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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 22대 국회 파워리더] ‘강한 야당’ 이끄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野 170석 때도 박근혜 탄핵했다… 尹, 국정기조 바꿔야”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국회 개원과 동시에 尹 거부권 행사한 법안 패키지 발의”
“1호 제출 법안은 25만원 지원금…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신임 원내지도부가 5월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신임 원내지도부를 ‘친명 체제’로 꾸린 가운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경선 과정에도 이 대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추대 정치만 존재하는 민주당의 ‘민주’는 어디로 간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내 갈 길만 가겠다’는 모양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안을 발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8개 법안을 ‘패키지’로 재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국회도 협치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명심’ 업고 연일 여당 압박하며 초강수

총선 이후 민주당 내 ‘라이징 스타’는 단연 박찬대(57) 의원이다. 이른바 ‘명심’을 등에 업고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박 신임 원내 대표는 인하대 경영학과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갑에서 당선해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22대 총선 직후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유력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던 김민석(3선), 박주민(3선), 서영교(3선), 김성환(재선), 한병도(재선) 의원 등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한 덕분이다. 민주당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사례는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후 19년 만이다.

박 의원은 5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진행된 찬반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었다. 당선 직후 박 원내대표는 “산적한 민생 현안과 중요한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국민이 정치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게 민주당의 숙제”라며 “국민의 부름 앞에 신속하게 움직이고 성과와 실적으로 화답하는, 행동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 ‘찐명’ 인사로 거론됐다. 2021년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으면서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회계사 경험을 살려 ‘대장동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한 뒤 고심할 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한 이도 박 원내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부결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때마다 당대표 옆자리를 지켰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인사들은 박 원내대표의 당선을 일찌감치 점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연일 여당을 자극하는 초강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5월 3일 취임 직후 “법사위와 운영위는 우리가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수당 몫인 국회의장은 물론 핵심 상임위원장으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까지 싹쓸이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5월 7일 열린 첫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국민께서 지난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확실히 견제하고 책임 있게 민생과 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커다란 숙제를 주셨다”며 “그 명령에 민주당이 화답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박 원내대표는 5월 6일 MBC 라디오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22대 국회가 개원 뒤 가장 먼저 발의할 법안으로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꼽으며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9일 이 대표와의 회동 때 보편적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 대표의 총선 공약과 관련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전체를 필요하다면 패키지로 발의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9개다. 이 가운데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을 제외한 8개 법안을 재발의한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5월 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까지 확보” 포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5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충형 국민의힘 대변인은 5월 6일 논평에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은 무리하게 나랏돈을 풀어 우리 경제의 인플레이션 탈출을 늦춰 국민의 물가 고통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노란봉투법은 이미 정치화된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악법으로 꼽힌다”고 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연일 ‘총선 민의’를 빌미로 민주유공자법, 제2양곡법, 전세 사기 특별법 등을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독주를 일삼고 있다”며 “총선 압승에 취한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21대 마지막은 물론 22대 국회까지 폭주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여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주요 현안 얘기를 꺼내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5월 13일 추경호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예방한 자리에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추경 편성을 기대하고 있고 해병대원특겁법을 수용하는 게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상견례 자리인데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갑자기 훅 들어오면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응수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거대정당 원내대표들의 기싸움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분명한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 22대 국회 역시 난장판만 안 돼도 다행이겠다는 생각”이라며 “의견 균형을 맞추기 위해 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2당은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관례라도 다시 좀 지켜졌으면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도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강경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과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1·2·3·4차장 검사가 전원 교체된 데 대해 “(대통령이) 검찰을 더 세게 틀어쥐고 김 여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달음 더 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5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까지 대통령실 눈치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2016년 탄핵 당시 야 4당을 합쳐 170석밖에 안 됐지만 실제로 탄핵 의결을 했을 때는 찬성이 234표나 나왔다”고 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박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율보다 낮다”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선출 개입했다 체면 구기기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월 13일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내 제1당을 이끄는 박 원내대표가 올해 국회를 주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과정을 두고 명심을 향한 당선인들의 미묘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 건 향후 이 대표와 원내지도부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자리까지 사실상 명심이 작용하면서 야권 내부에서조차 반대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은 당초 조정식(6선), 추미애(6선), 우원식(5선), 정성호(5선) 후보까지 4파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조 의원과 정 의원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추미애, 우원식 양자 대결로 바뀌었다. 이재명 대표가 지지층인 개혁의딸(개딸) 여론을 의식해 ‘추미애 국회의장’으로 교통정리에 나선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을 두고 “국회의장 교통정리, 당대표 연임과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5월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5~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 구도를 정리하는 일에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러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였을까? 민주당 당선인들은 5월 16일 당선자 총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경선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원식 의원 손을 들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개딸 눈치만 보는 민주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의식한 당선인들이 양심에 따라 이탈표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급기야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마저 형성되는 분위기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과거 민주당이었다면 박 의원이 아무리 3선 의원이라 한들 인지도 등을 감안했을 때 단숨에 원내대표가 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쌓인 난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향후 비슷한 혼란을 없애려면 국회의장 선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 선거는 본회의에서 비밀투표로 하게 돼 있는데, 지금은 다수당에서 미리 교통정리를 거친 사람만 출마하고 본회의에선 형식적으로 투표만 한다”며 “기존 방식보다는 아예 경선 과정을 생략하고 모두 출마하도록 해 본회의 투표로 결정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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