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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9) 도시숲 

“도시 속의 숲, 숲 속의 도시로 간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도시숲 조성 통해 폭염과 열섬현상 완화 효과, 대기정화·심적 안정 기능도 누려
수도권 도시숲 면적 WHO 권고 기준 미달… 산림청 주도로 전국에 도시숲 만들어


▎2024년 5월 남성현(가운데) 산림청장은 경기도 의정부시 천보산 도시숲을 찾았다. 도시숲을 늘리는 것은 산림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 사진:산림청
강원도 강릉에서 6월 11일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했습니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는 작년(6월 17일 강원도 양양)보다 무려 7일이 빠른 페이스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강릉은 6월 28일에야 열대야가 생겼습니다.

하루 앞선 6월 10일 대구, 울산 등 경상도 일부 지역에선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폭염주의보는 일(日)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폭염주의보 역시 전년(6월 17일) 대비 1주일 일찍 찾아왔습니다. 이미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이 평년보다 더 덥고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며 역대급 찜통더위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폭염주의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긴 불볕더위의 서막을 알리는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죠.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해수면 고온 현상이 폭염과 비를 몰고 온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입니다. 다시 말해 최고 33도를 넘는 날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란 예측입니다.

실제 폭염 일수는 지난 25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1998~2002년 평균 7.2일에서 2018~2022년 평균 14.9일로 늘어났습니다. 50도에 달하는 살인 더위 뉴스가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도시숲,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해결사


▎인천시 석남 도시숲의 조성 전(왼쪽)과 조성 후(오른쪽) 모습. 숲의 미학적 기능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산림청
폭염과 도시는 서로를 증폭시키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폭염은 도시의 열섬 현상 탓에 더욱 심화하고, 도시의 아스팔트와 빌딩 숲은 달궈진 더위를 배출하지 못하며 무더위는 증폭됩니다. 이런 악순환을 해소해주는, 부작용 없는 최선의 솔루션을 뜻밖에도 산림청이 가지고 있답니다. ‘도시숲’이 그것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심 속의 허파처럼 기능하는 도시숲은 큰 틀에서 4가지 순작용을 일으킵니다. 첫째, 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입니다.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도에서 최대 7도까지 완화해준다고 합니다. 반면 습도는 9~23%를 높여 도시 열섬 현상 완화에 기여합니다. 보다 와 닿게 설명하면, 나무 한 그루는 에어컨 10대, 공기청정기 10대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둘째, 소음을 감소시켜 줍니다. 도로에 침엽수를 조성했을 때, 자동차 소음의 75%, 트럭 소음의 80%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특히 폭 30m, 높이 15m에 달하는 큰 나무들은 도시의 소음을 10㏈이나 낮춘다고 합니다.

셋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배출해 대기를 정화합니다. 산림은 1㏊당 연간 온실가스 6.9t, 이산화탄소 2.4㎏을 흡수한답니다. 미세먼지 46㎏을 포함해 연간 대기오염물질 168㎏을 흡착 혹은 흡수합니다. 이를 도시숲의 나무 한 그루로 치환하면,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하고, 산소 1.8t을 방출하는 효과를 발합니다. 또한 연간 35.7g에 달하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입니다.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나무 47그루가 경유차 한 대가 내뿜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제거해 주는 비율입니다.

2017년 산림과학원은 홍릉숲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도시숲은 평균적으로 미세먼지의 25.6%, 초미세먼지의 40.9%를 저감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한 결과입니다. 이어 2018년 산림과학원은 시화산업단지 대상 연구를 통해 ‘완충숲 조성 후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산업단지에 비해 27%가 낮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당 산림은 연간 온실가스 6.9t을 흡수합니다. 나무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개 낙엽송(9.1t)과 신갈나무(8.6t), 소나무(7.5t)의 흡수 능력이 빼어납니다. 또한 나무 한 그루당 연간 2.4㎏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특히 상수리나무는 6.2㎏, 낙엽송은 4.3㎏에 달하는 탁월한 흡수력을 보여줍니다. 이런 국산 목재를 사용하면 1㎥당 0.28t의 이산화탄소 저장 효과가 부차적으로 따라옵니다.

넷째, 도시숲은 도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심리적 안정 효과를 유발합니다.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에 해당하는 코티솔 농도를 15.8%나 낮춰 줍니다. 심지어 혈압도 2.1%나 저하시켜 준다네요.

남성현 산림청장은 “도시숲은 미세먼지 해결사일 뿐 아니라 여름철 열섬 현상을 완화해 주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라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건강, 힐링, 휴양, 치유의 공간이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 흡수원으로서도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서울은 지금보다 3배 더 도시숲 만들어야


▎울산시 매곡초등학교에 조성된 도시숲. 아이들의 안전까지 고려했다. / 사진:산림청
도시숲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2021년부터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도 산림복지국의 ‘도시숲경관과’에서 업무를 전담 관리하는 것만 봐도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 청장은 “도시 속의 숲, 숲 속의 도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제시합니다. 그럴 만도 한 이유는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이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산림의 공익기능’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평가 결과를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산림의 공익기능은 무려 259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한 기능은 온실가스 흡수저장 기능이 차지(97조6000억원) 했습니다. 이 밖에 산소생산 11조6000억원, 토사붕괴 방지 11조5000억원, 대기질 개선 5조3000억원 그리고 열섬 완화가 6000억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숲을 조성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현실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산림청은 도시숲 조성사업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인당 11.5㎡까지 넓어졌습니다. 2007년 1인당 7.0㎡, 2015년 1인당 9.9㎡ 대비 지속적인 증가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인 1인당 15㎡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서울시만 한정해서 보면, 1인당 4.97㎡로 WHO 권고 기준의 3분의 1에도 도달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한 가지 위안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이외 지역 비율은 대부분 1인당 10㎡가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울산은 1인당 26.29㎡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 경기(8.84㎡), 인천(11.52㎡) 등 수도권은 하위권에서 1~3등이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산림청은 생활권 주변 국유지를 활용한 ‘도시숲 조성사업’을 2003년부터 추진 중입니다. 20년이 흐른 2023년까지 125개소의 도시숲을 조성했습니다. 여기다 2024년 9개소의 신규 조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의 협업도 진행 과정에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2019년부터 ‘기후대응 도시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9년 ‘미세먼지 차단숲’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2023년 사업 명칭을 ‘기후대응 도시숲’으로 변경했습니다. 도심 내 생활권 및 도시 주변지역 유휴지를 활용해 숲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473개소가 만들어졌습니다. 2021년부터 연간 세 자릿수로 올라섰고, 2024년에도 117개소의 신규 도시숲을 조성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2019년 완공된 경기도 평택 포승산업단지 미세먼지 차단숲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와 주거 지역의 경계에 숲을 조성해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 미세먼지,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을 차단했습니다.

2021년 완공된 울산 미포지구 미세먼지 차단숲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동해남부선 철도변 완충 녹지, 공공청사, 일반 주거지역, 대형마트, 물류단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산업단지 인접 지역의 자재적치장, 주차장, 미(未)입목지에 폐기물과 저장물을 처리한 뒤 도시숲을 조성했습니다. 도시숲을 이루는 나무는 지역 특성에 맞고, ‘차단효과’가 높은 수종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차단효과에 의한 ‘도시바람길숲’ 조성 사업은 도시 외곽 산림에서 생성되는 맑고 찬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대기 순환을 일으키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이러면 미세먼지와 뜨거운 도시 공기는 외부로 배출될 수 있습니다.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기후 환경, 바람 통로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조성된 도시바람길숲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부산 등 전국 17개 도시에서 완료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잘 만들어진 도시바람숲길로는 경기도 평택 통복천 바람길숲(28㏊ 규모 70㎞), 인천 수인선 바람길숲(2.7㏊), 포항 남구 효자동의 포항 철길숲(12㏊)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 ‘아름다운 도시숲 50선’ 발표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숲 조성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통학 환경을 제공하는 ‘자녀안심 그린숲’은 2021년 50개소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210개소가 완료된 상황입니다. 2024년 69개소 추가 조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녀안심 그린숲 중 대표작은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교대로 그린 등굣길’이 꼽힙니다. 학교 밀집 지역 내 확실한 보·차도 분리를 통해 안전한 등·하굣길을 조성하는 한편 기존 녹지 인프라와의 연결성을 높여 2022년 모범도시숲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산림청은 각 지자체와 국민 추천 등을 통해 접수된 916건의 도시숲 중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을 선정해 발표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공모 결과 총 916건이 접수됐으며 전국적으로 도시공원, 도시숲, 가로숲길, 휴양림, 수목원, 정원 등 다양한 도시숲이 추천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민이 추천한 도시숲은 총 657건이었으며 ‘서울숲’이 164건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선정 결과는 7월 발표되며 이번에 선정된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은 테마별로 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하고 많은 국민이 찾아갈 수 있도록 홍보할 예정입니다.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도시숲이 시민의 쉼터이자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주변의 아름다운 도시숲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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