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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으면서 서민들까지도 ‘위기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제2차 포에니전쟁 중인 기원전 216년 6월 칸나에 평원에서 로마와 카르타고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한니발이 지휘한 카르타고군은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포위 작전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칸나에 전투에서 보인 한니발의 용병술과 전술은 지금도 전사(戰史)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후 로마는 시민권자 8분의 1이 전투에 나서는 결사항전의 의지로 다시금 카르타고와 전쟁을 벌여 카르타고를 쳐부수었으며, 마침내 한니발이 독배를 들이켜고 자살하게 만들었다.
즉 한창 성장하던 로마에 닥친 칸나에 전투 패배의 위기는 로마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 망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 후 로마는 제3차 포에니전쟁을 일으켜 700여 년을 이어온 해양 제국 카르타고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고, 이탈리아 전역을 통일했으며 지중해의 해상권마저 장악했다.
역사적인 성공의 절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고, 역사 속 실패의 절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었다. 배수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법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위기는 기회며, 벼랑 끝에 서면 혼신을 다한 힘이 발휘되는 법이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전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성공은 백척간두의 위기 바로 끝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위기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실제로 위기가 닥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미 닥친 위기에 대해서는 위태로움과 함께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위기는 ‘이미 발생한 일(What happened)’ 자체가 아니라 ‘발생한 일에 대한 대응(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에 따라 기회로 반전된다.
성공과 실패는 불가피한 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기에 움츠러들지 말고 위기 대처에 집중하면서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나가자.
카를로스 곤: 현재 르노닛산 최고경영자(CEO). 1999년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했다. 당시 닛산은 막대한 부채와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2000년 사장으로 승격한 이래 과감한 구조조정과 신차 개발로 2000년 56억 달러 적자에서 불과 1년 만인 2001년에는 29억 달러 흑자로 돌아서게 했으며, 악성 부채를 모두 변제해 파산 위기에 몰린 닛산자동차를 성공적으로 재건한 경영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