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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식] 글로벌 빅파마 노리는 ‘통합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2030년 매출 12조 목표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업구조 일원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M&A·라이선스 인·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


▎실험 중인 셀트리온 연구원. /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제품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해 온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고,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지난해 12월 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이하 셀트리온)은 분산된 자산을 일원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은 합병 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재고자산 소진과 신규 원료의약품 생산 등에 따라 매출원가율을 올해 1분기 60%대에서 4분기 30%, 내년 4분기 20%대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무형자산 상각과 20%대로 낮아진 매출원가율로 내년부터 셀트리온의 실질적 합병 시너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병 후 자본이 증가하면서 셀트리온의 부채비율도 37.8%에서 16.1%로 감소했다. 셀트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와 신약 파이프라인(후보 물질) 개발, 라이선스 인(기술 도입), M&A(인수·합병),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업 구조를 일원화한 만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760억원, 영업이익 6510억원을 기록한 셀트리온은 2030년 연매출 12조원을 이룬다는 목표다. 향후 이익의 30% 수준까지 현금 배당을 높이는 등 주주친화 정책도 지속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주요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은 세계 주요 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램시마의 활약이 눈에 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램시마 정맥주사(IV)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약 1조원에 달한다. 기존 IV에서 피하주사(SC)로 제형을 변경한 ‘램시마SC’는 연매출 3000억원 수준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램시마SC는 병원 방문 없이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유럽 주요 5개국 기준 램시마와 램시마SC의 합산 점유율은 72%에 이른다. 램시마SC 단일 품목으로도 20%의 점유율을 보였다. 램시마SC는 유럽 22개국을 포함해 세계 34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짐펜트라, 올해 미국서 매출 4000억 전망”

최근 셀트리온이 주목하는 시장은 호주다. 램시마SC는 오세아니아 지역 주요국인 호주에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7월 호주에 출시된 램시마SC는 2022년 약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만 전년 대비 48% 이상 증가한 118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셀트리온은 호주에서의 성공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 본격 출시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의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국토 면적이 여섯째로 넓은 국가다. 인구 밀집도가 낮아 병원까지 이동 거리도 긴 편이다. 호주에서 의약품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비대면 유통 시스템이 보편화한 이유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호주 제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에서 램시마SC의 강점을 부각하는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앞세워 처방 확대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가 지난해 10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직후부터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직판 마케팅을 준비해 왔다. 의료 시설에 대한 경제적·물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지 환경을 고려해 자가 투여가 가능한 짐펜트라의 강점을 최대한 강조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짐펜트라는 올해 3분기부터 본격 처방·판매될 것”이라며 “짐펜트라의 주력 타깃인 미국 중증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가 약 3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출시 첫해 해만 약 4080억원(시장점유율 약 6%)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재 출원된 SC제형 및 투여법에 대한 특허를 통해 최대 2040년까지 특허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신약 지위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판매 가격을 책정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추가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 작업을 최근 마무리하기도 했다. 2020년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에서 인수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 사업 권리를 3년 만에 매각하면서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 18일 동화약품과 370억원 규모의 일반의약품 제품 사업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종합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다케다 4개 제품에 대한 사업권을 동화약품에 이전하는 계약이다. 셀트리온은 이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동화약품은 액상형 종합감기약 ‘판콜’과 함께 알약형 감기약과 구내염 치료제 시장에서도 매출을 올리게 됐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인 CBC그룹과 2099억원 규모의 다케다 전문의약품 매각 계약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두 건의 분할 매각으로 3년 만에 누적 1412억원의 매각 수익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CBC와의 계약에서 국내 전문약 제품에 대한 사업권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네시나(당뇨병 치료제)’와 ‘이달비(고혈압치료제)’를 아태 지역에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권리까지 확보했다. 매각 수익 외에도 지속적 부가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다케다 프라이머리 케어 사업권 매각 결정은 투자 이익을 조기 회수해 그룹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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