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경제위기에도 “배울 게 많네요” 

하버드에 간 한국 기업
성주그룹·개성공단 교재로 채택 … SKT·삼성전자는 ‘하버드 선배’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몇몇 기업은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좋은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전 세계 MBA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기업들이 바로 그 예가 될 것이다. 올해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성주그룹, 개성공단 등의 사례를 교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성주그룹의 MCM 매장이 뉴욕 플라자리테일컬렉션에 들어서면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성주그룹을 주목했다.

직장인이나 기업이나 하버드 경영대학원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직장인은 경력 계발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수년의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도전하며 기업은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사 경영 방식의 당위성을 더하기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되길 원한다.

우쭐대는 선진국에선 ‘한국에 수출 기업은 있어도 다국적 기업은 없다’고 비아냥댔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1등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그만큼 브랜드 가치나 경영철학이 높게 평가 받는 기업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된다는 것은 국제적 인지도가 낮은 국내 기업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닌 ‘공부할 만한’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버드의 케이스 스터디로 선정되면, 두고두고 각국의 MBA에서도 이용된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히 세계 금융위기로 성적을 까먹은 기업이 많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몇몇 사례가 나왔다. 성주그룹의 MCM 브랜드와 개성공단이 그 예다. 지금까지 하버드가 주목한 국내기업 사례는 대기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위 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을 꿈꾸는 다른 기업에도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8월 하버드대의 린다 힐(Linda Hill) 교수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멤버들과 함께 MCM을 방문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CM의 사례를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힐 교수는 MCM 브랜드에 대한 성공사례를 연구해 본인의 책 『Leadership as Collective Genius』에 실을 예정이며 올해 말께 책이 출간되면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보는 교재로도 사용될 것이다.

성주그룹은 독일 고급 핸드백 브랜드였던 MCM을 4년 전 인수했다. 현재는 원래 MCM보다 그 영역을 확장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 150여 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다. 개성공단은 올해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1학기 필수과목인 ‘Business Government & International Economy’(BG&IE) 수업에서 다뤄지게 된다.

‘BG&IE’ 수업은 하루에 1개 케이스를 다루는데 이 중 개성공단이 채택됐다. 지난해 개성공단 사례연구를 담당한 에릭 워커 교수와 단테 로치니 교수가 이미 한국을 다녀간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방한해 지식경제부의 남북경협 관련 부서와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그리고 개성공단 진출 기업 등을 방문해 자료 수집을 마쳤다.

개성공단 케이스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개성공단 진출과 자유무역협정에서의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협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진다. 워커 교수는 개성공단 사례를 통해 낮은 임금, 정부 보조 등 이득이 있는 상태임에도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면 어떻게 투자를 결정해야 옳을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개성공단이 정치적 상징물이 아닌 시장으로서 이해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국제 경영학계의 인증서와 같은 하버드 사례로 꼽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행동 분야의 경영학 부학장으로 조직 행동 교수 및 리더십 훈련 학과장을 겸하고 있는 힐 교수는 MCM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아시아의 작은 회사, 특히 여성 CEO가 경영하는 회사로서 보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힐 교수가 말했듯이 아시아의 작은 회사 성주그룹 MCM이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루이뷔통, 구치 등 명품 브랜드의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는 등 명품시장은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상태다. MCM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매출액이 큰 기업조차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개성공단 내 삼덕통상 생산라인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누구도 하지 못한 혁신 이뤄라

그럼에도 성주그룹 MCM은 뉴욕 최고 중심가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런던, 뉴욕에 이어 독일 뒤셀도르프, 베를린에도 직영점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 다른 명품 브랜드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것은 MCM이 지난해 초부터 위기 상황을 준비하면서 최근 위기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여파로 임차료가 낮아졌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플라자호텔에 입점했기 때문에 주변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또 하버드 대학의 주목을 받은 사례로는 SK텔레콤의 서비스가 있다. 김신배 전 SK텔레콤 사장은 “그동안 세계 최고, 세계 최초라고 부를 수 있는 창조적인 혁신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CDMA를 최초로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이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 인터넷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회사이기도 하다. 위성DMB의 모바일 가입자가 180만 명이 넘는 곳은 세계적으로 없다. 그 외에도 멜론 회원제 음악 서비스, 싸이월드, 모네타 모바일뱅킹 서비스, 컬러링도 모두 세계 최초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케이스 스터디의 사례로 꼽힌 ‘모바일 미아찾기 서비스’나 휴대폰에서 **1004번호를 누르면 고객이 현금이나 SK텔레콤에 누적된 마일리지를 기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004 사랑나눔’은 새로운 통신 서비스인 데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을 더했기 때문에 하버드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채택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하버드 측에 제안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과가 있어도 알리지 않으면 알아주지도 않는 법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인 지식경제부 여한구 팀장이 제안해 이뤄질 수 있었다. 여 팀장은 하버드의 담당교수와 함께 직접 ‘북한에 스며드는 자본주의: 개성공단(Penetrating Capitalism into North Korea : Kaesong Industrial Complex)’이란 교재를 작성하고 있다.

하버드가 주목한 한국 기업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 대상 기업으로는 대부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다국적기업, 국내 대기업 사례가 많다. 아무래도 세계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의 사례가 많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대우, 신한은행 등이 소개된 바 있다. 하버드 MBA는 전략 과목 케이스로 삼성전자를, 창업 과목 케이스로 SK텔레콤을 선택했다. 신한은행 케이스는 성공한 M&A 사례로 다뤄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의 경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 성공 모델로 인정받기도 했다. 세계 경영학계의 거장 수닐 굽타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성균관대 한상만 교수가 싸이월드에 대한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비록 기업 규모가 작지만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971호 (2009.01.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