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힘들 때는 힘들어해야 할 뿐이고~ 

신현림이 읽어주는 시 한 편
행복한 마침표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대문 밖 우리 집 작은 화단에 국화꽃잎이 싹을 틔웠다. 지난가을에 심은 것인데, 이렇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고개를 내밀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만져도 보고 살펴도 보며 마침 부는 바람에, 봄기운에 몸이 가뿐해짐을 느꼈다. 모르기 때문에 더 기대되고 설레게 되는 연애의 속성처럼 인생은 앞일을 모르기 때문에 꿈과 희망이 싹트는 것 같다.

설레는 가슴… 이게 행복일까? 그렇게도 누구나 갈망하고 지키려는 행복. 만사 긍정적인 자세로 주의 깊게 바라보며 현재 순간에 존재하는 것. 이것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잘 살려면 그 훈련이 필요하다. 특별히 신나는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당연히 여긴 것들을 감사하는 습관들을 들이면 매순간 매일이 경쾌하게 흘러간다.

재미없던 것들이 흥미를 돋우고, 커튼에 비쳐 드는 햇살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집안 공기에도 그 여리고 따뜻한 기운이 배어 하루가 즐겁다.

오늘따라 라디오라는 상자에서 초콜릿이 쏟아질 듯 사랑고백 사연이 넘쳐흘렀다. 밸런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이라 그런지 오늘 본 만화 속에서도 사랑고백은 넘친다. “너 때문에 씩씩하게 부활했어”부터 “더욱 나쁜 여자가 돼서 너를 사랑할 거야”라는 악당 같은 귀여운 고백까지 사랑고백은 어떻든 가슴을 들뜨게 한다.

통화 중에 연하애인이 길에서 크게 ‘사랑해’라고 외쳐 몹시 기뻤다는 후배 얘기를 군침을 흘리며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매일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낀다. 감사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무와 꽃의 말도 들린다. 하염없이 열어두어 조개 속살처럼 여려지는 마음이 되면 천천히 들린다.

이제 눈을 밝게 하고 간을 돕는다는 냉이를 사다 국 끓여도 먹고 계절이 주는 기쁨 켜켜이 맛보고 싶다. 그 기쁨 가운데 두루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열심히 사는 향기니, 힘들 때는 힘들어하고 괴로울 때는 괴로워야 하더라. 괴로워한 만큼 눈물 흘린 만큼 강해지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니. 타인까지 둘러보며 이해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니.

오늘따라 누구보다 주변을 다시 둘러봄으로써 생기는 행복을 세세히 보여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난다. 그리고 잃어버린 영혼의 고향을 노래하던 윤동주의 시도 읊으면 삶은 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윤동주(1917~45).
일제 말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암울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자아성찰의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명은 해환(海煥). 1935년 평양에 있는 숭실중학교, 1941년 연희전문학교, 이어 도쿄에 있는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교토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 편입했다.

그러나 1943년 7월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송몽규와 함께 검거되어 각각 2, 3년 형을 선고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 송몽규는 3월 10일에 29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975호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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