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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내 탓이오” 

투자에서 바보 같은 짓 저질러 파생상품을 더하진 않을 것 


2008년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도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기록은 여러모로 ‘더 이상 나쁠 수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순이익은 49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더 나쁘다. 순이익이 1억1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6% 격감했다.

이로 인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 모두 주당 순자산이 9.6% 하락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순이익 감소를 맞았다. 이는 17년 만에 처음이다. 실적 악화 원인은 투자와 파생상품 손실 75억 달러였다.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산하 기업들은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조립식 주택 건설업체 클레이튼 홈스는 지난해 인력을 16% 줄였고 미국 최대 카펫 제조업체인 쇼 인더스티리스는 6.2% 감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4일 연례보고서에서 밝힌 지난해 말 현재 고용 인원은 24만6083명.이뿐만 아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급불능 위험에 대한 비용을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정크 본드 수준까지 치솟았다.

런던 금융정보회사인 CMA 데이터비전에 따르면 4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CDS 프리미엄은 0.3%포인트 급등해 5.3% 포인트를 기록했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대가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로부터 신용등급 Aaa를 받고 있는 버크셔의 CDS 계약은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11단계나 낮은 Ba2 수준으로 거래된 셈이라고 무디스의 자본시장 조사자료가 전했다. CDS는 채권 등 신용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주는 계약으로, 보험사가 보험료를 받고 채권이 부도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대신 갚아주는 신종 금융 파생상품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버핏은 지난달 28일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입장을 밝혔다. A4 용지로 23장에 걸친 편지의 핵심 메시지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그는 우선 “회사의 실적 악화는 남 탓으로 빚어진 실수가 아닌 내 실수”라며 지난해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회사가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의 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 “나는 가격이 낮을 때 질 좋은 제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요즘 증시의 하락세는 즐길 대상”이라며 추가로 투자할 기회를 잡을 것임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공식을 중시하는 자들을 경계하라”며 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에 대한 불신을 한번 더 드러냈다.

지난해 처음 파생상품에 투자한 버핏은 서한에서 “40억 달러의 CDS를 약정했고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투자에 있어 어리석은 일을 했다고 인정했다.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극적으로 하락할 것을 예상치 못하고 석유와 가스 가격이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당시 코노코 필립스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과 2억4400만 달러를 들여 아일랜드 은행 2곳을 인수했지만 결국 89%의 손실을 낸 것을 예로 들었다.

버핏은 평소 자신의 오류를 숨기지 않았다. 장래성이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섬유산업에 미련을 가졌다든지, 규제완화로 항공산업이 혜택에서 벗어나기 직전 US항공에 투자한 경험을 인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9년 서한이다. 이 편지는 “지난 25년 동안의 실수”라는 말로 시작한다.

978호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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