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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윤석열 vs 한동훈 시즌2 임박? 

‘검찰정권’ 암투 점입가경… 한동훈, 전당대회 등판하나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尹, 민정수석 신설하고 검찰 내 한동훈 라인 솎아내… 김건희 수사 지휘 송경호 좌천
한동훈, 권력에서 밀려난 원희룡과 긴급 회동… 국민 지지와 당심 업고 세력 넓혀갈 듯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정수석비서관 및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주현(왼쪽) 민정수석, 전광삼 시민사회수석과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나란히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5월 13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 파장이 만만찮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선언한 지 11일만에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모두 교체됐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직계’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이 총장은 법무부에 인사 발표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가 지방검찰청 순시를 간 사이 기습적으로 인사가 단행됐다. 2년 동안 김 여사 사건을 총괄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디올백 사건을 지휘하는 김창진 1차장검사와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고 있는 고형곤 4차장검사는 각각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과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김 여사 수사를 총괄했던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면 물갈이 된 것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김 여사에 대한 출석 통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박현철 2차장검사가 서울고검 차장으로, 김태은 3차장검사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대검 간부도 신자용 대검 차장검사와 양석조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6명이 대거 교체됐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한 언론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거부감에 윤이 특수부 시절 동지마저 내쳤다”며 “정무수석조차 윤이 (인사를) 주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직 검찰총장까지 건너뛴 무리한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검찰에 전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검찰은 용산을)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검찰 내 한동훈 라인의 퇴조다. 김 여사 소환조사 방침을 강하게 밝힌 서울중앙지검의 송경호·김창진·고형곤 등은 친한(친한동훈)으로 분류된다. 지난 1월 중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용산 안팎에서는 ‘한동훈 라인이 검찰을 사유화한다’며 이들 검사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실제로 송 검사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김 여사 사건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용산’과 갈등을 빚어왔다. 송 검사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종결지으려면 김 여사 대면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1월 중순부터 윤 대통령 주변 세력은 송 검사장을 좌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당시에는 이 총장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검찰 내 특부수 윤·한 라인 간의 충돌이 그때부터 빚어진 셈이다. 그 여파로 이노공 당시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사임했고, 직후에는 김 여사 논란을 겨냥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한 전 위원장의 발언이 나왔다. 검찰 내 친한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윤·한 갈등으로 검찰 특수부 라인 충돌

그 시기와 맞물려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이후 법조계 주변에서는 ‘윤가근 한가원(尹可近 韓可遠)’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가급적 윤 대통령과 가깝고 한 위원장과는 먼 사이여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결혼식 사회를 본 한 전 위원장의 동기인 주영환 검사장까지 사의를 표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법조계 시선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친한계 라인은 이미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윤·한 갈등으로 인한 검찰 내 분화 현상은 그때부터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 부활 타이밍도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실은 5월 7일 신설된 민정수석에 기획 검사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국정원 파견 전력도 있고, 이명박 정부 때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특수부를 지휘했다. 특히 검찰국장 이력으로 검찰 인사에 정통하다. 통상 민정수석은 검찰총장보다 아래 기수로 임명된다. 이 같은 통념을 뒤집고 이 총장(연수원 27기)보다 아홉 기수나 위인 김수석(연수원 18기)을 임명한 것은 검찰에 대한 통제력 강화 차원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임기 2년이 지난 시점에선 검찰총장 출신 타이틀만으로는 검찰 조직을 주무를 수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조직 생리에 밝은 인사들에 따르면, 검찰은 국가나 국민보다 ‘조직’이 우선이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 정권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만큼 필요할 때는 소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선다. 실제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을 구속한 전례가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아들 김현철 씨를 구속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세 아들을 사법 처리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친형들을 구속시켰다.

“한동훈의 전당대회 등판 여건 무르익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교체되는 검찰 인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김건희 여사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등의 비위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을 밀어붙이며 집권세력에 대공세를 펼칠 기세다. 대통령이 거듭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건은 결국 검찰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용인할 생각이 없으며, 문제가 있다면 검찰에서 해결할 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윤 대통령이 검찰을 여소야대 국면에서 임기 마지막까지 컨트롤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아울러 서초동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로 야권에 대한 수사 속도가 높아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이었다. 현 정부에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했다. 이 대표의 여러 의혹 가운데 검찰이 피의자 조사를 한 첫 번째 사건이다. 또한 지난해 9월 전주지검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등 야권을 겨냥한 수사를 연이어 지휘했다.

이제 서초동과 여의도의 관심은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여부로 모아진다. 보수진영에서 윤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한 전 위원장이 꼽힌다. 그간 한 전 위원장에게는 일종의 ‘서사’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대통령 직할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그 자신부터 ‘윤석열 사단’ 참모 역할을 내려놓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 문제나 의대 정원 이슈에 목소리를 내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인사로 표면화된 검찰 내 권력 다툼을 그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시선도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을 두고 “검사 시절에는 자신의 사단을 꾸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검찰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법무부 장관이 된 후에는 이 총장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이들의 선택을 받은 검사들이 검찰 내에서는 일종의 신세력으로 규정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법조계 인사는 “총선 패배 후 칩거 중인 한 위원장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현직에 있는 검사들에게는 이것이 ‘버텨라’는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만찬 요청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는 등 용산 대통령실이나 당 주류인 친윤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한 전 위원장은 5월 12일 서울 도곡동의 모 식당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했다. 총선 이후 정치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정치 복귀를 위한 몸풀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포함한 당 상황을 놓고 정보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다. 원 전 장관은 총선 이후 대통령실 비서실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돌연 정무수석으로 격하되더니 아예 없었던 일이 됐다. 모두 영수회담을 조율하는 시기에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 측의 비토설이 나오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이 전당대회에 등판할 수도 있지만 측근들은 ‘독이 든 성배’라며 만류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 원 전 장관이 한 전 위원장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한 전 위원장과 향후 한배를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친윤계 등 당 중진들이 총선 패배 책임론을 한 전 위원장에게 씌우고 있지만 여권층의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압도적이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48%(여권 지지자)를 기록했다. 오는 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룰(당원 100%)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한 전 위원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표명은 안 했지만, 마음은 (출마 쪽으로) 기울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3040 소장파 모임 ‘첫목회’도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돌리는 당 중진들의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 경고에도 용산은 고립의 길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등판 여건이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무리한 검찰 인사와 민정수석실 부활 등 일련의 용산 대통령실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월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이때, 대통령의 심복을 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기어코 김건희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시그널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윤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13일 “만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께서 불행한 사태를 스스로 초래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경고했다.

야당은 사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검 거부권을 계속 행사해도 국회에서 재가결하면 결국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용산은 ‘태도 변화’ 없이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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