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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군사 밀월(蜜月) 

러시아 극동 우주기지 달려간 김정은, 재래무기-첨단기술 빅딜 노리나 

탄약·포탄 부족한 러시아와 로켓 기술 필요한 북한, 이해 맞물려
북·중·러 vs 한·미·일 3자 동맹 대결 시 한반도 긴장 고조 불 보듯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에야 오사무(惠谷治, 1946~2018)는 1998년 도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경제를 4중(重) 경제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내각의 제1경제, 군수경제인 제2경제, 김정은의 궁정(宮庭)경제인 제3경제, 마지막으로 장마당 시장경제 등 네 바퀴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김정일의 북한, 내일은 있는가, 1998).

이 중 궁정경제와 군수경제가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수령의 비자금 조달을 위한 궁정경제(court economy)는 노동당 39호실이 담당한다. 1970년 중반에 조직된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외화벌이를 총괄한다. 20여 곳의 해외 지부와 국영기관을 운영한다. 과거에는 궁정경제가 4중 경제 중에서 가장 비중이 컸으나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제2경제가 빠르게 증가해 30%를 상회하고 있다. 제2경제위원회 산하에는 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하는 8총국을 두고 ICBM 등 각종 미사일 개발을 전담한다. 반대로 내각과 장마당의 민수(民需) 경제는 점점 쪼그라들어 40% 미만이다. 식량이 부족해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의식주 부족에 허덕이는 이유다.

일찍이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무기 개발과 거래 등 국가기밀 사항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양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통해 신무기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 회로 등 전자부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필자도 세미나 이후 에야 씨와 소통하며 일본 측 자료를 확보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제2경제위원회는 산하에 용악산(龍岳山), 부흥(復興), 창광(蒼光), 연합(連合) 등의 무역회사를 두고 홍콩 은행에 계좌를 개설, 돈줄의 거래 통로를 마련했다. 용악산과 부흥무역은 러시아와, 창광무역은 중동을 주요무대로 활동한다. 연합무역은 미사일 부품과 기술 수입을 담당했다. 특히 잠수함, 전차 등의 제조에 필요한 집적회로(IC) 기판(基板)과 미사일 유도시스템에 사용되는 스펙트럼 분석기를 일본에서 조달했다. 일부 제품은 수화물로 위장해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운반했다. 북한 기업과 거래했던 조총련계 회사는 도쿄, 오사카, 니가타 등지에 있었으며, 한때 약 30곳에 달했다.

이후 ‘컴퓨터 자동화’ 기술을 토대로 유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전략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조총련을 통한 신무기 부품 조달은 2006년 1차 북핵 실험 이후 발효된 11건의 유엔 대북제재로 한계에 도달했다. 연료 체계, 엔진 및 각종 전자부품 등 신무기 부품 조달 루트는 미국의 감시가 미흡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및 이란 등으로 다양화했다.

자금줄 쥐고 무기 개발 총괄하는 北 ‘제2경제위원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UFS·을지프리덤실드)’에 맞서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전략무기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월 21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평양시 강동군에 위치한 제2경제위원회는 우리의 기재부는 물론 국방부, 방위사업청 및 전체 방산업체 등이 결합한 무소불위의 부서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의 지휘를 받아서 제2경제위원회가 무기와 장비의 기획, 연구·개발, 자금조달, 그리고 장비의 생산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한다. 연구·개발은 제2자연과학원이 맡고, 생산은 각 군수공장이 담당한다. 내각은 군수용 전력과 자재 공급을 제공하며 제2경제위원회는 계획총국, 기술총국, 건설총국, 생산총국 등 분야별 총국에서 모든 무기와 장비의 개발, 생산, 분배, 대외무역 등을 수행한다. 산하에 160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핵심 부품 공장은 외부 공격에 대비해 자강도, 강계 등 북·중 국경지대 지하에 건설했다. 물자 조달에서 최우선 순위다. 무기 수출을 통해 획득한 외화로 외국 신무기를 사들여 철저하게 분석도 한다. 지난해 1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무기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재투자하고 있다. 3개월 동안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두 차례 실패하고, 오는 10월 재발사를 공언한 근거는 제2경제위원회의 금고가 있어서다. 2000년 김정일은 위성 발사 두세 번 하면 9억 달러가 든다고 했으니 6개월 동안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북한 군사건설국 경비소대장을 지내다 탈북한 임영선씨는 “어느 강철공장의 생산량이 50만t이고 그중에 10만t이 2경제위원회폰드(배정량)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10만t은 우선적으로 생산해 2경에 공급해야 한다”면서 “주민용 칼을 만들 강철이 부족한 데도 군수용 강철은 지하에 비축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북에 있을 때 제2경 관계자들이 국가예산의 절반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군수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대목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전승절 행사를 빌미로 김정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평양 ‘무장장비 전시회-2023’에 초청해 600㎜ 초대형 방사포, 정찰기 및 무인공격기 등 최신무기를 과시하며 세일즈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北 다연장로켓 발견되기도


▎북한과 러시아는 결정적 순간에 무기를 주고받으며 군사협력을 공고히 했다. 한국전쟁 직전 김일성 주석은 스탈린에게 1억3000만 루블어치의 무기 제공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했다.
과거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사정해 무기를 구매하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김일성은 6·25 남침을 3개월 앞둔 1950년 3월 소련이 약 1억3000만 루블어치의 무기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총액 1억3305만 루블 상당의 금 9t, 은 40t 및 우라늄이 함유된 희귀광물인 모나자이트 1만5000t을 인도하겠다고 사정했다(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 2023). 당시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무기는 7.62㎜ 기관단총에 불과했다. 결국 김일성은 당시 최강의 소련제 T-34 전차 242대를 지원받아 남침을 감행했다.

김정은은 2023년 8월 2박 3일간 여러 군수공장을 돌아보며 ‘국방경제사업’의 강화로 무기와 군수물자 대량생산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수출용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러시아의 주문 목록이 북한에 전달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구소련에서 사용했던 표준형 보병 및 포병 장비와 탄약이 포함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야전에서 가성비가 높은 무기들이다.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SA-5)은 부품 상당수가 러시아제여서 호환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군은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사용했던 122㎜ 다연장 로켓탄을 노획했다. 포탄에 적힌 ‘방-122’에서 방은 다연장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의 약자이고, 122는 122㎜를 의미한다. 북한이 바그너 그룹에 판매한 것인지 러시아에 공급한 것인지 확실치는 않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넘기고 원유, 각종 신무기 부품 및 식량과 현물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달러와 유로화 결제는 어렵고 루블화는 용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기존 노후 무기를 정리하면서 신무기 개발에 나서니 일거양득이다.

미국은 9월 들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첩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북·러 밀착에 경고장을 보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9월 4일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정상급 외교를 포함한 무기거래 논의를 지속하길 기대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러 양국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공개한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전달받은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동맹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 방문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평양에서 장갑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2019년 4월에 이어 4년 5개월 만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전달하는 정황을 공개했고, 북한은 이를 부인했다. 백악관은 지난 3월 북·러 무기 판매 협상 첩보를 재차 공개한 데 이어 8월 30일 “양국 간 무기 협상이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새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하산-두만강에서 북한 무기가 바그너 그룹에 넘어가는 2022년 11월 18일 위성사진과 해당 지역의 당시 열차 통행량 증가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군 동향에 관한 첩보를 선제 공개한 것처럼 북·러 무기거래 기밀정보를 미리 공개하면서 견제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은 북·러 무기 거래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째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바닥난 탄약고를 채워야 하고,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핵잠)·정찰위성·전술 핵탄두 개발 완성과 실전 배치를 위한 마지막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당초 김정은은 푸틴의 방북을 요청했으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고려해 러시아는 김정은의 동방경제포럼 참여를 역으로 요청했다.

러시아는 쇼이구 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에게 직접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탄약과 포탄, 그리고 대(對)전차 미사일 등을 요청했다. 북한에서 ‘주체포’라고 불리는 자주곡사포와 이에 사용할 170㎜ 곡사포탄 등 포병 무기도 주문 목록에 포함됐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이란에 주체포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주체포 같은 구형 무기도 필요하다. 북한이 지난해 수십 차례 동·서해 상으로 시험 발사한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KN-23’을 러시아에 제공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미사일 기술 이전 노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월 27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담화한 후 쇼이구장관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에서만 받을 수 있는 핵심 무기 기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김정은이 2021년 1월 꼭 개발해 내겠다고 공표한 ‘5대 전략무기’ 중 하나인 핵잠수함 관련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잠수함을 대미 협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짧으면 하루, 길게는 2주에 한 번 물 위로 올라와야 해 장기 작전이 어렵다. 하지만 핵잠은 3~6개월간 잠항(潛航)하다 미 본토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이 올해만 두 차례 발사했다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탑재 우주 발사체 관련 기술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 각도 발사, 다탄두(MIRV) 기술 등이 이전될 수 있다. 김정은이 지난 3월 공개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공중 폭파 기술 등 7차 핵실험을 위한 핵심 기술 이전도 검토 대상이다. 미국이 사전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며 예민한 이유다.

(원고 마감 직후인 9월 13일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 뉴스 채널 [로시야24]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매체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소유스-2 우주 로켓 발사 시설을 시찰한 데 이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발사체 설치·시험동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 편집자 주)

재래 무기 수출 넘어 핵보유국 지위 꿈꾸나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수출용 무기 대량 생산은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 불안 요인이다. 특히 북·러의 군사 밀월은 안보 불안을 부추긴다. 이제 북한의 군수산업과 군사적 위협은 한국 단독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북·러 간 무기거래는 단순 군수품을 넘어 북한군의 약점인 전투기 및 각종 미사일 무기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북한에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이전될 경우 한국형 3축 체계 등 대북 핵·미사일 방어망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미는 주한미군의 사드와 패트리엇, 천궁 등으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지상이 아닌 동해 등 측면에서 날아오는 SLBM이나 전략 순항미사일 등에는 취약하다. 북한은 이번에 러시아에서 위성항법 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 위치 정보를 받는다면 북한에서 주일 미군기지까지 사거리인 전략 순항미사일 운용력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

북·러가 군사협력을 전면화하면 북핵의 외교적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 효력도 급감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에 찬성한 러시아가 스스로 그 제재를 허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북한에 대량살상무기(WMD)는 물론 모든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 판매 및 이전을 금지한 안보리 대북제재를 상임이사국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것이다. 지금도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도발에 관한 새로운 대북제재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상회담을 통한 북·러 군사협력 합의는 강대국이 지정학적 경쟁 논리를 앞세워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 체제를 무력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무기거래를 넘어 북·중·러 연합훈련과 군사 공조 확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중·러 군사훈련 참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전승절 행사 참석 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러 연합훈련 가능성을 두고 “왜 안 되겠는가”라며 “우리는 이웃”이라고 언급했다는 러시아 언론 보도도 있다.

북·중·러 연합훈련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핵을 한·미·일에 대항할 핵심축으로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중·러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동시에 재진입 기술 등 실제 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술 이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동북아 체스판이 완벽한 ‘강 대 강’ 경쟁 구도로 변질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의 참전 또는 용병 투입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미·일 협력 강화로 북·중·러 공조에 대응해야

북·중·러가 사상 첫 연합훈련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시할 만한 대목이다. 이미 우리 안보 당국은 한반도 인근에서의 중·러 연합훈련 움직임에 우려를 보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8월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우리 동해 NLL(북방한계선) 바로 위에서 중·러가 처음으로 연합 해상훈련을 했다. 이런 것들은 저희도 굉장히 주목하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넘어선 강대국 간 전략경쟁의 종속변수가 되어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북핵 해결이 점점 요원해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안보도 당장 위협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잠수함은 잠수함으로밖에 막을 수 없다. 북한의 핵잠수함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호주처럼 미국에서 핵잠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는 일을 미국과 협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평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만남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언제든지(whenever)’, ‘어디서든지(wherever)’, ‘무엇이든지(whatever)’ 3국 간 협력 가능한 핫라인 구축은 동북아 현실주의 국제정치에서 불가피하다. 북·러 간에 확대되는 군사협력은 동북아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고 우리 대응 중의 하나가 한·미·일 3국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다. 김정은이 대한민국 지도를 짚어가며 점령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안은 없다.

※ 남성욱 -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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