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수·취·창업 지원, 진로 탐색 프로그램 참여 문턱 확 낮춰취직 준비 비용에 직장인 목돈 마련까지 복지성 지원사업 풍성
▎지난 5월 30일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2024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 참여자 오리엔테이션에서 김동연 지사가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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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20대 청년 A씨는 틈틈이 경기도 누리집을 찾아 ‘정책 쇼핑’을 한다. 취준생 시절부터 경기도의 여러 청년 정책에 참여해 혜택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어학 시험 응시료와 자동차운전학원 수강료를 돌려받기도 했고, 구직 면접을 하고 나서 5만원의 면접수당을 받기도 했다. 목돈은 아니지만, 응원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취업 의지를 다지기에 충분했다. 취업한 뒤에는 연간 12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도 받았다. 받은 포인트로 온라인 전용 몰에서 책을 구입하거나 건강 관리를 위한 용품을 사곤 한다.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면 경기도 지원금 14만2000원이 더해져 2년 후 580만원을 돌려받는 ‘청년노동자 통장’도 가입했다. 여기에 더경기패스 교통카드를 이용해 출퇴근 대중교통 비용의 30%(19~39세 청년기준)를 돌려받는다. A씨는 “경기도에 사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라며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경기도에 사는 청년 중 경기도의 청년 정책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참여해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정책과 사업에 관심이 덜한 청년들을 매혹시킨 건 ‘가성비’다. 약간의 수고를 감수하면 혜택을 받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서다. ‘행정은 복잡하다’는 편견과 달리 신청 절차와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경기도가 내놓은 청년 정책을 보면 그야말로 ‘정책 백화점’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다양하다. 사회진출 준비 단계부터 정책적 지원이 시작된다. 뒤늦게 꿈을 이루고 싶은 사회인에게도 정책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단순한 현금성 복지보다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회’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표적인 정책 키워드이기도 하다.
기회 정책 ‘경기청년 사다리’ ‘갭이어’ 큰 관심
▎ 사진: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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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3월 270명을 모집하는 데 7971명이 신청해 29.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경기청년 사다리는 해외 대학 연수 기회를 제공해 진로 개척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미시간대·버팔로대·워싱턴대·샌디에이고대), 호주(시드니대·퀸즐랜드대), 영국(에든버러대), 싱가포르(싱가포르국립대), 중국(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에서 3~4주간 연수 기회를 갖는다. 자기 계발 미션과 특강, 어학 수업, 문화체험, 팀 프로젝트 수행 등 촘촘하게 일정이 짜여 있다. 선정된 참여자에게는 대학 연수비와 항공료, 숙식비 등 비용 일체를 지원한다. 김 지사가 경제부총리 시절 국가사업으로 제안한 대학생 대상의 ‘파란 사다리’ 확장판이다.지난해 1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부터 청년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해 4월에 참여자 모집 경쟁률은 31대 1을 기록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형편상 할 수 없었던 청년들이 1기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진로 목표를 찾기도 했다. 참여자를 선정할 때 어학 능력을 따지지 않은 점이 호평받았다. 특히 저소득층과 저학력층,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 청년, 장애, 자립준비 청년 등을 우대함으로써 상대적 균형도 갖췄다.하고 싶은 일을 탐색하고 도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도 지난해 시작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던 기회 패키지의 대표 정책 중 하나다. 영미권 국가에서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시작하기 전까지 봉사나 여행, 진로탐색 활동을 하면서 흥미와 적성을 찾는 갭이어(Gap Year)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2023년 첫해에는 1, 2기로 나눠 선발된 589명이 418개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로를 탐색했다. 디자인, 교육, 영화, 드라마, IT·SW, 음악,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소 꿈꾸던 일을 시도해보고 멘토의 도움을 받는 기회를 가졌다.올해 갭이어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200명 늘어난 800명으로 확대됐다. 지난 4월 참여자 모집에 2390명이 몰려 지난해 경쟁률(1.7대 1)을 뛰어넘었다. 최종 선발된 청년에게는 1인당 최대 500만원의 프로젝트 지원금과 함께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역량 향상 교육, 직무적성 검사를 지원한다. 또 직접 기획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현할 기회도 주어진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기회 더하기’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했다. 기회 더하기는 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참여자에게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고 1년간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의 취·창업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해외 취업과 창업을 돕는 해외 취·창업 확충사업도 높은 관심에 힘입어 올해 모집 인원과 지역을 대폭 늘렸다. 해외 취·창업 확충 사업은 무역과 해외 취업, 창업에 관심 있는 경기 청년에게 역량 개발과 기업 현장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청년사다리 프로그램의 확대판에 해당한다.올해 해외기업 체험 지역은 미국(LA)·일본(도쿄)·인도네시아(자카르타)·베트남(호찌민)·인도(뉴델리, 벵갈루루)·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오스트리아(빈)·호주(멜버른)·태국(방콕)·대만(타이베이)·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등이다.해외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참여 인원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참여자에게는 해외기업 체험프로그램과 숙박비, 식비, 항공비 등이 지원된다. 사업에 참여하면 실무언어, 멘토링, 직무교육, 현지 국내기업 무역마케팅 실습, 해외전시회 참여 등 4주간 취·창업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취준생과 직장인 맞춤형 복지성 사업도 다양
▎지난 5월 김동연 지사가 미국 출장 중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를 방문해 한인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사진:경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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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제공에 초점을 맞춘 정책 패키지만 있는 건 아니다. 청년들의 실생활에 요긴한 복지성 사업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앞서 소개한 A씨처럼 대학생부터 취준생,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정책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게 짜인 게 특징이다.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둔 24세 청년은 취업, 졸업 여부와 소득·재산 유무를 불문하고 누구나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 분기마다 25만원씩 네 차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데, 주소지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업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흥업소 사용은 제한된다.구직활동 중인 청년에게는 취업 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면접 수당을 준다. 면접에 참여하면 1회에 5만원, 최대 10회까지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지난해 3차에 걸쳐 4만9403명이 16만5700건을 신청해 면접수당을 받았다. 올해는 2차(8~9월), 3차(11~12월) 모집이 남아 있다.취업 준비나 자기 계발을 위해 어학·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응시료나 수강료를 지원한다. 지난해 신설됐는데, 개인당 30만원 범위 안에서 응시·수강 횟수 제한 없이 실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6월까지 이미 절반에 가까운 46.2%의 예산 신청이 접수돼 연말 전에 예산이 소진될 전망이다. 지원 대상은 어학시험 19종, 한국사, 국가기술자격 545종, 국가전문자격 248종, 국가공인 민간자격 96종 등이다.직장을 구한 청년에게는 ‘청년노동자 통장’을 통해 자산 형성을 돕는다.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면 경기도가 14만2000원을 추가 적립해준다. 2년 후에는 지역화폐 100만원을 포함해 580만원을 받는데, 이를 수익률로 환산하면 140%인 셈이다.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 청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며, 아르바이트나 자영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중소·중견기업이나 소상공인업체, 비영리법인 재직자의 복리후생을 개선하기 위해 연간 120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청년 복지포인트’ 사업도 호평을 받고 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서도 전문 상담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경기도 내 고립은둔 청년은 16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청년 정책에 ‘진심’인 김동연, “청년의 목소리 내라”김 지사는 청년들이 좀 더 정책의 주체로 나서길 당부했다. 지난 7월 23일 성남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경기지역의 30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은 경기도를 만들겠다”며 “여러분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의 체제와 지금의 시스템과 지금의 구조에 순응해서 가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고 말했다.김 지사는 아주대 총장 시절부터 청년층과 소통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시절 그는 ‘브라운 백 미팅(Brown Bag Meeting, 도시락 모임)’을 자주 가졌다고 한다.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경제부총리 때에도 학생식당 아침식사 등 대학생과 소통을 이어갔다.도지사가 된 뒤에는 청년과의 접점을 대폭 늘렸다. 외국 출장을 나가면 꼭 해당 지역 대학을 찾아 한인 유학생들을 만나곤 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텍스트 기반 SNS인 ‘스레드’에서 친근한 말투와 밈으로 청년들의 호감을 사 계정을 만든 지 1년 만에 6만4000명의 팔로어를 확보했다.경기도는 정부나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 연령대를 19~39세로 늘렸다. 이는 모든 청년 관련 정책, 사업과 더경기패스 등에 동일하게 적용된다.이와 함께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을 만들어 여러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청년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재단이 설립되면 청년사다리, 갭이어, 청년노동자통장, 청년역량강화 지원사업 등 분산된 사업들을 통합 관리한다.경기도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김 지사를 ‘밈잘알 도지사’라고 하는데, 현실의 김 지사는 청년을 가장 잘 이해하는 ‘맘잘알’ 도지사”라며 “앞으로 더 실용적이고 다양한 정책으로 기회의 사다리 놓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경기도의 청년 정책과 사업의 자세한 내용은 경기청년포털(https://youth.gg.go.kr)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