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12년 한국경제 대전망] 용과 이무기, 기로에 서다 

25개 기관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 3.58%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 속 저력 발휘해야 


2012년 용의 해가 밝았다. 용이 꿈틀대듯 2012년은 국제 사회가 요동칠 듯하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 선거가 있다. 중국은 지도부가 교체된다. 한국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 번에 치른다. 이런 와중에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확산 일로고, 미국이나 일본 경제도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염되면 더욱 위험해진다. 임진년 한국경제의 변수와 산업별 전망을 짚어봤다. 국내외 경제 변화가 ‘나’에 미칠 영향도 내다봤다.


지금부터 넉 달 전 ‘2012 경제전망 보고서’를 낸 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수정 보고서를 내면 아마도 전망치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비단 그만의 생각은 아니다. 경제전망을 내는 국내외 거의 모든 기관이 2011년 10~12월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에 비교적 후한 전망을 내놨던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역시 성탄절에 “2012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28일, 2011년 마지막으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국내외 경제는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8%로 추정하고, 2012년은 3.7%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역시 3.7%를 전망했다. 본지가 25개 국내외 전망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종합해 본 결과 2012년 한국경제 전망치는 2.8(UBS)~4.2%(한국투자증권)로 다양했다. 평균치는 3.58%였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은 대략 4% 안팎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최종 전망치를 낸 날짜가 이를수록 대체로 전망치가 높았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전망 모형에 입력한 새 데이터 수치는 나빠지고,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둔화 불가피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치 못한 금융 쇼크로 발생했다면, 2012년 세계경제는 선진국 재정위기가 화약고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위기가 전염돼 다른 교역국으로 확산하느냐가 핵심 포인트다. 위기의 강도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시각이 있다. 아무도 위험을 예측하지 못했던 2008년과 달리, 2012년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로 미국이 문제였고,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재정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정위기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경제대국이 모두 얽혀 있고 나라 곳간이 대부분 텅텅 비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위기가 더 깊고 오래 갈 수 있다.


2012년 세계경제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침체 장기화, 선진국 고강도 긴축 속에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신흥국은 물가 상승 압박 속에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도 관심사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 59개국에서 벌어지는 선거나 지도부 교체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챙길 대내외 변수가 또 있다. 김정은의 집권으로 어느 때보다 커진 북한 리스크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빈번하면서 외환·자본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크다.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당장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총선과 대선으로 쏟아질 포퓰리즘 정책과 경제 발전 정책을 구분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결과적으로, 2012년 한국경제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 때마다 일등공신이었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숨어있던 취약점이 불거질 수 있다. 역으로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처한다면, 그동안 한국경제에 쏟아진 찬사가 립서비스가 아님을 새삼 확인 받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용이 되느냐, 이무기로 남느냐의 기로에 섰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1120호 (2012.01.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