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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75%의 기적 - ‘마의 벽’ 돌파한 집념의 기업들 

품질 개선·마케팅 위해 파격적인 투자…세계 1위였던 코닥의 실패 반면교사로 삼아야  

이윤찬·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시장점유율 75%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세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게 한 기업이라면 시장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상섭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과장은 “가격이나 수량으로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 75%를 넘긴 기업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시장점유율 75%는 특별하다. 국내 마케터들은 이를 ‘마의 벽’이나‘꿈의 숫자’라고 부른다. 한가지 제품으로 시장점유율 75%를 달성하기란 그만큼 쉽지 않다. 마의 벽으로 불리는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선 기업의 힘과 전략을 살펴봤다.

‘코닥 모멘트’라는 말이 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소중한 순간을 말한다. 코닥은 한때 사진의 대명사로 불렸다. 필름업계의 강자도 코닥이었다. 1990년대까지 코닥의 미국 사진·필름시장 점유율은 75%를 넘었다. 그런 코닥이 올해 1월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코닥이 무너진 이유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률이 크게 늘었지만 코닥은 ‘필름’의 사업비중을 줄이지 않았다가 망했다.

국내 전문 마케터들은 시장점유율 75%를 ‘꿈의 숫자’라고 말한다. 최동재 CJ제일제당 햇반팀장(마케팅 부문 부장)은 “대부분의 마케터가 달성하고 싶어하는 시장점유율은 75%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한경희생활과학 영업부문장은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는다는 건 (해당 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DNA를 시장에서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시장점유율 75%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만은 아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독과점 기업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사의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다. 노상섭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만약 시장점유율 75%를 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시장지배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마케터들이 시장점유율 75%를 ‘마의 벽’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점유율 60%나 70%를 넘는 제품은 적지 않다. 활명수·네이버·동원참치·레쓰비·정관장·비타500·빙그레 바나나우유·한경희스팀청소기·햇반 등이다. 노래방업체 금영·김영편입학원의 시장점유율도 70%가 조금 넘는다. 이 중 시장점유율 75%가 넘는 제품은 햇반·한경희스팀청소기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제품은 브랜드가 곧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스팀청소기 하면 한경희가 떠오른다. 햇반은 즉석밥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시장의 지배자’라고 부른다. ‘어지간한 시장의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실제론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시장점유율 75%가 넘는 제품을 갖고 있는 기업도 판단·전략미스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무너질 수 있다. 코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생활용품 판매업체 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은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리려면 수십 년이 걸리지만 방심하면 1년 안에 모든 걸 까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것이다. 출시(1996년) 이후 시장을 지배했던 햇반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강력한 경쟁업체가 등장하자 50%대로 떨어졌다. 태블릿PC 열풍을 불러 일으킨 애플 아이패드의 시장점유율(미 투자회사 캐나코드제누이티 보고서)은 2011년 3분기 75%에서 4분기 53%로 1분기 만에 22%포인트나 떨어졌다. 아이패드에서 이탈한 고객은 아마존·삼성전자 등 후발주자로 몰렸다.

시장점유율 75%를 유지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CJ제일제당은 끊임 없는 품질개선 노력으로 50%대로 떨어진 햇반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75%로 끌어올렸다. 특히 원료가 쌀·물이 전부인 밥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회사가 투입한 노력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의 시장점유율 75%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 & D)에 사활을 걸고 있다. 3년 이상 자사의 스팀청소기를 사용한 고객에겐 약 35%를 할인해주고, 연 2회 보상판매를 하는 등 파격적 마케팅 전략도 펼치고 있다. ‘마의 벽’을 돌파한 기업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1126호 (20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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