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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의 취업 실전 팁 - 스펙용 자격증 따는 건 시간낭비다 

멋부린 문장, 식상한 문구 피하고 스토리 담아 자기소개서 써야…당당한 면접도 필수 


취업 준비생에게 토익(TOEIC)·오픽(OPIc) 같은 공인 영어시험 성적은 그 자체로 부담이다. 몇 점을 받아야 할지, 어느 정도면 충분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영어 성적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기종 한화63시티 인사팀장은 “합격자 평균을 따져보면 토익은 800점 전후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해외영업 등 영어가 필수적인 영역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자격증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한자능력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있지만 사실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점수는 아니다.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그리 큰 손해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호민 SK텔레콤 HR운영팀장은 “정작 기업은 스펙 위주의 전형을 하지 않는데 이 부분에서 지원자와 기업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크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들이 다 하니까 따는 자격증은 시간 낭비일 뿐 큰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에 적합한 자격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라는 의미다.

지원 분야에 맞는 자격증은 필요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는 영어성적과 자격증에 과도하게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대신 눈에 띌 만한 경험을 쌓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KDB대우증권 윤한근 인사파트장은 “평균 정도의 스펙을 보유했더라도 남에게 없는 특별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에게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김현구 SK텔레콤 HR실장은 “실제 면접에서는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고 지원자의 해결능력을 평가할 때가 많은데 이런 능력과 경험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나머지 스펙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이 자격증보다 공모전 수상 경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학점이나 영어성적 등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단번에 내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확인해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지 살핀 뒤 합당하다면 면접 기회를 준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회사명을 잘못 쓴 경우다. 여러 곳에 한꺼번에 지원하다 보니 생기는 실수인데 기업으로서는 입사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심재엽 OCI 인사팀장은 “범용으로 쓸 수 있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두고 회사명만 바꿔 내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이를 못 알아챌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지원하는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진행 상황은 어떤지,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원자에게 더 끌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수록 여러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지원하지 말고 4~5곳의 기업과 특정 직종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김현구 실장은 “기업은 제너럴리스트보다 해당 분야에서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고 싶어 한다”며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해답을 찾은 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도 중요하다. 아직도 기업들이 그 많은 자기소개서를 전부 읽어 보는지 궁금해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한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연봉 5000만원으로 계산해 20년을 근무한다면 한 명에 직접 들어간 비용만 10억원”이라며 “10억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품질보증서도 읽지 않고 대충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중요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심재엽 팀장은 “스토리가 담긴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조언했다. 그가 말하는 스토리란 살아온 인생을 평면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다. 관건은 어떠한 경험을 했으며 그 속에서 무엇을 찾았느냐다.

신기종 팀장은 “자신의 경험에서 길어 올려 팩트 중심으로 깔끔하게 쓰되 지향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써야 한 눈에 들어온다”면서 “그런 경험을 통해 기업이 바라는 어떤 능력을 얻었는지가 드러나야 좋은 자기소개서”라고 말했다. 윤한근 인사파트장 역시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하면 약 5000장 이상의 지원서를 살펴보게 되는데 뻔한 줄거리의 자기소개서로는 합격하기 어렵다”면서 “무엇(what)을 했는지 보다 어떻게(how) 했는지가 차별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문장은 멋을 부리지 말고 키워드 중심으로 간결하게 써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무관한 고사성어나 ‘성실한 학교생활’, ‘온화한 어머니’ 등의 식상한 문구는 피하는 게 좋다. 초등학교 반장, 학생회장과 같은 경력에는 큰 흥미가 없다는 인사담당자도 있었다.

면접 때 자세도 당락을 좌우한다. 모 기업의 경력사원 모집 지원자 중 K씨는 업무 적합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담당자들은 그가 최종 임원면접에서도 무난히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유는 단 한가지,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컨택은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신입사원 역시 다를 바 없다. 편안하게 눈을 마주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가장 필요한 자질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는 ‘자신감’이라고 답변했다. 이호민 팀장은 “여기서의 자신감이란 무모한 행동이 아닌 어투나 행동 등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바른 자세로 앉은 뒤 면접관의 질문과 다른 지원자의 답변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본인이 답변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면접관 중 누군가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눈빛이 흔들리거나 말꼬리를 흐리는 태도는 좋지 않다. 질문에 ‘예’, ‘아니오’ 등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핵심을 놓치고 우왕좌왕하는 것 역시 감점 대상이다.

심재엽 팀장은 “면접이 끝난 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자신감 있게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거나 미처 하지 못한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며 “만약 그 전까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발 질문에 재치 있게 대응해야

면접장에 들어서면 부담감은 배가된다. 이럴 때는 덜 긴장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지원자를 더욱 압박하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당황하는 이 때 침착함을 유지하거나 재치 있는 답변으로 상황을 극복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성친구와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은 한 여성 지원자가 “8년 째 남자친구 없이 혼자 지내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우선 슬픈 느낌이 든다”고 말하자 딱딱한 면접장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모 기업의 최종면접에서 주량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지원자가 소주 반 병 정도라고 답하자 면접관은 “잘하는 편이 아닌데 회식에서 상사가 술을 권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재차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지원자의 답변은 이랬다. “입사하면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이제까지 덜 먹고 있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질문 전까지 중간 정도의 점수를 받았던 지원자는 센스 넘치는 답변 하나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1129호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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