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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간식 브랜드 달고 날다]
맛·위생 업그레이드, 외식산업으로 자리매김 

떡볶이·호두과자·붕어빵, 웰빙 바람 타고 건강식으로 탈바꿈…해외 입맛도 공략 


길거리 간식이 브랜드를 달고 어엿한 외식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떡볶이 등은 국민간식으로 손꼽히면서도 하찮은 음식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간식이 됐다. 익숙한 음식인데다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의 관심도 크다. 길거리 음식의 환골탈태를 취재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아딸과 호두과자 프랜차이즈 코코호도, 붕어빵 프랜차이즈 해피소뿡이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 1월 28일 저녁 서울 화양리에 위치한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국대떡볶이’ 건대점. 떡볶이와 튀김을 판매하는 분식집이지만 1980년대 학창시절을 연상시키는 학교 책걸상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손님이 매장 안으로 들어설 때면 20대 훈남 직원들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30석 남짓한 홀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다. 여기저기서 주문을 받으라는 손님 손짓에 직원은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밀려있는 주문에 서너 명의 직원은 음식 담기에 한창이다. 출출할 때 마다 이 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영신(23)씨는 “맛은 물론 위생적이고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2월 2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호두과자 전문점 코코호도 매장. 평일 오후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 앞이 북적거린다. 길거리나 휴게소의 호두가게와 달리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으로 눈길을 끈다. 매장 안에는 고소한 호두과자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직장인 김미영(32)씨는 “팥 앙금과 함께 오독오독 씹히는 호두의 맛이 좋아 출출할 때 자주 와서 먹는다”고 말했다.

길거리 간식이 확 달라졌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점포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 건강식으로 변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간식은 바로 떡볶이다. 농림수산식품에 따르면 현재 1조원 규모인 떡볶이 시장은 2013년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2008년 1000여곳 안팎이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011년 6월 현재 2067곳으로 늘어났다.

브랜드는 35개나 된다. 현재 떡볶이 프랜차이즈 선두 브랜드는 ‘아딸’이다. 2002년 이화여대 앞에서 1호점을 낸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2012년 1월 말 현재 90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치킨으로 유명한 제너시스의 ‘BBQ올떡’은 전국에 500호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 쌀떡볶이·밀떡볶이 외에도 궁중떡볶이·화이트떡볶이 등 다양한 퓨전 떡볶이가 나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철의 별미 먹거리인 붕어빵의 변신도 눈에 띈다. 감자, 참치, 피자 등 다양한 토핑이 들어가는 붕어빵 모양 수제토스트인 해피소뿡이, 일본의 다이야키(도미빵)를 판매하는 카페인 쿠로다이 등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사시사철 즐겨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자리잡았다. 박남수 한국창업전략연구소 팀장은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먹는 분식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메뉴와 서비스로 입맛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민 간식은 세계인의 간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거리 음식에서 국내 첫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아딸(떡볶이), 코코호도(호두과자), 해피소뿡이(붕어빵)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딸은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 첫 해외 매장(우다커우점)을 오픈 한 데 이어 2월 중에는 2호점(왕징)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코코호도는 2007년 미국법인을 열고 현재 LA지역과 하와이 등 총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해피소뿡이도 미국 뉴욕에는 올해 안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전태유 세종대학교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품을 다양화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춘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간식으로 인기

길거리 분식은 언제 생겨났을까.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의 간식으로 여겨지는 떡볶이도 알고 보면 족보 있는 음식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떡찜으로 불리며 궁중에서 사랑 받던 음식이었다.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를 보면 조선말 궁중에서는 떡과 함께 나물과 쇠고기 등을 넣고 간장으로 볶아 즐겼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궁중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음식 떡볶이는 고춧가루가 널리 보급된 1950년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비상식량이었던 가래떡을 이용해 빨간 떡볶이로 변신했다. 붕어빵이 거리에 진출한 시기는 1960~1970년대로 추정된다. 당시 붕어빵은 국화빵이라고 불렸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틀에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을 넣어 굽는 방법은 같다. 이 국화빵의 원류가 일본 도미빵이다. 붕어빵이라는 이름은 당시 서울에서는 붕어를 많이 먹어 서민에게 익숙했던 이름이라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길거리에 꿰차면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길거리 분식이 산업화하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2000년 이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찾는 사람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분식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길거리 간식이지만 포장마차 구조상 식품 조리가 비위생적이고 유통기한을 지난 식재료 등이 적발로 길거리 분식은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상점이 늘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분식도 프랜차이즈의 길을 걷게 됐다. 아딸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게 위생점검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재료도 중앙에서 책임지고 공급하기 때문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손님이 만족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부각됐다. 처음엔 포장마차에서 작은 가게로, 작은 가게가 가맹점으로 점점 커 나갔다. 계절,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속형 프랜차이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 문을 닫는 식당 수는 4만7000여 곳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만6615개 식당이 문을 닫았다. 창업음식점 수는 2010년 5만6000여 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2만8000여 개가 오픈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전체 음식점 수는 전국적으로 약 59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외식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로 모든 식당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신규 창업자의 상당수는 50대 이상으로 은퇴자로 기술도 경험도 없지만 창업 비용이 많이 드는 고깃집과 한식집 등의 아이템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투자비용 못지 않게 매장 운영비에서부터 전문 조리사의 인건비 부담이 크다.


국민 간식 프랜차이즈 창업은 26.4㎡ 남짓한 규모에 소자본으로도 운영할 수 있어 초보 창업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창업비용은 3000만∼5000만원(점포 임차비용 제외) 선으로 저렴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월 1500만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호두과자 프랜차이즈도 가게 임대료를 제외하면 가맹비는 500만원 이하, 과자 기계 2500만원, 인테리어 3.3㎡당 200만원, 물류보증금 등 5000~6000만원 선이다. 호두과자는 단기간 교육을 거치면 매장에서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초기 창업 비용 3000~5000만원 선으로 저렴

게다가 판매량을 고려해 당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고 부담도 적다. 매장이 깔끔하고 노동강도가 세지 않아 점주의 60%가 여성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 소장은 “권리금 비싼 역세권 1층 매장이 아니어도 고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면 되기 때문에 점포 얻는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며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은퇴자나 여성 창업자가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유승종 대한가맹거래사협회 회장은 “작은 창업자금 규모와 막대한 매출 예상 등을 내건 과장 광고를 조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직영점을 병행하지 않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부실 우려가 크므로 항상 가맹본부를 통해 상세한 지원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분식 산업이 커질수록 길거리 노점상의 한숨은 깊어간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의 한 포장마차 상인은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많아져 노점에 오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장사만 해도 프랜차이즈를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상인은 “팥, 밀가루 등 오르는 않는 재료가 없고 기름값에 가스비도 올라 장사하기가 어렵다”며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손님 떨어져 나갈까 봐 못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1124호 (20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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