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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름다운 그들 

1회 수상자에 탤런트 이재룡·디자이너 이상봉·CEO 정영종 

정리=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컨템퍼러리 노빌러티상’을 만들었다. 한국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유명인사들에게 수여된다. 첫회 ‘컨템퍼러리 노빌러티’상을 받게 된 한국의 예술가·전문직·비즈니스맨 세 명을 만나봤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대표 브랜드 ‘로얄 살루트’가 제정한 ‘컨템퍼러리 노빌러티’상의 핵심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한국에서 번 돈을 사회에 돌려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것. 프랭크 라페르 사장은 “사회를 위한 비전을 보여주는 인물을 위해 이 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상은 로얄 살루트의 가치나 역사와 관계가 깊다. 일급 장인의 솜씨, 영국 왕실에 대한 존경의 표시,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보여준 인물에 대한 술 헌정 등이 그렇다.

이 상은 로얄 살루트 제품의 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 세 가지 색상이 상징하는 예술가·전문직·비즈니스맨 세 명에게 주어진다. 첫 번째 수상자로는 탤런트 이재룡(예술가 부문)씨, 디자이너 이상봉(전문직 부문)씨, CJ인터넷 대표 정영종(비즈니스맨 부문)씨가 최근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로얄 살루트 21년산 3종 등 500만원 상당의 위스키도 증정됐다.

1. 예술가 부문 루비 이재룡
난치병 어린이에 매년 기부


최근 방송이 끝난 MBC 드라마 ‘종합병원2’에서 생명윤리를 존중하는 정의로운 의사 김도훈 역할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이재룡씨. 그는 ‘종합병원2’ 이전에도 ‘상도’ 등에서 반듯한 이미지를 쌓아 왔다.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올곧은 이미지만큼이나 브라운관 밖에서 펼친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그가 ‘컨템퍼러리 노빌러티’ 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2004년부터 서울대병원에 어린이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매년 5000만원씩 기부해 왔다. 2003년부터는 해비탯의 사랑의 집 짓기 캠페인에 꾸준히 동참해 왔고,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스타리퍼블릭’을 운영하면서 얻는 수익금 중 일부를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기로 지난해 굿네이버스와 약정하기도 했다.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 촬영으로 바쁜 그를 경기도 일산의 SBS 탄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본인은 정작 봉사활동이 너무 드러나는 게 쑥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더 열심히 더 많이 하시는 분이 많은데 부끄러울 뿐”이라며 “연예인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 이런 사랑을 주위 분들께 자연스럽게 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인인 동료 배우 유호정씨와 결혼하기 전 총각 때부터 꾸준히 소규모 기부나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자신에겐 10원 한 장 쓰는 것을 아까워하셨지만 주변 사람에겐 너그러웠던 어머니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결혼 후 더 왕성해진 기부와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해 “아내는 내 활동을 이해해 주는 차원이 아니라 나보다 더 적극적”이라며 “난 맞장구만 칠 뿐”이라고 부인 유씨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해비탯같이 좋은 취지를 지닌 프로그램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2. 전문직 부문 에메랄드 이상봉
장애인 단체에 작품 제공



이름을 걸고 ‘작품’을 내놓는 패션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의상을 만드는 이들은 우리와는 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것같이 느껴진다.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사회와 교류하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파리 컬렉션 준비로 바쁜 그를 서울 역삼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 세상일에 적극적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인데….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돕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옷과 디자인인데, 이를 활용해 봉사할 수 있다면 내게 더 고마운 일이다.”

>>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
“1990년대 후반 해외 진출을 준비하다가 외환위기로 좌절됐다. 남의 일 같던 경제·사회 문제가 피부로 와 닿았다. 그때 처음으로 신문을 읽으며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는 세상과 단절된 채 내 일만 했다. 수출하는 사람은 다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더라.”

>> 좌절을 어떻게 극복했나?
“패션쇼 무대에 서는 대신 비즈니스로 나섰다. 유럽 기성복 회사들에 의상을 팔았다. 세계 시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2002년 봄 처음 파리 컬렉션 무대에 선 이후 매년 두 차례씩 꼬박꼬박 쇼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이 15번째다.”

>> 과거 외환위기 때만큼이나 경제가 어렵다. 희망의 메시지를 달라.
“전 사회적으로 우울증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럴수록 꿈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꿈을 잠시 접었다고 생각하자. 어려울 때는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꿈을 지켜주자. 주변을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3. 비즈니스맨 부문 사파이어 정영종
디지털 소외 학교에 지원


정영종 대표는 인터넷 게임 개발·마케팅 회사인 CJ인터넷을 2005년부터 이끌고 있다. LG전자·야후코리아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이 회사의 ‘넷마블’(www. netmarble. net)을 국내 최대 게임 포털로 키웠다.

대표 부임 이후 회사는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엔 프리우스·쿵야 등 자체 개발 게임으로만 3000만 달러어치 수출 계약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경기 강화초등학교에 ‘즐거운 배움터’ 1호 교실을 열었다.

5000여만원을 들여 디지털 교육용 컴퓨터와 영화감상, 방송 시설을 설치해 줬다. 가구도 어린이용으로 바꿨다.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된 지역의 초등학교 서너 곳에 매년 이런 교실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 대표 부임 후 회사가 변한 게 있다면.
“벤처가 어떻게 망하는지를 봤다. 한몫 잡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의사결정이 즉흥적이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약했다. 대표가 되면서 멀리 보고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고 게임 관련 데이터 관리를 체계화했다. 업계에서 우리 회사를 ‘화려한 한 방은 없는데 안정적으로 성장한다’고 평가하는데, 한 방은 위험하다.”

>> 사회 공헌에 나선 계기는.
“CJ그룹 차원의 각종 공헌 활동과 불우이웃 돕기 등에 참여하지만 우리 회사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 게임을 통한 앞으로의 사회 공헌 계획은.
“영화에 폭력물이 있는 것처럼 게임업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서 그늘이 있다. 게임업계가 발전하려면 긍정적인 측면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게임산업진흥원·국립특수교육원과 함께 경기도 분당의 특수학교에 인터넷 체험관을 설립했는데, 5개 학교에 더 설치한다. 온라인은 장애인이 일반인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용어설명
컨템퍼러리 노빌러티상 로마시대의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도덕의식과 솔선수범의 정신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현 시대에 보여주는 인물에게 수여한다. 경제위기 시대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비전과 희망을 공유할 새로운 리더를 찾아내자는 뜻도 담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이들이 대상이다. 이에 더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회와 함께 발전하겠다는 자세를 실천해온 이들을 찾아내 격려하겠다는 것이다.


980호 (20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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