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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의 농촌일기] “장맛비 보며 한잔 할 날 언제일까?” 

 

서재영 농업인·작가
꽤 오래전부터 새벽이면 저절로 잠에서 깨어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시골에 내려와 살게 된 다음부터인 것은 분명하다. 오늘도 밤 늦게 얕은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 보니 새벽이다. 늘 그렇듯이 3시와 4시의 가운데쯤이다. 나는 담배를 한 대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고 있다. 제법 주룩주룩 내린다. 이놈의 비가 드디어 장맛비란 말인가? 처마 밑 봉당에 서서 텃밭 건너 고샅길에 밝혀진 가로등 불빛이 빗줄기에 뿌옇게 흐려지는 걸 바라보며 늙은이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해마다 그랬듯이 장마가 시작되면 농부로서 한계가 느껴지면서 일종의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이지 태생이 농부인 사람들이 있다. 그 숱한 농사일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시의적절하게 해치우는 걸 보면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혹간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면, “어느 놈은 날 때부터 농사꾼인가? 그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지. 자네처럼 배운 사람이 우리네보다 훨씬 잘할 것이여. 우리야 헛것이지 뭐…” 하면서 슬쩍 뒤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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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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