5(중국) 등 주요 전기차 모델을 각 시장에 순차적으로 투입해 친환경차 판매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아는 특히 국내 출시를 앞둔 한국 첫 대형 SUV 전기차 EV9에 기대를 걸고 있다. EV9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에도 본격 투입해 친환경차 판내량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지역별 타깃형 차별화 전략도 병행한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지 인기 SUV인 텔루라이드의 생산 물량을 확대한다. 각 차급별 주력 SUV를 중심으로 고수익 차종 판매도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과 인도에서는 스포티지, 셀토스 등 수익성 높은 SUV 차종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과 목표 수익률에 기반한 차별화한 인센티브 및 가격 정책을 통해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도 속도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동화 체제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이 핵심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아이오닉5와 EV6가 각각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며 “더욱 진화한 차량을 개발·공급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R&D를 비롯한 그룹 시스템 전반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구독 등 개인화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차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가공해 고객에게 지속적 혁신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영역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소형원자로(SMR) 등을 그룹 차세대 먹거리로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HDP’를 탑재한 G90, EV9을 국내에 선보인다. 미국에서는 우버 등 차량 공유 기업과 손잡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아이오닉5 ‘로보 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해서는 2025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한 전용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델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롤스로이스, 사프란 등 주요 항공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미래 항공모빌리티(AAM) 기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SMR을 비롯해 수소 생산, 전력 중개 거래 등 에너지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모빌리티용 초고강도 철강 제품 및 신소재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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