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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or] 백자를 닮은 담백한 수집가 

한국의 컬렉터(7) 수정 박병래…일제강점기에 문화재 지켜  

이광표 동아일보 기자
1971년 겨울 어느 날 점심시간 조금 지나 석조전 2층 국립박물관(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사무실. 조개탄 난로가 한참 달아오르고 커다란 노란색 양은 주전자에서 보리차가 끓고 있었다. 박물관 학예연구원이던 혜곡 최순우 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무실 안에는 정양모 연구원이 앉아 있었다. 최순우 선생은 코트를 벗자마자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굉장한 일이 있어. 수정 선생과 점심시간에 만났는데 그 어른께서 평생 모은 유물을 전부 박물관에 내놓겠다시잖아.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게.”



3년 뒤인 1974년 3월, 수정(水晶) 박병래(朴秉來·1903~1974)는 자신이 40여 년간 모아온 조선백자를 국립박물관에 흔쾌히 기증했다. 밀반출되는 조국의 문화재를 안타까워하며 1929년께부터 평생 수집한 백자 700여 점 가운데 362점을 내놓은 것이다(나머지는 유족이 보관). 최순우의 말대로 이 기증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개인의 컬렉션을 대량으로 기증한다는 것은 당시로선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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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호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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