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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위한 남성현 산림청장의 소명 

“산림은 자연과 자원 아우르는 21세기 반도체”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환경과 경제·관광 효과 높은 지속 가능한 숲 위해 경제성 없는 나무는 이제 솎아 내야
■산불 원인인 영농 부산물 소각 막으려 파쇄기 공급… 산불 감지할 인공지능 카메라도
■산불 재난과 싸우려면 헬기 보강하고 임도(林道) 확충 절실, 진화할 땐 군사작전처럼
■산림청장으로서 규제완화 주력, 공익용 산지 내 사유림 소유자에 손실보상금 지급 검토


▎남성현 산림청장은 대한민국 산림 정책의 ‘리빙 레전드’ 같은 존재다. 그는 청장이 된 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산림 행정에 관한 국민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윤석열 정부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전문가 중용이다. 전문가의 장점을 꼽자면 ‘좋은 소리 듣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데 있다. 남성현(65) 산림청장은 이 지점에서 윤 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철학과 커리어를 갖추고 있다.

남 청장은 7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2022년 5월 13일 윤 정부의 산림청장(차관급)에 임명됐다. 야간대학 출신 비주류라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45년 동안 산림 한 분야에서 쌓은 내공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4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만난 남 청장은 “내가 지금 34대 산림청장인데, 3대 청장 때부터 일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는 대한민국 산림 정책의 패러다임에 관한 강의나 다름없었다. 으레 고수(高手)들이 그렇듯, 남 청장은 민감한 이슈를 간명하게 설명하는 내공을 보여줬다. 숲과 나무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 다수가 직관적으로 품고 있는 ‘거대한 오해’를 바로잡겠다는 의욕으로 충만했다.

“임업의 기초는 ‘나무를 베는 것’이다”


▎2022년 5월 취임 이래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 정책의 전환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산림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1977년 재수할 때, 서점에 들렀다가 공무원 채용 시험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두 달 공부하고 합격했다. 야간대학(건국대 행정학과)을 동시에 다녔다. 고시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30살 때 최연소 사무관이 됐다. 46살 때 국장(2급)이 됐고, 그로부터 12년 후 1급 공무원인 국립산림과학원장 공개모집에서 뽑혔다. 산림청은 임업(林業)이 메인이다. 서울대 임학과나 해외 유학파가 즐비했지만, 나는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산림청장을 꿈꿨다. 그리고 (교수생활을 제외하면) 산림 공무원 40년 만에 지난해 청장이 됐다. 산림청에서 8, 9급 공무원 빼곤 다 해본 것 같다(웃음).”

산림청 하면 산불 진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법적으로 매년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가 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이다. 12월 16일부터 1월 31일까지는 눈이 오니까 쉰다. 그러다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다시 산불조심 기간이다. 산림 공무원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 아카시 나무 꽃이다. 5월 중순에 피기 때문이다(웃음). 이상기후 이전의 패턴이 이랬다. 하지만 지금은 6월에 피는 밤꽃을 좋아한다. (밤꽃을 봐야) ‘이제 산불이 덜 나겠네’라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기(雨期)가 오면 다소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나?

“산불이 끝나면 산사태가 걱정이다.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국지성 호우나 태풍이 올 수 있다. 산불 파트는 쉬어도 청장과 간부는 못 쉰다.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아들로 둔 부모 심정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산림청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를 것 같다.

“우리나라 연간 강수량이 1200㎜도 안 된다. 게다가 비가 올 때는 왕창 내린다. 정부는 이미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대통령, 총리 주재회의 때 산림청장이 참석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 산림청장·소방청장·기상청장은 약방의 감초다. 총리에 독대 보고도 여러 번 했다. 힘은 들지만, 부처의 위상이 올라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산불 대응이 워낙 큰 이슈로 각인돼 있지만, 실제 산림청이 하는 일은 훨씬 더 다양할 듯하다.

“큰 틀에서 환경적 기능, 경제적 기능, 사회·문화적기능 그리고 산림재난 대응, 이렇게 4개 분야가 산림청에 주어진 미션이다. 먼저 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 탄소중립 계획에 맞춰 201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해야 한다. 2억9100만t을 줄여야 하는데, 이 가운데 산림에서 약 11%에 해당하는 3200만t을 흡수해야 한다.”

다수 국민은 ‘숲은 절대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자 친환경’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남 청장이 전문가라 할지라도, 이토록 당위적인 프레임을 깨는 작업이 쉽진 않을 텐데.

“그린벨트, 국립공원, 보호구역 등 최소 30%는 보존구역으로 지정한다. 그리고 나머지 70%의 산림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고, 이용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선 30~50년 된 나무는 잘라내서 산림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 임업의 기초는 ‘나무를 베는 것’이다.”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벨 나무는 베어야 오히려 숲에 도움이 된다?

“온대림 기준으로 심은 지 25~30년 된 나무까지만 온실가스 흡수량이 많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30년이 지나면 늙어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를 벤다고 하면, ‘어떻게 가꾼 숲인데…’라는 국민 정서로 막는다. 겉으론 보기 좋을지 몰라도 경제적 가치가 없는 나무들이 그렇게 살아남는다.”

내추럴 포레스트와 커머셜 포레스트


▎ 불이 나면 모두가 도망갈 때 진화대원은 불 쪽으로 향한다. 산림청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숲을 잃었을지 모른다. / 사진:산림청
나무도 적자생존론이 성립할 때라야 건강한 생태계로 기능할 수 있다는 뜻인가?

“50년 동안 120억 그루를 심었어도 솎아내기를 안하면 비실비실한, 키만 큰 나무들로 이뤄진 숲이 된다. 처음에 3000그루를 심는다면, 10년마다 3차례 솎아내 마지막 남는 500~800그루가 경제적·환경적으로 건강한 숲을 이룬다. 숲에 나무가 너무 많으면 나무 뿌리가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숲속의 지하수가 고갈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캠페인을 해도 산림청이 베는 업무를 하려면, (나무 베기=나쁜 짓이라고 생각해서) 신고가 들어오고, 언론에 제보한다.”

선진국들의 산림 관리 철학은 어떤가?

“원래 전 세계 산림 부서의 전통적 미션은 ‘목재를 생산해서 국민경제에 도움 되게 하라’는 것이다. 숲을 본격적으로 가꾼 역사는 독일이 300년, 일본이 200년, 우리가 50년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산림관리 철학이 미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로 퍼졌다. 이들 국가가 나무를 베고 생활 속에서 쓰고 있지만, 우리는 심기만 했지 베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일본만 해도 42%를 자기 나라 목재로 쓴다. 반면 우리는 16%만 우리 목재를 쓴다. 외국 목재를 수입해서 쓰니까 우리한테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 일정한 양의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의 배출 권리를 표시한 거래 가능 증명서)도 안 나온다.”

일부 환경단체가 당면한 현실을 가리고 있다고 보나?

“백두대간 등의 원시림, ‘내추럴 포레스트’는 손대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외의 산림은 ‘커머셜 포레스트’로서 경제·환경적 차원에서 돈 되는 산림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조림(造林) 정책을 하려 해도 심을 땅이 없다. 로테이션을 못 하니까 그렇다. 산불이나 병해충 피해지에서만 심는다. 가장 많이 심을 때가 1년간 20만 헥타르였는데 지금은 2만2000헥타르다. 10분의 1로 줄었다.”

선한 의도가 숲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 역설을 목격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겠다.

“과학적 근거에 의해 벨 때가 된 나무는 건축, 펄프, 종이 등 인간을 위해 공급돼야 한다. 1년 동안 지구촌 80억 명이 쓰는 나무의 양이 40억㎥에 달한다. 남한이 보유한 나무량의 4배다. 오히려 안 자르면 큰일 나는 것이다. 다만 베어낸 면적에 그 이상으로 나무를 심는 조건으로 벌목을 허가한다. 선진국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목재 건축이 대세다. 나무는 태우지만 않는다면, 그 안에 탄소가 들어 있다. 30평 규모 통나무 집을 지으면 4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목재는 밸류 체인을 형성하며 ‘그린 잡(green job)’을 창출한다. 그 대표적 나라가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다. 가령 뉴질랜드는 30년 된 인공조림 소나무를 잘라 한국·중국·일본 등에 수출한다. 우리나라의 목재 수입액이 연 7조원에 달한다. 무역수지 적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숲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펄프, 종이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의 목재시장 규모는 4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목재 가공업은 쇠퇴한 상태다. 인천, 부산, 군산 등 상권이 다 죽었다. 원목 수입량은 별로 없고, 다 가공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목재를 쓸 수 있었다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활용을 못하면서 스웨덴·핀란드 등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지난 50년은 숲을 가꾸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산림청장 취임사로 ‘선진국형 산림경영 관리로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를 말했다. 2년 차인 요즘에는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글로벌 산림강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외치고 있다. 지금이 터닝 포인트다.”

“25개 지자체 모두 국가정원 지정 원한다”


▎남성현(가운데) 산림청장이 산불 예방을 위한 영농부산물 파쇄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갈수록 산림의 사회·문화적 기능은 커지는 추세다.

“우리나라가 지난 50년간 120억 그루를 심었다. 어느덧 힐링·에코투어리즘의 관광자원이 됐다. 지역사회에 숲이 있으면 플랫폼이 돼서 지역관광이 발전한다. 예를 들어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 전남 장성의 편백나무 숲은 힐링 장소가 됐다. 일부러 그런 곳에 통나무집을 짓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지역의 숙박시설, 음식점이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셜 포레스트’는 국제적 트렌드다. 나무는 경제적 공급은 기본이고,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 주말에 사람들이 산으로, 숲으로, 휴양림으로 몰려든다. 산림청에서 규제 완화만 해주면 에코투어리즘을 하겠다는 지자체도 많다.”

산림청과 지자체의 접점도 그만큼 많아지겠다.

“나를 만나자는 시장, 군수가 많다. 산림청의 예산이 2조8000억원이다. 방위사업청, 경찰청 다음으로 많다. 도시 숲, 수목원, 정원, 휴양림, 둘레길 등 도시민이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이다. 예산 중 1조2000억원이 전국 지자체에 보조금으로 나간다. 다만 요즘은 공모 등을 통해 선택과 집중으로 나눠주려 한다. 이번에 열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도 산림청과 전라남도, 순천시 3곳이 공동 개최한 것이다.”

순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가정원으로 선정되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국가정원이 두 개다.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이다. 지정되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이번 순천만 정원박람회 개막식 때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원을 왜 만들어야 합니까?’라고 물으시길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되면 도시와 숲, 수목원, 정원이 어우러져야 합니다’라고 답변 드렸다. 실제 25개 지자체가 국가정원으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정원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지방정원이 5개 운영 중이다. 또 40개는 조성 중이다. 이 밖에 민간정원이 90여 개 있다. 지방정원을 3년 운영해보고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국가정원이 된다. 지정권자는 산림청장이다. 국가정원이 되면 국가로부터 매년 보조금이 나온다.”

“산불 예방 위해 침엽수를 활엽수로 바꾸자? 동의 못해”


▎산불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헬기의 수와 성능 향상이 필수다. / 사진:산림청
이제 국가적 과제가 된 산불 대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갈수록 큰 임팩트로 체감된다.

“산림청은 산불 대신 ‘산림재난’이라는 워딩을 쓰고 있다. 지난해 울진 산불로 9박 10일 동안 탄 면적이 서울시의 3분의 1이 넘었다. 서울시 면적이 6만 헥타르인데 2만5000헥타르가 탔다. 한 해 동안 나무를 심은 면적인 2만2000헥타르보다 더 탄 것이다. 원인은 첫째가 기후변화다. 아열대 기후처럼 건기와 우기가 나뉘는 탓에 산림청 직원들이 8개월 가까이 주말도 없이 산불과 싸우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에 침엽수가 많은 탓에 산불이 잦다는 지적도 한다.

“(강한 어조로) 산불이 났다 하면 침엽수를 원수처럼 비난한다. 침엽수를 다 베고 활엽수로 바꾸라는 이상한 답을 말한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 산림의 37%가 침엽수다. 활엽수가 32%, 혼합림이 31%다. 백두대간 지역, 고산 지역, 햇볕이 내리쬐는 지역, 능선은 침엽수, 특히 소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이다. 왜냐하면 소나무가 극양수(極陽樹,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능선 지역에 소나무가 많은 이유다. 이걸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조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된다. 산불만 생각하나? 경제·환경·사회문화도 같이 생각해야지.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이기나? 세월도, 자연도 허락하지 않을 일이다.”

산불이 자꾸 능선을 타고 번지니까 나오는 소리 아니겠나?

“산불이 난 지역을 복구할 때 이격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을 재산으로 가진 국민이 219만 명이다. 내 산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를 심어야지, 일부 환경단체가 좋아하는 나무를 심나? 물론 산주(山主), 지자체, 산림청, 과학자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로 복구 계획을 세울 순 있다. 이를테면 다양한 수종을 심어서 장래 관광지화할 수 있는 것이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산불 예방책으로 무엇이 있을까?

“산기슭 아래는 논이 없고, 거의 다 밭이다. 콩, 옥수수, 고추, 깨 등의 밭농사를 위한 영농부산물 소각은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 환경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산불이 날 수 있으니까 산림보호법으로도 금지다. 하지만 현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공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새벽과 저녁에 그것들을 태운다. 야간 산불이 자주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2~3월 산불의 거의 절반이 소각 중 발생하더라. 그래서 산림청과 농림진흥청, 지자체가 협력해 ‘나라에서 영농부산물을 파쇄해줄 테니, 태우지 마세요’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1년에 35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이나 산림청에 파쇄기는 있다. 인건비만 지원해주면 파쇄해 거름으로 쓸 수 있다. 산불이 나는 요인을 아예 없애버리는 방책이다.”

기술의 진보도 예방에 도움을 주지 않나?

“2만2000명인 산불감시원도 더 늘려야겠지만, 무인감시 카메라 1400대도 보유하고 있다. 24시간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카메라 외에 열 감지 시스템과 알람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동해안 지역에 10대 배치했다. 더 늘려야 한다.”

예방에 이어 진화 대책에 대해서도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헬기가 아니면 불을 못 끈다는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산림청 헬기가 48대다. 20년 전 내가 산림항공본부장일 때 46대였다. 사고가 날 때마다 소형헬기를 대형헬기 위주로 교체했지만, 총 대수는 2대 늘어난 것이 전부다. 이 가운데 8000ℓ 용량의 7대와 러시아와의 경협인 불곰사업으로 들여온 29대가 주종이다. 36대가 불을 끄고 나머지 12대는 지휘기나 중소형이다. 정비 기간을 고려하면, 실가동률은 70~80%밖에 안 된다. 24시간 야간 정비를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우리나라 전체 헬기 가용자원은 200여 대다. 이 중 각 지자체에서 임차한 민간헬기가 74대다. 하지만 우리 헬기(3000~8000ℓ)에 비해 사이즈(500~1000ℓ)가 작다. 게다가 우리 조종사들은 산불에 전문화돼 있다. 즉, 산림청 소속 헬기나 조종사가 아니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산림청 헬기에는 대형 물탱크가 부착돼 있다. 다른 헬기는 이렇게 못 한다. 그러니 (산림청 헬기와 달리) 물을 뿌리는 양도 적고, 뿌리고 돌아갈 때 바람이 불면 프로펠러가 작으니까 사고 위험도 높다. 민간 헬기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효율을 따지면 (산림청 헬기에 비해) 10~20% 수준이다. 또 소방 헬기 30여 대는 구조용이다. 물탱크가 없다. 불 끄는 용도로 교체할 순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공중과 지상 진화를 동시에 군 작전하듯 해야”


▎남성현 산림청장은 임도 확장이야말로 산불 방지를 위한 첩경이라고 역설한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산림청 헬기를 더 늘려야 하지 않겠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를 당하고 있어서) 러시아 헬기는 입찰 자체가 안 된다. 이제 미국제 8000ℓ 이상만 구입할 것이다. 70대까지 초대형, 대형 위주로 바꿔나가야 한다. 하지만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인데다가 제작 기간이 3년이나 걸린다.”

우리나라 수리온 헬기도 투입 가능하지 않나?

“수리온은 최첨단 군용 투시경을 갖추고 있어 야간에도 뜰 수 있다. 하지만 산불 진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우리 산악지형이 구불구불하고 계곡이 많다. 게다가 2만2000V 고압선이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물을 담을 때, (저수지나 호숫가 착륙이 여의치 않아) 공항까지 갈 수밖에 없는 등 장애가 너무 많다.”

야간 산불에는 마땅한 답이 없는 상황인가?

“쉬운 답이 있다. 임도(林道)를 만들면 야간에 헬기가 철수한 뒤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 산림청장이 된 직후인 작년 5월 말 밀양에서 산불이 3박 4일 동안 났다. 전국에서 57대의 헬기가 왔지만 연기가 가득하다 보니 2대만 떴다. 반면 올해 경남 합천에서 일어난 산불은 다음날 일출 후 2시간 만에 진화했다. 그날도 강풍과 연기가 있었고, 헬기로 진화율이 10%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차이는 임도였다. 임도까지 물을 실은 트럭이 가고, 길 없는 곳은 최대 2㎞까지 호스를 들고 가서 물을 뿌렸다. 밤새도록 끄니까 헬기가 철수했는데도 92%까지 진화했다.”

울진 금강송 지켜낸 비결? 임도 덕분

솔루션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년에 울진에서 9박 10일 동안 산불이 났다. 그곳의 금강소나무 숲은 아주 중요한 산림 보호구역이다. 200~500년 된 소나무 8만5000그루가 있는 곳이다. 여기를 전부 다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도 임도였다. 국유림이라 산불 진화 임도가 만들어져 있었던 덕분이었다. 임도 자체가 방화선이 돼 줬다. 우리나라 임도는 선진국의 10%밖에 안 된다. 강풍이 불 때 야간 산불 대책은 공중과 지상 진화를 동시에 군 작전하듯 해야 한다.”

임도를 많이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유림은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연락이 안 되는 분들은 30일 공고 후, 그래도 안 되면 (산림청이) 개인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국유림은 산림청이, 공유림은 지자체가 하면 된다.”

임도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겠다.

“임도 주변은 불에 잘 안 타는 활엽수 위주로 심고, 평시에는 산악자전거 등 레저스포츠 용도로 임도를 쓸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 아스팔트 대신 흙이나 쇄석으로 깔 것이다.”

‘산불은 국방이다’는 남 청장의 지론이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

“우리나라는 산악에 전통적으로 취락이 있다. 또 요양병원, 펜션, 각종 위락시설이 가득하다. 불이 나면 산이 타고 집이 타고 사람이 탄다. 그래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산림청뿐 아니라 유관부처가 ‘올 코트 프레싱’을 펼쳐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미국도 캘리포니아 산불을 겪은 뒤 산불 예산을 26% 증액했다. 우리도 조기에 30% 증액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군대가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듯, 산림도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제는 6~9월을 제외하면 언제든 산불이 날 수 있다. 올해 하루에 34건의 산불이 동시에 난 적도 있다. 이번 강릉 산불도 밤 8시 30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속수무책이었다. 바람이 강해서 국제규범에 따라 헬기가 뜰 수 없었다. 하지만 바람이 잦아들고 마지막에 비가 도와줘서 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산림녹화(綠化) 방향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산림청 입장에서는 목재 자원, 탄소중립에 연계해서 심었으면 좋겠지만, 산주는 빨리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수종을 원한다. 그래서 산림청은 ‘적지적수(適地適樹)’를 심는 산주에게 국고보조금을 준다. 가령 꿀벌이 죽어가는 양봉업을 돕기 위해 밀원(蜜源) 수종을 심는다.”

“국민 1인당 499만원의 혜택 주는 우리 숲”

산림청장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성과를 꼽는다면?

“행안부를 설득해 국장급 산림재난통제관을 만들었다. 기존에 산불방지과, 산사태방지과, 산림병해충방지과에다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이 추가됐다. 산림재난에 대한 대응을 산림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 작년 산불 손실액이 1조3400억원이었고, 총 740건 산불로 2만5000헥타르가 탔다. 소중한 숲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것 이상의 경제효과를 줄 수 있다.”

산림청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 분야는 무엇인가?

“가장 우선하는 것은 산림 규제완화다. 산림보호법과 문화재관리법 때문에 219만 명의 사유림 보유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이용 목적에 맞게 쓸 수 있어야 ‘보물산’이 될 수 있다. 규제완화 과제 227건을 확정했고, 이 중 48%는 시행된다. 나머지 52%도 상반기 중 심사가 끝난다. 또 하나는 보호구역에 들어가 규제완화를 못하는 산,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분들한테는 공익적 가치를 환산해서 손실보상금(산림 공익보전지불제)을 지급할 생각이다. 1년에 250억원이 필요한데 기재부와 실무 협의 중이다.”

남 청장은 “숲은 21세기의 반도체”라며 “산림이 주는 경제적 가치가 25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우리 인구로 나누면 1인당 499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자원’ 사이에서 산림의 가치를 어디에 둬야 할지를 놓고 남 청장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그는 “2025년 2월에 맞춰 농림위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산림에 관해서라면 두 시간도 더 말할 수 있는 열정이 묻어났다.

※ 남성현
■ 1958년 충남 논산 출생
■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충남대 산림자원학 박사
■ 산림청 7급 공채(1978.2)
■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정책홍보관리관·기획조정관
■ 산림청 남부지방산림청장·국립산림과학원장
■ 국민대 특임교수·경상국립대 초빙교수
■ 산림청장(2022.5~)
■ 상훈: 근정포장(2000), 홍조근정훈장(2017)

- 대담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na.kwonil@joongang.co.kr / 정리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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