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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석] 아이돌 먹을거리는 일본에 있다 

종편 사업자 선정은 호재 중 호재 … 콘텐트의 다각적 활용 절실 


▎중앙일보가 주최한 한류콘서트 ‘제1회 골든웨이브’에서 슈퍼주니어가 공연하고 있다.

한류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아이돌 가수들. 실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을까? 소녀시대 단 9명으로 그 많은 수익을 올렸으니 기획사는 얼마나 이익을 볼까? 막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연예산업의 지갑 속, 그리고 향후 계획표를 들여다봤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 『거위의 간』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등장한다. 환경적 요인, 거위의 특이체질 등 몇 개의 우연과 변수가 겹쳐진 끝에 기적처럼 희소한 확률로 거위가 황금을 낳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수의 스타를 등에 업고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 자주 비유되곤 한다. 최근 스타들은 다양한 콘텐트와 기획으로 상품화되어 연예기획사의 수익률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10년 예상 매출이 826억원에 달해 2년 사이 규모 면에서 2배의 성장을 이뤘다(2008년 매출 약 435억원). 더 놀라운 점은 2008년에 기록한 17억원의 영업손실이 이익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2010년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231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여름부터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가 ‘한국 아이돌 열풍’을 이끌고, 에프엑스(F(x)), 샤이니(SHINee) 등도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Keyeast)는 2006년 46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2010년 220억원(잠정)으로 늘어 4년 만에 매출 규모가 5배로 커졌다. 키이스트는 가수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거 출연진으로 앞세운 이 드라마는 최근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대표 기업들이 선전한 탓일까? 2011년에 들어서자마자 엔터테인먼트 업종 전체에 때이른 훈풍이 불었다. IHQ, 엠넷미디어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인 것에서 이 업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연예기획사는 기본적으로 흥행산업이다. 운과 때가 따라줘야 ‘대박’이 터진다는 점은 아시모프의 거위와 흡사하지만, 황금알처럼 공짜로 얻어내지는 못한다. 사실 연예인을 육성하는 것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도 없다.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한 명의 가수 지망생을 발굴해 몇 년간 준비하고 데뷔시켜 첫 번째 노래를 홍보하는 데 최소한 5억원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돌 가수는 춤, 노래, 연기는 물론 외국어 능력까지 준비된 상태로 연예계에 데뷔하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 지출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늘었다. 무대의상 마련과 백댄서 공연비, 유명 작곡가에게 지불하는 작곡료까지도 계산해야 한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오른쪽)와 배용준 키이스트 대표가 함께 제작한 드라마 ‘드림하이’의 기자간담회 무대에 섰다.

돈 되는 한류, 아시아 진출 줄이어

수지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가수는 한번 스타덤에 오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입원이 된다. CD 판매와 다운로드 시장에서 얻는 음원 수익, 광고와 방송 출연료, 각종 행사와 공연료, 화보와 출판물 등 부가 콘텐트에서 발생하는 이윤까지 그 합계는 어마어마하다. 이벤트 회사의 섭외 담당자는 “지상파 가요 순위에 단골로 1위를 하는 아이돌 그룹은 대학 행사 1회 출연에 1억원씩 부르는데 한창 활동하는 기간에는 이런 공연만 일주일에 서너 개”라고 말했다.

엠넷미디어 정해승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장은 “음원 외 부가 사업까지 돈이 되는 것은 일부 톱가수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음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획사의 자금 규모가 곧 소속 연예인의 역량과 직결되면서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가요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톱가수와 아이돌 그룹은 많이 쓰고 많이 버는 반면 배우들은 적게 쓰고 적게 번다. 음원과 공연 수입은 없지만 활동비도 비교적 적게 든다. 배우 세계에서의 명암은 광고 촬영 수입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장기 전속계약의 경우 단 몇 회 촬영으로 수억원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뮤지컬과 연극 등 공연문화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연예기획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움직임을 보인다. 공연제작사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투자해 연극을 만드는 경우가 잦아졌다. 공연제작사 악어컴퍼니와 배우 매니지먼트사인 나무액터스는 2010년 ‘연극이 좋다’라는 시리즈를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기획사 소속인 문근영, 이윤지 등 브라운관 스타들이 이 시리즈의 연극 작품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종도 나무액터스 대표이사는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고 회사로서는 공연 수익을 거두는 장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제 한류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아이돌 그룹을 기획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기획사가 스타와 전속계약을 할 때도 일본 및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몸값을 결정한다. 키이스트는 일본에서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은 김현중, 드라마 ‘궁’이 수출되며 아시아에 얼굴을 알린 주지훈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이사는 “우리 회사는 일본 비즈니스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과 사업기반을 가지고 있어 차세대 한류 스타를 키워내기에 적합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 시장의 매력은 역시 구매력. 한류 팬 대부분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중년 여성이다. 배용준 한 사람만으로 거대 기획사 규모의 매출을 올린 원인도 여기 있다. 팬 사인회를 비롯해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행사 대부분이 유료라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더 큰 장점은 스타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매우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라고 신 대표는 덧붙인다.

중국 시장은 사정이 또 다르다. 불법 콘텐트가 온라인상에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음원 수익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한국 스타가 방중(訪中)하면 엄청난 인파가 공연장으로 몰려들어 한 회 공연료가 올라간다. 아이돌 그룹은 중국 공연 투어를 통해 많게는 10여 차례씩 무대에 서는데 수익을 합산해 보면 억 단위 숫자가 나온다고.


한국 아이돌 그룹이 해외 시장에서 예상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자 현지 기업에 외주를 줘 간접적인 형태로 사업을 벌이던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키이스트는 일본 비즈니스를 선점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케이블 사업에 뛰어들었다. DATV라는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전문 유료 채널을 만들어 한류 콘텐트를 중점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회사에 소속된 한류 스타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독점 공급해 올해 안에 시청자를 3만여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소녀시대의 성공에 고무된 SM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 시장 전역에 공급되는 콘텐트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원더걸스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JYP엔터테인먼트도 올해는 2PM(투피엠)의 일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양현석 대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의 음반사 에이벡스와 손잡고 투애니원(2NE1)의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본격적인 한류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각 변동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채널이 늘고 더 많은 프로그램 수요가 발생하면 제작에 대한 노하우와 기반을 갖춘 대형 기획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석 IHQ(싸이더스HQ)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100여 명의 유명 연예인은 물론 우수한 작가와 감독들과 계약을 맺어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정훈탁 대표가 2010년 7월에 최대주주로 돌아온 뒤 IHQ는 외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신인 발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제작 역량도 강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HQ는 올해 드라마 ‘선덕여왕’ ‘대장금’을 쓴 김영현 작가와 손잡고 ‘뿌리깊은 나무’라는 사극을 제작한다.

일본과 중화권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넓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러나 연예기획사들이 성장하는 와중에도 그 한계를 계속 지적 받고 있다. 연예인은 그 사람 자체가 ‘주가’며 곧 ‘실적’이다. 톱스타라 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이 밝혀지며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나서 주주들 사이에서 ‘먹튀’로 비난 받은 가수 비처럼 스타가 직접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더 큰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있다. 소속사인 DSP미디어와 갈등을 겪은 카라의 경우 아이돌 가수로서 회복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 받는다. ‘사람’이 자산인 만큼 더 큰 불확실성에 노출된다는 약점이 있다.

가치 창출과 재투자의 선순환 이뤄야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사가 만든 일종의 기획 상품이다. 인디음악 레이블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대중가요 시장에 아이돌만 남았는데, 과연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의 연예인들이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해외 공연을 다니는 동안 오히려 이들의 국내 공연은 줄었다. 이 관계자는 “공연시장은 오히려 언더그라운드로 분류되는 비주류 음악인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그랜드민트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은 매니어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까지 얻어내며 몇 년째 흑자를 기록한 것이 그 예다.

엠넷미디어 정해승 본부장은 “국내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하나의 콘텐트로 여러 가지 상품 가치를 창출해 이를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월트디즈니의 만화가 캐릭터 상품으로, 놀이공원으로 구현되면서 50년이 지나도 사랑 받는 것처럼 영속적인 문화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이지만 그 원동력은 문화적 가치에서 나옴을 염두에 둬야 한다.


▎IHQ는 소속 배우인 한예슬을 앞세워 카페베네의 스타마케팅을 진행했다.
■ 연예기획사와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이 캐시카우?


거리마다 즐비한 커피전문점 중에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연예인 광고로 시선을 잡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베네’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IHQ)가 운영한다고 알려져 일명 ‘싸이더스 카페’라고도 불린다.

사실 카페베네는 IHQ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대주주가 따로 있다. IHQ는 카페베네 측과 브랜드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연예인을 통한 ‘스타 마케팅’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IHQ가 직접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고 잘못 아는 이가 많다.

배용준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한식당 ‘고시레’와 그 브랜드에 대해서도 다소 오해가 있었다. 고시레 이름을 붙인 한식 도시락과 홍삼 음료, 막걸리를 일본에서 선보이긴 했지만 그 사업 자체는 키이스트와 관계가 없었다.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배용준의 개인적인 희망으로 사비를 털어 만든 것이라고. 키이스트 관계자는 “요식업을 통해 큰 매출을 올린다기보다는 일종의 한국 문화 홍보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의 사업 영역이 확대되며 일부 언론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하려 나섰다”고 보도했다. 위의 두 사례를 들며 ‘주로 외식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본래 업종과 무관한 외식업이나 프랜차이즈를 갑자기 시작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연예기획 자체가 불안정성이 높아 기존 사업영역의 연관산업 위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1074호 (20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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