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김연아 경제학 

국가브랜드 ‘후광효과’ 수천억원
피겨 퀸 가치 하늘을 찌르다 

성기영 경제산업 전문 저널리스트
-상종가 치고 있는 ‘김연아(Yu-Na Kim)’ 브랜드 파워 -국내외서 브랜드 가치 갈수록 폭발력 더해 -최대 수혜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이미지 높이는 데 결정적인 효녀 역할 -후원·광고업체도 덩달아 브랜드 가치 높아지고 매출도 쑥쑥 온통 피겨 퀸 김연아 붐이다. 영국 하면 베컴, 러시아 하면 샤라포바가 떠오르는 것처럼 이제 한국 하면 김연아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는 대박이고 국가브랜드 ‘후광효과’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전히 상종가인 김연아의 경제효과는 얼마나 될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름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처럼 잘 표현한 시는 드물 것 같다. 이름은 그 대상물에 독특한 상징성을 부여한다.
피겨 퀸이 국가브랜드 상징으로…

‘김연아(Yu-Na Kim)-’. 그는 2009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사상 최고의 점수(207.71점)로 우승했다. 19세의 나이로 당당히 ‘세계 피겨 퀸(Queen)’으로 등극한 것이다. 국내 스타에서 월드 스타로 일거에 올라섰다. 국내에서 ‘김연아’란 이름으로 유명했던 그가 이젠 ‘Yu-Na Kim’이란 이름으로 해외에서도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게 됐다.

‘김연아 브랜드’가 상한가를 치면서 폭발력을 더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김연아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기업들을 뛰어넘어 한국이란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서 고생하는 국민에게 선사한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커다란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김연아 브랜드 파워’의 실상을 짚어 본다.

■ 글로벌 스타로 화려한 변신 = 당장 김연아에 대한 국내외의 대접과 평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달 31일 그는 대한항공 KE018편의 1등석을 타고 귀국했다. 1등석은 처음이었다. 김연아의 스포츠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B스포츠 관계자는 “해외 전지훈련을 많이 다녔지만, 1등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 보너스로 봐 달라”며 웃었다. 입국장 주변은 수백 명의 환영인파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김연아는 VIP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경호원들과 함께 외교관 전용 출구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도록 배려를 받았던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김영준 의전실장은 “장관급 예우로 김연아 귀국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공항 관계자는 “절대비교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 많은 환영 인파가 몰렸다”며 “그만큼 김연아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일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한전에서도 VIP석에 앉아 응원했다. 하프 타임 때 장내에 나와 인사와 함께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2일 고려대 새내기로 학교에 처음 등교한 그에게 학우들의 환호가 터졌다. 이기수 총장이 직접 접견하고 격려했다. 이날 입었던 김연아의 ‘새내기 패션’이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 정도다.

■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 ‘효녀’ 노릇 = 최대 수혜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다. 정확한 추계는 할 수 없지만 수천억원 가치에 이르는 국가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각지에 진출했던 굴지의 한국 기업이나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미처 해내지 못한 일을 어린 김 선수가 해낸 것이다.

김연아 후광효과 수천억원대 추정


김연아는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자 감격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금메달을 받은 후 태극기를 등에 걸치고 빙판을 돌며 인사했다. 이를 통해 ‘김연아=대한민국’이란 이미지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각인됐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선진국 안방에 생방송으로 중계됐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 스포츠 마케팅의 위력을 실감케 해 주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영국 하면 베컴, 러시아 하면 샤라포바가 떠오르는 것처럼, 김연아가 한국이란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에 미치는 ‘후광효과’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이 ‘김연아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확대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이번 우승으로 김연아는 국내 스타에서 월드 스타로 도약했다”며 “월드 스타 김연아는 한국과 한국인만이 가진 문화·사회적 ‘소프트 파워’를 한층 높여 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우승은 또 글로벌 경제위기를 수출로 돌파해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과 우리 기업들에 크나큰 선물이 된다. 안 그래도 지난 1월 22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어윤대(64) 전 고려대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서 사랑 받는 한국을 만들어야 국가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 했다.

그는 “미국 안홀트에서 국가브랜드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 국가브랜드는 50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세계 13위 경제 규모에 비하면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수의 쾌거야말로 이런 관점에서 커다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 후원·광고업체들 덩달아 큰 재미 = ‘김연아 브랜드’가 상한가를 치자 수많은 관련 기업도 덩달아 재미를 보고 있다. 후원이나 김연아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들이 불황 속에서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동반 상승하면서 매출도 쑥쑥 올라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각종 특판행사로 ‘연아 특수’를 노리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불황도 김연아 신드롬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고마워요! 연아 특수’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현재 김연아는 현대자동차, KB국민은행, 나이키 등 3개사와 공식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광고 계약을 맺은 기업은 삼성전자, LG생활건강, P&G, 매일유업, 아이비클럽 등 10여 개 브랜드. 뚜레주르와 J. ESTINA는 김연아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김연아가 광고하는 저지방 칼슘 우유 매출이 작년 대비 9배 이상 뛰었다”며 “매출 증가로만 따져도 광고비에 비해 수십 배 이상 효과를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역시 김 선수가 모델로 등장하는 삼성전자의 하우젠 에어컨 판매량도 광고 전보다 4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광고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탤런트 이영애와 비교해 ‘김연아의 하루’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김연아가 출연하는 각종 CF 스토리만 엮어도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생활을 묘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연아가 연령과 성별을 넘어 국민적인 인기를 끌자 광고계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작년 한 해 40억원 상당의 광고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연아의 광고 단가가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도 벌써 흘러나온다. 물론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광고계약을 하겠지만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콜’도 전해지고 있다.

IB스포츠의 담당 이사는 “이번 우승으로 당장 북미·유럽 지역의 해외 인지도가 급속히 높아졌다.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김 선수가 나오는 광고를 북미지역 등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나 대륙이 추가되면 계약금이 최소 2~3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 ‘세계 명품 피겨’는 피눈물 나는 노력의 소산 =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명품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말을 실증해 보였다. 수영과 함께 부자나라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피겨스케이팅. 무한 경쟁 속에서 무한 훈련이란 담금질을 겪어낸 김연아는 세계 피겨 여왕자리에 우뚝 섰다.

김연아는 아버지 김현석(52)씨와 어머니 박미희(52)씨 사이에 난 2녀 중 차녀다. 그녀의 신화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과학적 스포츠 관리, 우수한 지도자, 그리고 자신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점프 하나를 익히기 위해 엉덩방아를 3000번 넘게 찧으며 얼음바닥에 뒹굴었다고 한다.

부상에 시달린 적도 많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치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실력은 끊임없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연마될 수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갈수록 문화·인물 등의 ‘소프트 파워’ 영향력 커진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견해
국가브랜드는 경제·군사력이나 문화·사회·사람 등을 주요 요소로 해서 평가한다. 요즘은 스포츠나 문화, 인물 등이 제공하는 소프트 파워가 평가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김연아 우승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가장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김 선수가 가장 서양적인 피겨를 석권하고 얻게 된 차별성 때문이다.

가장 서구적인 스포츠인 피겨에서 한국인인 김연아가 여왕자리를 차지했다. 피겨를 발레처럼 소화해 낸 ‘발레 감각’이 어필했다. 또 한 가지. 김연아는 한국 문화가 같은 동양권인 일본·중국과도 차별화된다는 점을 알렸다. 한국문화의 특장을 세계에 과시한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일부 기업이 일본을 따라잡거나 추월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동양을 대표했던 일본 피겨가 보여주지 못한 점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일본보다 뒤처지는 나라라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신흥국 한국이 일본과는 차별화되는 무엇인가가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이번에 심어줬다. 한국의 역동적 이미지(코리아 다이내믹스)라는 국민적 아이콘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김연아는 단순한 스포츠 선수라기보다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갈수록 인물로 인해 생기는 파워가 커질 것이다. 이를테면 타임지에 ‘올해의 인물’ 등으로 뽑히는 경우다.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알려질 경우 그 영향력은 스포츠에 뒤지지 않는다.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이란 차원에서 이런 점을 지원·관리할 필요가 있다.


982호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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