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차 심부름에 담배 심부름까지 했던 대기업 비서가 지금은 글로벌 기업의 아태지역 기업마케팅 총괄이사를 맡아 한 달에도 수십 차례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다. 한국EMC 박재희(41) 상무다. 그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았던 차별과 수모를 현명하게 극복하며 직장 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이 원고는 박 상무가 호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보낸 것이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한 달에 일주일도 채 안 된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던 1986년. 나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대기업 현대에 입사했지만 8개월 만에 그만두고 글로벌 미국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현대에서는 당시 여직원이 입사해 갈 수 있는 부서가 비서실, 구내식당(영양사), 자료실 딱 세 군데였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회사엔 남녀차별이 없을(적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도 이직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도 남녀차별은 존재했다. 첫날 내게 인수인계를 하는 선배가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커피나 음료를 준비하는 캔틴(canteen)이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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