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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놀금’으로 달라진 포스코그룹의 일상 

‘격주 4일 근로’ 도입… “금요일엔 아빠가 놀아줄게”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1월 22일부터 시행… 전사 상주 근무직원 1만여 명 사용
“목요일 저녁부터 3일 동안의 휴식을 생각하면 들떠요”


▎포스코 직원들이 격주 4일제 휴무일을 맞이해 퇴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저출산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임직원의 자녀 양육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탄력적 근무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22일부터 ‘격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기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일별 근무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 내의 근로 시간을 유지하면 첫 주는 ‘주 5일’, 다음 주는 ‘주 4일’을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포스코그룹에서 해당 근무 제도를 시행 중인 곳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포스코휴먼스, 포스코청암재단 등이다. 올 하반기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등 더 많은 그룹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엄인옥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 사원은 최근 주어진 ‘놀금’을 딸아이와의 시간으로 채웠다. 엄 사원은 19개월 된 딸을 양육하고 있다. 그동안은 전업주부인 아내가 아이의 주 양육자 역할을 해왔다. 보통의 외벌이 가정이 그러하듯 엄 사원도 평일 퇴근 뒤와 주말에 육아에 참여하면서 아이와의 유대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격주 금요일마다 딸에게 온전히 아빠와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엄 사원은 “격주 4일제를 시작하고, 두 번의 놀금 모두 아이와 야외로 나가 시간을 보냈다”며 “동물을 보고 예쁜 꽃도 구경하고 아이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원료실에서 근무하는 김성준 과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김 과장은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가 포스코 사내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매일 같이 출근해 왔지만 격주 4일제를 쓰면서 격주 금요일마다 가족과 교외로 나들이를 가고 있다.

김 과장은 “주말에는 긴 대기 시간과 인파 때문에 자주 가지 못했던 곳을 금요일 오후에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 됐다”며“아이와 더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 위해 열심히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월 16일부터 격주 금요일마다 ‘Park1538 가족 초청 견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임직원이 휴무일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Park1538’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함윤정 포스코 냉연마케팅실 과장은 평소 평일 새벽에 다녔던 운동 클래스를 금요일 오전 시간으로 바꿨다. 치열한 주말 예약을 피해 주중 새벽 시간 클래스에 참여해야 했지만, 이제는 격주 4일제를 쓰면서 훨씬 여유롭게 취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함 과장은 “평소 운동을 좋아해 새벽에 운동하고 출근을 하는데 점점 지치더라”면서 “격주 금요일마다 온전히 건강을 위한 운동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했다.

캠핑족인 열연선재마케팅실 강민석 리더는 최근 놀금을 이용해 2박 3일 캠핑을 다녀왔다. 강 리더는 평소 짧은 1박 캠핑보다는 2박 3일 캠핑을 즐기는데,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휴가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격주 4일제가 시작되고 이제는 금·토·일 사흘간 부담 없이 캠핑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강 리더는 “캠핑을 자주 가는 편인데 휴가를 내지 않으면 길게 갈 수 없어 아쉬웠다”며 “이제는 3일 동안 캠핑을 갈 수 있으니 전국 유명 캠핑 명소의 치열한 예약 전쟁에도 뛰어들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금요일 8시간 쉼을 위해 한 시간씩 더 일해야 하는 평일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양성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선부 사원은 이에 대해 “2주마다 쉬는 금요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근무일에 더 열심히 일할 동력이 생긴다”면서 “동시에 근무일이 하루 줄다 보니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 EIC기술부에서 근무하는 정보경 사원 역시 “쉬는 금요일이 있는 주에는 목요일까지 모든 일을 다 마치기 위해 근무 시간 중 업무 몰입도가 크게 늘었다”며 “스스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강조했다.

근무 제도 개선으로 ‘일과 삶의 균형’ 확대

포스코는 근무 제도 개선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확대하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젊은 세대의 유연한 근무 제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상주 직원들은 2주에 한 번씩, 길게는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연속으로 휴가를 가거나 본인의 역량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놀금 저녁에는 포항과 광양에서 근무하는 직원끼리 저녁에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맥주 한 잔씩 즐기는 문화도 시작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소비 진작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인사팀 관계자는 “무엇보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진심인 기업답게 격주 4일제 시행으로 가족친화적 기업 문화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 제도를 사용 중인 직원들이 자녀 양육 부분에서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제도가 잘 정착돼 또 하나의 ‘저출산 문제 해결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이 밖에도 조직 구성원이 유연한 근무 여건 속에서 업무에 몰입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활용한 원격 근무제를 활성화했다. 복장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자율과 책임’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키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조직 문화를 적극 혁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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