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지긋이 눈을 감고 있다. 타지고 기운 치마는 소녀의 가난함을 드러낸다. 그 가난함에 더해 어린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까지 소녀는 지고 있다.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장님 소녀’(1854∼56)는 곤궁한 인생의 막막한 처지를 따뜻한 동정의 붓길로 표현한 그림이다.
두 소녀의 생존은 동냥에 달려 있다. 손풍금은 동냥을 돕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장님 소녀의 목 아래 쪽지에는 앞을 못 보니 도와달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인적이 드문, 넓은 들판에서 두 소녀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동전 한 푼을 기다리며 이렇게 궁색한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