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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이철우 시도지사협의회장이 경고하는 ‘국가 위기 불감증’ 

“저출산 시대, 국정운영의 대전환 모색해야”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더 이상 성장우선주의로 수도권과 지방 격차 방치하면 안 돼”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자치가 갖는 한계 넘을 새로운 기회”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은 “영국의 예에서 보듯 지역 불균형을 방치하면 국가의 미래가 왜곡된다”고 강조했다. / 사진:경북도청
"중앙 관료들이 보기에 예전에는 시·도지사가 장관에게 아무래도 약간 밀리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시·도지사가 장관과 대등하거나 어떤 땐 파워가 더 센 느낌을 준다. 광역지자체장에 유력 정치인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거니와 윤석열 정부 들어 시·도지사의 위상과 발언권이 강화된 영향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중앙정부 장관과 지방정부 수장의 역학 관계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 자치조직권 확대 등 지방자치단체에 힘을 부쩍 실어주면서 시·도지사들을 보는 외부 시각도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정점에 현 정부 들어 활성화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자리한다. 이 회의는 17개 시·도지사와 대통령, 국무총리, 주요 부처의 장관들이 분기별로 모여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이 회의가 대통령이 시·도지사들로부터 민심을 듣는 통로로 활용되면서 지방정부와 그 수장의 존재감, 자신감도 덩달아 커졌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독자적인 비전과 실질적 현안 숙의 기능을 가진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이철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민선 8기 초대 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했다. 경북도지사를 겸하고 있는 이 회장은 “불균형 상태가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라고 월간중앙에 말했다.

민선 8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한 지 10개월이 돼 갑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이슈를 많이 양산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 왔고 한류 문화에 세계가 열광할 정도로 대단한 나라가 됐습니다. 그러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자살률은 제일 높고, 잠재성장률은 OECD 국가 중제일 떨어지죠. 청년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저는 이런 문제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공동화(空洞化)에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수도권도, 지방도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 된 것이죠. 사는 곳에 따라 삶의 질이 다르고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집니다. 시·도지사들 대부분이 정치나 국정에 참여했던 분들인데, 막상 지방자치를 맡아 지역 현장을 다녀보면 적잖은 충격을 받아요. 몇몇 분들은 국회나 정부에 있을 때 왜 이런 문제를 몰랐고 대응하지 못 했느냐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정부 정책이 국민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연계되고 충돌하는지, 중앙정부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게 시·도지사들의 역할입니다. 대통령, 국무총리와 함께 그런 지혜를 나누고 국가와 지방,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대통령과 전국 광역지자체장, 국무위원 등이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그런 틀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지방에서도 희망을 갖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치분권 방안 연구”


▎4월 6일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공동결의문을 낭독하는 이철우 시도지사협의회장(앞줄 오른쪽 둘째). / 사진:연합뉴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지역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도 있지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이 회의가 시·도지사들이 대통령께 이것저것 해달라고 늘어놓는 ‘민원성 회의’로 변질하면 의미가 반감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통령실, 행안부와 시·도지사들에게 이 회의의 취지와 함의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사실 제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2년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최초로 발의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은 중앙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지방자치는 취약한 상황이었어요. 대통령은 취임 초반에 시·도지사들을 두어 번 불러 만나고는 그걸로 끝이었죠. 저는 대통령이 시·도지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국가정책에 대한 현장의 평가를 구하는 창구입니다.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국정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지요. 시·도지사들이 생각하는 미래 비전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시·도지사들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정책 기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지방행정의 방향타를 잡는 데 유용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가까이서 접한 경험과 느낌을 소개한다면?

“윤 대통령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시원시원하게 추진하는 분이더군요. 서울 출신이고 지방행정을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도 수도권 집중과 중앙집권의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했습니다. 지난해 대선 직후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지요. 그때 인수위 균형발전 특위 설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몇 가지 건의를 했습니다. 자치분권이나 균형발전 학습이 깊었고, 입장과 대안도 분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올 초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사법권이 독립된 미국 연방제를 거론하면서 대한민국 자치분권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까지 했지요. 장관들에게 이 회의 참석을 지시하는가 하면 점심 때 시작한 회의를 저녁까지 끝장을 보자고 하기에 시·도지사들이 오히려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지자체 ‘할 수 있다’는 희망 품기 시작”


▎지난 2월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52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전국 시·도지사들. / 사진:연합뉴스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무회의는 운용과 기능에서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요?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들과 하는 회의입니다. 국가 중대사들을 다루기는 하지만 안건(案件)은 중앙정부가 사전에 다 조율해서 올립니다. 주로 대통령의 얘기를 많이 듣고 국정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지요. 반면,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하는 시·도지사들은 모두 선출직이고 야당 소속도 있습니다. 다들 속에 담아둔 얘기를 과감하게 내놓습니다. 안건 준비도 지방정부가 주도하기에 논쟁적인 것들이 있어요. 시·도지사들은 종합행정, 현장행정을 주도하기에 자기 분야만 담당하는 국무위원들과는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민생 현황, 정부 정책의 연계,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나 사회구조 전환 같은 의제들을 망라하는 거죠.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고 시·도지사와 국무위원들이 모두 함께하는 회의이자 분야별 행정과 지역별 행정이 모두 만나는 국가의 유일한 회의입니다. ‘제2 국무회의’보다는 더 적합한 호칭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활성화 이후 중앙정부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계속 순항하고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재하니까 시·도를 대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시·도지사들이 제안하거나 건의하는 과제들에 대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 같습니다. 또 지방에서는 ‘뭔가 바뀌겠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지방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고, 중앙정부에서도 호응해 주고 있으니까요. 지방자치가 갖는 한계를 넘어 새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회의 균등이 무너지고 있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 지난 2월 세종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행정안전부
이 회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에만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병’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병 때문에 국가가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했지요.

“역대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커졌죠. 기회의 균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30대 대기업 중에서 26개 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모여 있습니다. 신도시도 계속 만들고 GTX 등 광역교통망도 계속 투자됩니다. 집을 사도 몇 년 지나면 자산 가치가 지방과 큰 차이가 납니다. 이건희미술관도 서울에 짓기로 했죠. 대형 병원들도 다 수도권에 있습니다. 성장우선주의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용인하고 방치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 결과, 가치관마저 획일화되어 버렸죠. 청소년들이 서울로 안 가면 인생을 실패한 사람처럼 위축됩니다. 앞날이 창창한데도 말이죠.”

그 후유증이 지금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요?

“고무줄 양쪽을 팽팽하게 당긴 상태처럼 수도권과 지방 모두 극도의 스트레스로 힘든 상황입니다. 수도권은 지나친 경쟁의 생태계, 지방은 미래가 불투명한 생태계로 청년들은 어디 살아도 불안합니다. 합계 출산율이 0.78이고 서울은 0.59입니다. 이런 격차를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지경이고, 이미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봅니다.”

중앙 관료들의 시장만능주의, 선택과 집중, 경제우선주의 사고가 지역균형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좁은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아가는 불균형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런 사회가 지속 가능한지, 이런 방식으로 국가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돌이켜보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만큼 불균형이 심한 나라가 영국인데요. 런던 권역과 남동부만 크게 발전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낙후된 불균형 상황이 100년 넘게 지속되어 왔죠. 그런 영국이 최근에 ‘레벨링업(Leveling Up)’, 즉 상향식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채택하고 백서를 내놓았습니다.”

독특하군요. 어떤 내용인가요?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낙후지역 중심으로 찬성표가 쏟아지는 통에 EU에서 탈퇴하게 됐죠. 런던의 주류들은 투표 결과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역 불균형을 방치하면 국가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죠. 이후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지역 불균형 문제의 해결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의 충격적인 출산율과 지방 소멸의 위기는 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냄비 속 개구리처럼 저출산에 익숙해진 것인지 여전히 진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죠. 윤석열 정부와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시대’ 어젠다를 국가적 의제로 확산시키고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IT 기술 혁신이 지방이 자생력을 갖고 독자적 활로를 개척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펼쳐지는 디지털기술은 세상을 바꿀 만한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겠죠. 디지털기술은 초연결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우리가 언제 어디에 있든 사람 또는 업무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탈중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당장은 기대한 만큼의 진전이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디지털기술 접근성도 수도권과 지방은 차이가 납니다. 새로운 기술을 경험할 기회도, 디지털 교육의 여건도 수도권이 월등하죠. ‘판교가 소프트웨어 인력의 남방한계선’이라는 말도 회자될 정도로 인력이 지방을 꺼립니다. 그럴수록 지방에서 혁신적인 디지털기술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AI를 비롯한 기술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기에 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상북도의 경우 ‘메타버스과학국’을 신설하고 디지털 대전환 기본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챗 GPT를 파운데이션 모델로 해서 생성형 AI ‘챗경북’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지역 혁신이나 문제 해결에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기업과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지방 살리기의 전제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위상이 강화됐다.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빌딩 12층에 자리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 / 사진:박성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예산의 재래식 시장을 리모델링하여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백 대표의 이런 시도가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 자료가 될까요?

“전국 곳곳에서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종원 대표 같은 유명 인사가 참여하면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지하게 계속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지역사회를 바꾸는 프로젝트에는 보통 해묵은 관행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심과 예산만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것들이죠. 아마 백 대표도 예산시장에서 그런 문제들과 마주하게 됐을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모델을 안착시키려면 비전을 제시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건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백 대표가 충남의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도 동참한다고 하더군요. 전통시장에 이어서 산업 육성까지 지방 살리기에 동참해 주니 감사한 일입니다. 더 많은 셀럽들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가칭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 법의 취지와 내용이 궁금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제정하려는 법률은 기존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지방분권 과제와 균형발전 시책은 두 법률에 따라 별개로 시행됐어요. 추진체계도 달라서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지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자치분권이 강화돼야 지역별로 특화되어 진정한 의미의 균형발전에 다가갈 수 있고, 국가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자치분권도 확장될 것입니다. 서로서로 필요로 하고 성장시키는 가치들이기 때문에 정책도, 추진체계도 통합돼야 하는 것이죠. 새로운 법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서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합니다. 각 지방이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면 새롭게 설치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실행을 총괄하게 됩니다. 조속히 법률이 통과돼 추진체계가 마련되기를 시·도지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 현안 관련 가짜 뉴스 단속 시급”

얼마 전 대구경북신공항 관련 가짜 뉴스 차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니까 어떤 정치인이 소위 ‘고추 말리는 공항’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결정을 한 것처럼 국민을 선동했습니다.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그러니 참 한심한 일입니다. 우선 대구경북신공항은 공항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고 이전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대구공항은 1936년에 건설됐는데 도시가 성장하니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항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소음 피해와 개발제한을 감내해 왔고, 정부는 매년 500억원에 달하는 보상비를 지출해 왔지요. 게다가 민간공항 터미널은 포화했어요. 대구공항의 여객 처리능력이 연간 370만 명인데 2019년 이용객이 467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옮기려 합니다. 대구공항은 군(軍)공항입니다. 군공항을 이전하는 사업은 특별법에 따라서 현재의 공항부지를 판 돈으로 새 공항을 짓게 되어 있습니다. 별도로 예산을 들이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번 특별법에서는 혹시 그 돈이 좀 모자라게 되면 국가가 부족분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뿐입니다.”

이와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논란이 됐지요?

“군공항 이전은 처음부터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 없는 것이고, 민간공항 부분에 대해 면제하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신공항 총사업비 11조4000억원 중 민간공항 부분은 1조2000억원밖에 안 됩니다. 터미널만 지을 뿐, 활주로는 군공항을 빌려 쓰는 것이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민항 수요를 고려하면 그냥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도 충분히 통과되는 상황이라서 법률에 의한 예타 면제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어요. 재정도, 예타 면제도 큰 특혜를 받은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마치 텅텅 빈 공항에다가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는 것처럼 선동한 것이죠. 이런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은 언론에서도 따끔하게 꼬집어 주시기 바랍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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