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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슴을 울리는 스포츠 레전드 26인의 다큐멘터리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
정영재 지음
중앙북스
1만1000원


아버지의 의족을 가슴에 품은 최동원의 사랑, 고교 시절 유도부 15명을 물리치기 위해 독사 대가리를 깨문 조오련의 깡, 프로레슬링 전설 김일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건넨 이야기, 친구 박종팔이 들려주는 김득구의 섬뜩한 각오, 산이 된 남편 박영석을 기억하는 아내의 눈물, 제자 이강인에게 완치하여 꼭 감독이 되어 주리라 약속했던 유상철의 말까지….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에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스포츠 영웅들의 숨은 이야기가 담겼다.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수영의 황선우·김우민·지유찬·백인철 등이 무려 6개의 금메달을 따내 ‘한국 수영 제2의 전성기’를 열었는데, 그 길은 1969년 전국체전에서 수영복이 없어 사각팬티를 입고 출전해 2관왕에 오른 조오련이 개척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야구와 축구, 마라톤, 권투, 골프, 수영, 등반 등 현재 대한민국 스포츠의 화려한 성과를 전설들에서 찾고 있다. 유상철과 박지성이 있었기에 손흥민이 나올 수 있었고, 그 앞에는 차범근이, 그보다 더 앞에는 한국 축구의 아버지 김용식과 홍덕영, 최정민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또 이영민이 한국 야구의 첫 번째 홈런을 치고, 최동원이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일찍이 온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박찬호도 류현진도, 지금의 KBO 리그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박태환과 황선우의 앞에서 먼저 물살을 가른 이는 조오련이었고, 박세리와 박인비에게 골프라는 문을 열어준 것은 구옥희였다.

저자 정영재는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스포츠의 역사인데 큰 줄기의 역사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면 지금껏 듣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도 적지 않다”며 “죽은 철인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땀과 눈물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 초창기의 애환과 웃픈(웃기고 슬픈) 스토리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감동을 받고, 희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는 전자책으로, 중앙일보 주말판 신문 〈중앙SUNDAY〉의 인기 연재 시리즈를 묶어 냈다. ‘철인’이라는 표현은 아이언 맨(鐵人·Iron Man)과 와이즈 맨(哲人·Wise Man)이라는 의미를 중첩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하면서도 지혜롭게 살다 간 스포츠인들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겼다.

스포츠 기자로 24년 동안 현장을 누빈 저자는 ‘언젠가 스포츠계의 오비추어리(Obituary·부음 기사) 영역을 개척해 보리라’는 마음을 먹고,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결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스포츠 영웅 26명의 생생한 이야기와, 그들이 생전 가장 가까이했던 이들과의 소중한 일화가 담겼다.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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