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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식품업계와 농어가(農漁家) 상생 현장(1) 

선한 영향력으로 인생을 맛있게 하는 농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너구리·포테토칩·꿀꽈배기 장수 비결은 국내산 원료
한국 농업 미래 짊어질 청년 농부 양성에도 적극적


▎농심은 국내 최초 생감자 스낵 ‘포테토칩’을 출시한 이후 40여 년간 감자 농가와 함께 성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 농부 육성 프로그램 ‘청년수미’를 운영 중이다. 청년 농부와 멘토가 농심 아산공장 감자 저장고를 견학하고 있다. / 사진:농심
식품업계가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어가와의 상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 제품을 생산하면서 지역 농수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 농부 양성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한국 대표 식품 기업인 농심은 국산 농수특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농어가와 상생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선언한 농심은 장기적으로 고객은 물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농심의 새로운 슬로건은 단순히 좋은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심이 농가와의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사명은 농부의 마음을 뜻한다”라며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이웃과 나눌 줄 아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철학이 농심의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농부 지원 프로그램 ‘청년수미’


▎농심은 작황에 관계없이 매년 400t 내외의 ‘완도산 다시마’를 구매해 너구리를 생산한다. / 사진:농심
농심은 지난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귀농 청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청년수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청년수미는 단순히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파종에서 수확,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청년 농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심은 1980년 국내 최초로 생감자 스낵 ‘포테토칩’을 출시한 이후 40여 년간 감자 농가와 함께 성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 농부 육성 프로그램 청년수미를 기획하게 됐다. 최근 젊은 층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청년수미 프로그램으로 귀농 청년의 조기 정착을 돕겠다는 취지다.

농심은 이와 관련해 매년 10명의 청년 농부를 선정하고, 파종 전 사전 계약으로 선급금을 지급해 안정적인 영농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씨감자 보관과 관리법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파종 시 현장 점검 등 전반적 영농 관리 교육을 진행 중이다. 수확기에는 농심 담당자가 현지에 상주해 감자 품질을 관리한다. 아울러 우수 농가와 멘토·멘티 결연을 맺어 세부적 노하우까지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수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수진(36·경북 성주군) 농부는 “3년 전 귀농해 콩 농사를 짓고 있던 중 농심에서 청년수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자 농사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며 “감자는 콩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고 어려웠지만, 농심 관계자와 함께 멘토인 김의종 더어울림 대표가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챙겨준 덕분에 첫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청년 농부가 수확한 감자를 구매해 ‘수미칩’과 ‘포테토칩’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간 청년농부가 재배한 감자 총 360t을 구매해 감자칩을 생산했다.

농심 관계자는 “청년수미를 통해 귀농 청년은 감자 농사 노하우를 얻고, 농심은 높은 품질의 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봉 농가와 아카시아꿀 계약 생산

농심은 인기 스낵 꿀꽈배기의 핵심 재료인 아카시아꿀을 재배하는 양봉 농가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국양봉농협과 함께 ‘함께하는 양봉’ 업무 협약을 맺고, 아카시아꿀 농가의 안정적 영농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양봉 농가들은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꿀벌 개체 수 감소와 질병 등으로 벌꿀 수확량이 줄어 소득이 불안정해지는 등 두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심이 양봉 농가와 아카시아꿀 계약 생산을 체결한 이유다.

농심은 국산 아카시아꿀을 꿀꽈배기 생산에 사용한다. 꿀꽈배기 1봉지(90g)에는 아카시아꿀 약 3g이 들어간다. 농심은 매년 160t 내외의 국산 아카시아꿀을 구매해왔다. 아카시아꿀은 꿀꽈배기 특유의 달콤한 맛을 내는 주재료이자 지난 50년간 인기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농심은 양봉 농가들의 생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농가에 꿀벌 질병 진단키트를 보급하는 것은 물론 벌통 내부 습도와 온도 등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벌통 구입비 등도 지원 중이다.

농심은 양봉 기술이 부족한 젊은 농부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양봉농협에서 추천하는 우수 양봉 농가 10명을 국립농업과학원이 추천한 청년 양봉 농가 10명과 연결하는 멘토링 활동 등을 통해서다.

농심은 또한 양봉 농가의 벌꿀 채취를 증대시키기 위해 향후 아까시나무, 헛개나무 등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밀원수를 협력해 식목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농가의 영농 활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기업과 농가가 함께 성장하는 모범적 상생 사례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넘게 다시마 어민과 동행

1982년 너구리 출시와 함께 40여 년간 이어온 국산다시마 어민과의 동행도 농심의 대표 상생 사례로 꼽힌다. 농심은 작황에 관계없이 매년 400t 내외의 다시마를 구매해 전남 완도군 어민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너구리 국물 맛의 화룡점정을 찍는 ‘완도산 다시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보적 매력 포인트다. 농심은 너구리 개발 당시 어머니들이 국물 요리를 할 때 깊고 진한 해물맛을 내기 위해 다시마를 활용해 육수를 낸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이를 제품에 적용했다.

농심은 국내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완도산 다시마를 별도 가공 없이 그대로 넣어 해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너구리를 완성했다. 통째로 넣은 다시마는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함께 너구리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너구리 다시마의 고향인 완도군 금일도는 국내 최고 품질의 다시마 산지로 유명하다. 일조량과 바람 등 다시마 양식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다시마의 60~70%가 금일도에서 생산된다.

농심은 작황이 좋지 못한 데다 생산 비용마저 증가해 다시마 가격이 전년 대비 약 40% 상승한 지난해에도 완도산 다시마를 대량 구매해 눈길을 끌었다. 너구리 판매량이 증가세인 점을 감안해 평년 대비 오히려 10% 이상 늘린 450t의 다시마를 사들였다. 가격에 상관없이 최고 품질의 다시마를 사용함으로써 국내외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완도 지역사회와의 상생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의 최장수 라면 브랜드이자 연매출 1000억원을 꾸준히 기록하는 파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너구리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다. 영화 기생충에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어 만든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너구리는 해외 소비자 사이에서 ‘RtA’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너구리 포장지를 거꾸로 뒤집으면 알파벳 R, t, A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농심이 매년 구매하는 다시마 양은 국내 식품업계 최고 수준이다. 누적 구매량만 1만6000t을 넘어섰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도 완도 다시마와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더욱 품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의 인생을 맛있게 하는 농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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