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22세의 젊은 남자가 진찰실에 찾아왔다.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패기 넘치는 나이였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위암이 복강과 간까지 퍼져 수술도 불가능하며 길어야 6개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라고 했다. 의사가 시한부 진단을 내리는 것은 100% 맞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완치될 확률이 1%라도 있다면 시한부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 확률이 다소라도 있다면 확률은 적지만 살 수 있다고 고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소설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이 살아남음을 전제로 한다면 이미 그것은 비극을 전제로 하는 작품이 되지 못한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정확한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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