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괴롭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우울증 환자 수,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 암울한 경제성장률, 점점 심화하는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 수치가 이를 드러낸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원인마저 뚜렷하지 않은데, 온갖 종류의 암울한 전망마저 하루가 멀다고 더해진다. 10여 년간 한나 아렌트를 연구하고, 평생 환경과 시민운동에 전념해온 저자는 우리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넘어, 인간성 자체가 위협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유사한 인식을 20세기 정치사상가 아렌트에게서 찾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은 아렌트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이후를 ‘어두운 시대’로 봤다. 막강한 이기를 손에 넣고, 사용해본 인간은 그 힘에 취하거나 두려움을 느끼며 갈팡질팡했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위협’으로 여긴 탓에 소통 불가능성이 뿌리를 내렸다. ‘외로움’이 사회구조적 문제가 된 것이다. 저자는 아렌트가 살았던 20세기 중반과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아렌트의 대표 도서를 따라 고립된 개인이 왜 폭력에 물드는지, 나쁜 정치는 어떻게 외로움을 악용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태어남)만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기적”이라고 했다. 저자는 ‘우리의 희망’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라고 설명한다.

-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