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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8) 산사태방지 대책 

“산사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할 수는 있습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우기에 발생하는 산사태 갈수록 대형화, 범부처 통합관리 체계 구축해 선제적 대응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확대·IT 기술 활용해 예측 고도화, 대국민 안전문화 확산 병행


▎2024년 5월 14일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 강화와 디지털 기반 대응 체계를 전면에 내세운 산사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 사진:산림청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2023년 5월 10일 남성현 산림청장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산림 분야 주요 성과로 13가지를 꼽았는데, ‘산림재난 대응역량 강화’도 포함됐습니다.

산림재난이란 주로 산불, 소나무재선충병 그리고 산사태를 일컫습니다. 기후변화 탓에 산림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대형화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특별히 조심할 시기는 있습니다. 이를테면 봄, 가을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산불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개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雨期)에는 산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연중 패턴입니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끝나면 산림청 사람들은 안도할 틈도 없이 ‘산사태예방지원본부’ 운영체제로 전환합니다. 대개 5월 중순부터 가동되지만, 예방 대책은 이미 3월에 마련해 놓습니다.

산사태예방지원본부 24시간 비상근무 가동

월간중앙이 입수한 산림청의 ‘2024년 전국 산사태예방 종합대책’ 문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호우 등으로 산사태 피해 규모가 대형화하는 추세”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실제 2023년 여름(6~8월) 강수일 대비 강수량(1018.55㎜, 25.1㎜/day)은 역대 1위 기록에 해당합니다. 특히 남부지방의 장마철 강수량은 712.6㎜로 집계돼 관측 이래 최대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산사태 증가는 필연적입니다. 2022년(1278건)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2410건의 산사태 피해가 2023년 발생했습니다. 피해 면적은 459㏊로, 최근 10년 평균인 258㏊와 비교하면 78% 증가한 수치입니다. 피해 건수로 보면 9년 평균 대비 71%(2023년 2410건) 늘어났습니다. 최근 5년 들어 이 추세는 급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0년, 2022년 그리고 2023년은 평균 10년의 피해 면적을 웃돌았습니다. 인명 피해도 이에 비례해 2019년 3명, 2020년 9명에 이어 2023년에는 13명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 복구비는 작년 한 해에만 1208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산사태는 계절적 특성상, 폭우와 태풍이 몰려오는 7~8월에 집중됩니다. 이 기간에 전체 산사태의 81.3%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시간당 50㎜의 비가 몰아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추세입니다. 2023년 기준 25회나 있었습니다. 지난해 예년에 비해 태풍이 덜 왔음에도 산사태 피해가 작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이는 글로벌 현상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만 미국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 케냐 등에서 폭우로 인해 큰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형적 이유로 산사태에 취약한 편이라고 합니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 중 경사도 20도 이상의 급경사지가 65%를 차지하며, 응집력이 낮은 모래흙 비중이 높은 것이 원인이랍니다. 이미 산림청은 2024년 여름 기후를 예측해놨는데, 6~8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아질 확률을 합하면 80%라고 합니다.

산사태 이슈가 나오면 남 청장이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산사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할 수는 있습니다.” 호우, 태풍, 산사태는 자연의 섭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것은 인력(人力)으로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선제적 조치로서 산림청은 1차(1월 16일~3월 31일)와 2차(4월 8일~5월 10일)에 걸쳐 산사태 취약지역 2만9703개소를 점검했습니다. 이 가운데 463개소에 안전조치를 실시했습니다. 또 4월 22일부터 6월 21일까지 산림청은 행정안전부와 합동으로 토사유출 우려지역과 산림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포함해 민·관 합동점검도 시행합니다.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되는 산사태예방지원본부는 기후상황, 산사태 위험징후 모니터링 등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로 움직입니다. 태양광 발전시설 등 인위적 개발지에 대한 전문가 합동 현장 점검도 5월까지 마쳤습니다.

2024년 신설·강화되는 산림청 산사태 대응 전략의 핵심은 ‘산사태 재난 안전망 구축을 통한 인명 피해 최소화’에 방점이 찍힙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4대 전략과 11개 실천 과제를 작성했습니다. 4대 전략은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지역 관리 강화 △디지털 산림과학 기술 기반 예방·대응 체계 구축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복구 △기후변화에 대비한 제도 개선 등 기반 정비를 포괄합니다.

디지털 기반 범부처 산사태 대응팀 신설


▎전북 군산 산사태 피해지의 복구 전(왼쪽 사진)과 복구 후 모습. / 사진:산림청
하나씩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가정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디지털 기반 범부처 위험 사면 통합관리 체계 구축’입니다. 이미 2024년 3월부터 산지 위주의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디지털 사면 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으로 개편한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사면 정보’는 행정안전부의 급경사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산업통상자원부의 태양광시설, 국토교통부의 도로 비탈면,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에 관한 200만 건의 정보를 통칭합니다.

또 2024년 4월부터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이 신설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사면 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일원화된 ‘위험 사면 관리체계구축’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 대응팀은 산림청에서 2명, 농림부·국토부·행안부에서 각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됩니다.

둘째,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확대입니다. 2023년 2만9000개소였던 것을 2024년 3만4000개소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2027년까지는 5만개소까지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렇게 지정을 확대하려면 기초조사와 실태조사 등 사전조사부터 많아져야 합니다. 실제 기초조사는 2023년 1만8000개소에서 2024년 3만3000개소로, 실태조사는 2023년 7000개소에서 2024년 1만2000개소로 늘어날 것입니다. 아울러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관리 지침’ 개정을 통해 지정을 간소화하는 절차 개선을 2024년 2월 마무리했습니다.

셋째, IT 기반 산림수계수치지도 제작 및 산림유량관측망 설치입니다. 산림계곡의 분포와 형상 등을 데이터로 변환시킨 산림수계수치지도를 제작해 산사태 정보시스템과 연계하면, 산사태나 토석류 등에 관한 대응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림유량관측망은 산림계곡 범람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산사태 대응 시뮬레이션을 위해 디지털트윈 실증 시범사업도 추진됩니다. 시범대상지로 2개소를 선정해 정밀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넷째, 기상청과의 협업을 통해 산악기상관측망 확대 및 정보 활용 강화를 모색합니다. 산악기상은 평지보다 풍속은 최대 3배 강하고, 강수량은 최대 2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기존 480개소인 산악기상관측망을 2024년 496개소까지 늘려 관측 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사태 특화 산악기상 정보를 수집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모인 산사태 예측 정보는 문자메시지 외에도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리(里) 단위로 실시간 강우를 반영한 산사태 위험도, 대피 우선순위 제공 등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다섯째, 산사태를 유발하는 폭우에 맞서,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대피 및 지원체계 구축입니다. 여기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정의하는 폭우는 시(時) 강우량 30㎜, 일(日) 강우량·연속 강우량 200㎜ 이상이 해당됩니다. 산사태가 불러오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4월까지 대피소를 점검·정비했고, 산사태 예측정보에 ‘예비경보’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기존의 ‘주의보’와 ‘경보’ 사이에 예비경보를 삽입해 주민 대피 시간을 추가적으로(1시간)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여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를 산사태 대응 인력으로 신규 투입해 현장 대응을 강화합니다. 산사태현장예방단은 전국에 760명 규모로 운영 중입니다. 여기에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435명까지 직무교육 실시 후 현장 투입 인력으로 포함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산사태 현장 협력관, 산사태 재난 대비 지역담당관제도 운영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산사태 징후 파악”


▎경북 문경에서 실시된 산사태 재난 대비 훈련. / 사진:산림청
산사태가 발생한 뒤 원인 조사나 복구도 경시할 수 없습니다. 산림, 토목, 지질 전문가와 행안부 소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방재 전문가 등 지역별·분야별 총 89명의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또 담당자의 1차 조사에 이어 산림재해 조사·복구 추진단의 2차 조사까지 더해 복구계획을 수립합니다.

끝으로 대국민 산사태 안전문화 확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교육청은 ‘찾아가는 산사태 예방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행안부는 ‘어린이 재난안전교육’에서 산사태 교육을 신설합니다. 또 숲해설, 유아숲지도 등 현장 프로그램에 산사태 분야 안전교육이 추가됩니다. 또한 2024년 4월 3주(8~26일)는 ‘산사태 재난 대비 훈련 주간’이었습니다. 전국 150개 시·군·구, 26개 국유림관리소에 걸쳐 5849명의 인력이 현장 대피 훈련과 토론 등을 했습니다.

남성현 산림청장 역시 산사태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 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자체와 협력해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겠다.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2차 피해가 없도록 초동 대처를 잘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산사태 예측 정보와 예보 현황은 인터넷에서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검색하거나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산림재해 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박스기사] “산사태 ‘골든타임’ 1시간 안에 대피해주세요”


▎2024년 4월 1일 산림청 등 범부처 정부기관이 협업한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이 출범했다. / 사진:산림청
5월 14일 산사태방지 대책 발표… 산사태위험지도 서비스 제공

2024년 5월 14일 남성현 산림청장은 정부대전청사에서 2024년 산사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남 청장은 “범부처 협업을 강화해 산사태 피해 최소화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태풍·집중호우 등 위험 시기에 긴급재난 알림을 받으면 주저 없이 대피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산사태 방지 대책과 관련해 월간중앙이 남 청장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다.

극한호우 증가로 산사태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1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산사태취약지역 2만8988개소의 사전점검 및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4월 22일부터 6월 21일까지 토사유출 우려지, 산사태 복구지, 임도, 산지전용지, 휴양림, 수목원, 치유원 등 1794개소를 집중 안전점검 중이다. 그리고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로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운영한다.”

산림청의 산사태 지도가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산사태위험지도는 태양광, 벌채지, 임도 개설지, 목재 수확지 등 산림의 변화 사항을 반영해 매년 위험등급을 현행화하고 있다. 2024년 2월 1일부터 대국민 서비스 제공 중이고, 실시간 강우량에 따라 위험도가 변하는 산사태위험지도가 5월부터 제공된다.”

산사태 징후 시 주민 대피 골든타임은 어떻게 확보할 방침인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토양함수지수 90%(산사태예비경보)에서 100%(산사태경보) 도달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각 권역별로 설정된 임계토양저류량 대비 현재 토양저류량 비율을 계산해 산사태 예보·경보에 활용하면 1시간의 주민 대피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사태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복구 작업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나?

“2023년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459㏊ 면적에 걸쳐 산사태가 발생했다. 피해 복구액만 1423억7100만원이 들어갔다. 산림청장으로서 조기 복구에 관한 특별 지시를 내렸다. 평년 대비 150% 강수일이 증가한 영향으로 산사태 복구사업 추진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현재 진도율은 약 20%(4월 19일 기준)다. 6월까지 집중 사업관리를 통해 4월 30%, 5월 70%, 6월 100%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우기가 오기 전 복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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