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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억명 ‘고양이 기생충’에 감염 

고양이과 동물 창자 속에서 톡소포자충 번식…정신분열증과 관련 추정 

조현욱



세계 인구 20억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생충이 있다. 고양이과 동물의 창자 속에서 번식하는 톡소포자충(톡소플라

스마 곤디)이란 단세포 원생동물이다. 이 기생충은 건강한 사람에겐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

살 위험이나 정신분열병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근래 늘고 있다.

감염되면 자살 위험 7배 높아져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과 메릴랜드 대학, 스웨덴 룬트 대학 등의 공동연구팀이 ‘임상 정신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8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번 연구는 자살위험 평가 척도를 이용해 감염과 자살위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최초의 사례다. 연구대상은 자살을 시도해 스웨덴 룬트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54명과 룬트시의 주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30명의 대조군이었다. 이들은 모두 성인이었으며 톡소포자충감염 여부를 검사 받았다.

연구결과 이 기생충 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미시간 주립대학의 리나브룬딘 박사는 “톡소포자충은 인체에서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사실은 뇌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염증에 따른 대사산물이 축적돼 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의 염증은 병원균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이것이 신경전달물질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이나 경우에 따라 자살 생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 시도위험이 7배라는 것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거의 5배 높은 수치다. 7월 초 메릴랜드대학 의대 연구팀이 ‘일반 정신의학회보((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감염 여성의 자살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의 1.5배였다. 이는 덴마크 여성 4만5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1992~95년 태어난 아기의 혈액 표본을 검사했다.

신생아는 3개월 동안 항체를 만들지 못하므로 이 기간 중 혈액에서 발견되는 항체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그 결과 이 원충에 감염된(항체를 지닌)여성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5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그뿐 아니라 자살 방법도 총기, 흉기, 투신등의 폭력적인 것을 택할 가능성이 1.8배에 이르렀다. 또한 감염 여성은 과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던 여성보다도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테오도를 포스톨라체 박사는 “톡소포자충이 자살의 원인이라는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커다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면서 “이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자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이 기생충은 정신분열병과도 관련이 있다. 2006년 미국 스탠리 의학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톡소포자충에 대한 항체 수준이 높은 임신부가 낳은 아이는 정신분열증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양 중인 인체 세포에 감염시킨 뒤 할로페리돌 같은 정신분열증 약을 투여하면 이 원충의 성장이 중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리즈대학연구팀은 이것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저널에 발표했다. 여기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원인은 감염된 뇌세포에서 도파민의 생산과 분비가 여러 배 증가한 탓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및 쾌락중추를 제어하며 공포 같은 감정 반응을 조

절한다.

문제는 세계 인구의 30% 이상, 미국인의 10~20%, 한국인의 25% 가량이 여기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5월 SBS방송은 1980~90년대 2~8%에 머물던 톡소포자충 감염률이 2010년 16~17%, 지난해 25%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보균자라는 말이다. 대한기생충학회회장은 해당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현상이 길고양이, 애완 고양이의 증가, 육류 소비의 증가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4명 중 1명꼴로 감염

고양이과 동물의 내장에서 번식하는 이 기생충은 알 형태로 배설물에 섞여 배출된 뒤 거의 모든 포유동물과 조류를 중간숙주로 삼는다. 사람에게 감염되면 가벼운 독감 비슷한 증세를 일으키거나 아무 증세 없이 주로 뇌에 침입해 자리 잡는다. 신체 면역계의 공격을 받아 주머니를 형성한 채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이 문제되는 것은 암 치료 중인 환자,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 등 면역계가 약해진 사람들이다 특히 임신 상태에서 새로 감염되면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주된 감염경로는 기생충 알에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덜 익힌 고기를 먹는것이다. 고양이의 대변에서 감염되는 수도 있어 고‘ 양이 기생충’으로도 불린다.

1153호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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