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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취재] 한 푼 벌려다 목돈 날린다… 신종 알바 사기 주의보 

‘간단한 일로 수수료 수익’ 문자… 환심 산 뒤 거액 받아 챙기고 잠적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구매 대행·쇼핑몰 리뷰 알바로 접근해 거액 ‘먹튀’하는 부업 사기 기승
“본인 돈 투자하는 알바는 없어… 이득 봤다는 사람도 ‘한 패’ 의심해야”


▎구매 대행과 쇼핑몰 리뷰 알바로 접근해 거액을 갈취하고 잠적하는 알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어려운 시기 구직 희망자분들께 좋은 소식이 있어 연락 드립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재택 부업 안내드립니다.”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던 A씨(60·여)의 휴대폰으로 한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안내하는 문자가 왔다. 외국에서 혼자 공부하는 딸의 모습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A씨는 부업을 시작했다. A씨는 ‘구매 대행’ 일을 맡았다. 담당자가 소개한 쇼핑몰에서 지정된 물건을 구매한 뒤 담당자에게 인증만 하면 된다. 알바를 따로 둘 정도로 어려운 업무는 아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주문해야 할 물량이 급증하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알바를 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공장가로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한 뒤 도매가로 판매해 남는 수익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알바의 급여는 물건값에 수수료(10~20%)를 더해서 지급하는 구조다. A씨가 3만원, 5만원 등의 물건에 대한 업무를 완료하는 즉시 담당자는 원금에 10%의 수수료를 더해서 환급해줬다. “처음인데도 너무 잘 하신다”는 칭찬에 A씨는 부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A씨가 알바에 어느 정도 적응할 때쯤, 담당자는 “단가가 크긴 한데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비싼 가격대의 일을 제안했다. 횡재라고 생각한 A씨는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사달이 났다. 거액의 물품을 구매했음에도 담당자가 수수료를 정산해주지 않은 것이다. 사기임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그들과 연락이 끊긴 후였다. A씨는 부업을 시작한 지 하루만에 8000만원을 잃었다. 심지어 물건 구매를 위해 5000만원가량 대출까지 받은 터였다. 딸의 유학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했지만 오히려 빚더미에 앉게 됐다. A씨의 딸은 “최근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무리여서 일을 그만 두고 부모님께 지원을 받게 됐다”며 “어머니는 제 학자금과 생활비를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 희망을 갖고 일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번 사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하시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불안한 마음에 하루에 세 번 이상은 통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알바 사기 피해자는 연령대도 다양하고 피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앞서 A씨가 당한 구매 대행 알바뿐만 아니라, 쇼핑몰 리뷰를 작성하는 일을 하다가 사기당한 사례도 있다. 과정은 이렇다. 우선 담당자가 지정해준 쇼핑몰에 회원가입을 한 뒤에 현금으로 포인트를 충전한다. 이후 담당자가 정해준 물건을 구매하고 리뷰를 작성하면, 물건 원금에 수수료를 더한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준다. 그리고 이를 현금으로 환전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담당자와의 소통은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 이뤄진다.

소액 환급해 주며 믿음 준 뒤 거액 받고 ‘먹튀’

이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그럴듯한 근로계약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이 소개한 쇼핑몰 홈페이지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기업체 쇼핑몰들과 형태가 비슷하다. 대부분의 물건을 50% 이상 할인하며, 공장가에 판매하고 있다는 확신도 준다. 특히 소액의 경우 일이 끝난 즉시 환급을 해주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다. 실제로 기자와 연락이 닿은 피해자 모두 소액은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지갑에서 거액을 꺼내도록 유도한 뒤에는 정산해주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이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특히 쇼핑몰 리뷰 알바는 사기가 아닌 부업으로도 유행해 피해자들이 더 쉽게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B씨(26·여)는 과거 ‘쇼핑몰 리뷰어’라는 이름의 부업을 해본 적 있다고 했다. 진행되는 방식은 쇼핑몰 리뷰 알바 사기와 굉장히 유사했다. 지정해준 상품을 구매한 뒤 리뷰를 작성하면 원금에 수수료까지 더해서 환급해줬다. 그런 탓에 B씨는 알바를 안내하는 문자가 왔을 때 큰 의심 없이 수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팀 미션’이라는 수법이다. 팀 미션이란, 피해자를 포함해 2~4명의 알바생이 팀을 이뤄 할당된 개수만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텔레그램’의 단체 채팅방에서 소통한다. 무엇보다 팀 미션에서는 구매해야 하는 물건의 금액이 커지는데, 담당자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부추긴다. 문제는 팀원 중 한 명이라도 할당된 개수만큼 물건을 구매하지 못 하면 팀원 모두가 환급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팀원 개인에게 10개가 할당됐는데, 한 명이라도 이를 채우지 못한다면 팀원 전체가 돈을 잃는 구조다. 또 팀 미션의 물건 값은 통상의 개인으로 부업을 진행할 때보다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100만원대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TV·세탁기·스피커 등 1000만원이 넘는 가전제품을 사야 한다. 피해자가 거액이 부담된다며 중도 포기를 결심하면 사기 조직은 이들에게 대출까지 권유한다.

쇼핑몰 사칭, 사업자 번호·대표 이름까지 도용


▎피해자 A씨(60·여)가 ‘구매 대행’ 알바를 안내받은 문자 내용. A씨는 이번 사기로 8000만원을 잃었다. 이들은 ‘간단한 일’을 내세워 구직자들에게 접근한다. / 사진:독자
이 과정에서 함께 미션을 진행하는 팀원들이 피해자에게 물건을 구매하도록 재촉하기도 하는데, 이들 또한 담당자와 ‘한패’일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팀 미션 피해자들은 이미 개설된 단체 채팅방에 담당자의 초대로 들어갔다고 했다. 담당자와 다른 팀원들의 공모가 짐작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업 사기로 5000만원을 잃었다는 C씨(35·여)는 “중도하차를 하려 했는데 팀원이 개인 메시지로 저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해서 죄의식을 갖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팀원들도 한통속이었다”고 말했다. C씨는 결국 중도 포기했고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자영업자인 D씨(36·여)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할당된 개수를 모두 구매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팀원 중 한 명이 마지막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충전된 돈이라도 받기 위해 출금 신청을 했는데 다른 팀원이 미션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출금도 안 됐고, 담당자는 지금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알바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치밀하다. 스팸으로 의심되는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아니라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접근해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또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자리’, ‘고수익’ 등을 내세워 구직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 탓에 취업준비생 등 부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런 사기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자영업자인 D씨 역시 비수기에 부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했다. 취준생인 E씨(24·남)도 “취업 준비 때문에 하루하루가 바쁘다. 그러다 문자로 알바 안내 메시지를 받았는데 생활비에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혹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들 사기 업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쇼핑몰을 사칭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덜기 위해 특정 쇼핑몰의 사업자 번호와 대표 이름을 도용하는 게 대표적인 수법이다. 한 쇼핑몰은 홈페이지에 “사업자를 도용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후기 알바를 모집하는 불법 피싱으로 고액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저희는 절대 후기 알바를 모집하지 않는다”는 공지까지 올렸다. 3000만원을 잃은 피해자 F씨 역시 평소 알고 있던 업체에서 알바를 안내하는 문자를 받고 의심 없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보통 광고 문자가 오면 지운다. 그런데 해당 업체를 알고 있어서 큰 의심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믿고 연락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피해자는 부업을 진행하면서 사기라는 의심이 들어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 “신종 사기, 정부 차원 대응 필요”


▎‘팀 미션’에서 중도에 포기한다는 의사를 보이자 팀원 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물건을 구매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 사진:독자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받은 뒤에는 사기에 이용한 쇼핑몰 홈페이지를 폐쇄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몇몇 쇼핑몰은 아직까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으며 알바생도 모집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한 담당자에게 연락했더니 여전히 알바에 대한 문의가 가능했고, 간단한 인적 사항만 보내면 바로 알바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은 계속 당하는 구조인 셈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사기범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돈을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사기범들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범죄전담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임효승 법률사무소 홍림 변호사는 “사기꾼들이 이용하는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기 때문에 추적이 힘들다. 게다가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치를 추적하는 것도 힘들어 수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계좌 역시 대부분 대포통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만 바꾸면 추적이 어렵다. 이런 탓에 경찰에서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만큼, 결국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임효승 변호사는 “올해 초부터 대기업 등을 사칭한 쇼핑몰 홈페이지 알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봤다는 사람들은 한통속이라고 의심해봐야 한다”며 “알바를 안내하는 카톡이나 문자는 읽지 말고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사기를 당했다면 우선 형사 고소를 하고, (사기꾼들이 출금하는 것을 막도록) 즉시 계좌 가압류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돈을 투자하면서 알바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사기꾼들은 걸리면 징역을 살겠다는 생각으로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만약 잡히더라도 합의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주문만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사기꾼들이 자기 가족들이나 지인들을 시켜도 되지 않나”라며 “은밀하게 다가와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건 100% 사기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신종 사기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무조정실을 상대로 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이스피싱 못지않게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구매 대행 알바 등의) 신종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국무조정실에서 TF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를 운영하고 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와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서 현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검토한 뒤에 별도의 TF가 필요하다면 접근해보겠다”고 답했다.

-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gur145145@naver.com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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