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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계] 월간중앙 창간 56년 기념 ‘이승만 토크쇼’ 성료 

“한강교 폭파 ‘런(run)승만’은 거짓말, 반세기 넘게 속았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건국전쟁' 김덕영· '물로 씌어진 이름' 복거일· ‘이승만기념관건립위’ 손병두 강연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 하나 없는 건 국가적 수치”… 우남 업적 재평가 필요성에 공감대


▎4월 25일 중앙일보 홀에서 열린 ‘우리가 몰랐던 건국대통령 이승만’ 좌담회에서 영화 [건국전쟁]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이 강연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좌파들이 이승만을 공격하는 논리로 쓰였던 ‘런승만’ 의혹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남 이승만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그가 말한 ‘런승만’ 의혹이란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북한군을 막기 위해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도망치는 바람에 다리를 건너던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주장이다. 이 의혹은 그동안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런(run)승만’이란 풍자의 근원이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이 직접 취재한 결과,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1950년 한강 다리가 폭파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증언을 수집한 인터뷰 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만들어낸 마타도어를 이른바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감독의 주장은 4월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2층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꿈과 소명’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크쇼는 월간중앙 창간 56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였다. 김덕영 감독과 본지에 이승만 대하 전기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을 8년째 연재 중인 복거일 작가,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산하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에서 건축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이 패널로 나와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크쇼에는 황교안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명예회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패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앞서 월간중앙은 지난해 창간 55년을 맞아 복거일 작가 초청 특별 강연을 열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초대 대통령에 걸맞은 사회적 평가와 예우의 기틀을 닦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참석자들도 월간중앙의 이런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황교안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이 너무 왜곡돼 있고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정치적인 것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영웅을 되살려내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명예회장은 “우리는 나라를 위해 애쓴 청년 이승만, 즉 이승만의 전반부를 잘 알지 못하고 후반부만 기억하고 있다”며 “(이승만의 일생과 업적이) 반쪽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복거일 작가는 “우리 현대사에서 우남이 차지하는 몫이 워낙 커서, 우남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했다. 복 작가가 본지에 연재 중인 [물로 씌어진 이름]은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치밀한 고증을 거쳐 이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최근 다섯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제1부 ‘광복’에 이어 제2부 ‘건국’을 연재하고 있다.

“우남의 위대함이 저 자신에게 스며들었다”

복 작가는 “우남을 공부하면서 우남의 위대함이 저 자신에게 스며들었다”며 “우남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썼다. 이분이 왜 이렇게 했는가, 생각하는 동안 사고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남을 공부하면서 그분의 위대함을 조금이나마 습득했다. 그런 의미로 우리는 우남을 접했다는 것 자체로 모두 행운아”라고도 했다.

복 작가에 이어 영화 [건국전쟁]으로 이승만 신드롬을 일으킨 김덕영 감독이 강연에 나섰다. [건국전쟁]은 옛 희귀 영상자료와 관련자 인터뷰 등 방대한 취재를 통해 우남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2월에 개봉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117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건국전쟁]은 새롭게 발굴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승만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그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얼마 전 전쟁기념관에서 하기로 했던 강연이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됐다”고 운을 뗐다. 여전히 이승만이란 키워드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국전쟁]이 흥행하면서 일각에선 이를 보수 우익의 ‘정치 선전물’로 치부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최근 미국 의회에서 [건국전쟁]이 상영됐다”면서 “미국 의회가 어떤 곳인가. 영화 심의만 두 달 걸렸다”며 정치 선전물이란 비판을 일축했다.

“'건국전쟁' 후속작에 ‘인간 이승만’ 집중 조명”


▎4월 25일 중앙일보에서 개최된 이승만 대통령 좌담회에서 손병두(왼쪽) 이승만기념관건립 추진위원회 건축위원장, [건국전쟁]의 김덕영(가운데) 감독, 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의 복거일(오른쪽) 작가가 대화하고 있다.
영화가 흥행하게 된 동력으로 김 감독은 ‘사실의 힘’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거짓말이 많았다. [건국전쟁]은 곧 60살을 맞이하는 저를 비롯해 386세대의 역사에 대한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소개한 ‘런승만’ 의혹에 관해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한 내용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한강 다리가 폭파될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인터뷰한 영상을 일부 공개했다. 이는 그가 영화 제작을 마친 뒤 비공개 팀을 꾸려 조사한 내용의 일부다. 김 감독은 “인터뷰에 응한 당시 목격자들은 공통적으로 다리 폭파 당시 민간인 희생자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그간 민간인 희생의 근거로 제시된 한강 다리 사진은 “인민군에 의해 군경이 희생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의 흥행에 힘입어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제는 ‘인간 이승만’이다”고 밝혔다. 전작에서 다루지 못한 우남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춰 ‘기록의 대가, 여행의 대가, 세계적 통찰력을 지닌 이승만을 조명하는 구상을 소개했다.

마지막 강연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에서 건축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손 위원장은 “해방된 지 79년이 됐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76년 됐다”면서 “이런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대한민국 초대 건국대통령기념관이 아직도 없다는 건 정말 불가사의”라고 아쉬워했다.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쓰이다 해방 후 미군과 미 대사관 숙소로 활용됐다. 이후 서울시가 부지를 확보해 녹지를 조성했다. 서울시는 최근 이곳에 문화공원, 주차장 및 문화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북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손 위원장은 가상현실(VR)과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입힌 ‘이승만 VR기념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2022년 8월 15일 정식 오픈한 이승만 VR 기념관은 80년 전 녹음된 우남의 육성과 각종 사진·영상자료를 통해 우남의 생애와 업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추진한 프로젝트다.

손 위원장은 “우남은 우리나라 건국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당시 세계 지도자 중 가장 출중했던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마침 윤석열 대통령께서 우남 기념관을 짓자고 했다”면서 “우리 국민이 많이 호응해 주셨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민을 위한 기념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이승만기념관이 특정 이념에 얽매이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우파의 경영관이 돼서도 안 되고, 좌파가 반대하는 것이 아닌,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며 “(기념관이 건립되면) 세계인들이 보고 ‘대한민국에 이런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구나’하고, 우리는 초대 대통령으로 그런 분을 모셨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남 기념관, 이념 떠나 국민 모두의 자부심 돼야”


▎월간중앙 창간 56년을 맞아 4월 25일 중앙일보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특별강연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 정철근 중앙일보에스 대표이사, 복거일 작가, 김덕영 감독, 손병두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 건축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황교안 이승만건국 대통령기념사업회 명예회장,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각자의 강연이 끝난 뒤 세 사람의 정담이 이어졌다. 정담의 주제는 ‘우리가 몰랐던 이승만’으로 모아졌다. 패널들은 과거 이승만 관련 활동을 시작할 때와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복 작가는 “우남을 연구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반세기 넘게 우남의 진면목이 가려져 있었다는 점”이라며 “교과서는 물론이고 왜곡된 현대사의 가장 큰 희생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과 김 감독도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남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장면으로 1941년에 우남이 영어로 출간한 [일본내막기(Japan inside out)]를 꼽았다.[일본내막기]에서 우남은 일본이 철저히 숨기고 있던 태평양 진출 야심을 간파하고 미국에 경고의 목소리를 보냈다. 책이 출간된 뒤 수개월 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우남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우남의 국제정세에 대한 안목과 선각자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예다. 그밖에 건국 직후 초등학교 무상교육으로 문맹을 퇴치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적화를 막아낸 일 등도 우남의 탁월한 업적으로 꼽았다.

패널들은 우남에 대한 왜곡과 오해, 편견을 벗어나려면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 많은 영화가 나오고 책이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복 작가는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승만 전기소설에 관한 관심을, 김 감독은 [건국전쟁] 후속작 제작에 대한 응원을 각각 부탁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 이후에도 다양한 문화·학술 행사를 통해 우남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석한 정용상 공정과 상식포럼 상임대표(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우남에 대한 올바른 재평가와 현양사업의 기틀을 만드는 데에 월간중앙이 힘을 보태주는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정론의 역할을 다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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