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많은 한국인들은 벽에 마주한 느낌을 받곤 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것도, 러시아식 민주주의라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행보가 우리에게 기이하게 보이는 까닭은 사실 우리가 특정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유주의 세계관이다. 물론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뚜렷하게 드러나는 진실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진실일 뿐이다.저자는 당면한 현안에서 살짝 비켜서서 과연 러시아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양쪽 모두의 관점을 파악하고 있을 때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저자는 ‘러시아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질문을 두 차원에서 풀어나간다. 하나는 역사적 차원이다. 저자는 기나긴 역사적 여정을 특유의 필력으로 요령 있게 담아낸다. 제국적 토양 위에서 동과 서 사이의 진폭을 감당하며 빚어낸 러시아의 정체성,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또 하나는 사상적 차원이다. 저자는 푸틴 정부의 배경에 자리한 신유라시아주의가 무엇인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지구적인 신전통주의 조류와 러시아의 신유라시아주의를 엮어가면서, 각기 현상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