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글로벌 제약사의 반격 - 자존심 접고 복제약 판매도 열심 

 

김명룡 머니투데이 기자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특허 끝나면 경영 압박 … 국내 복제약과 손잡기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2011년부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끝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특허 절벽(Patent Cliff)’에 직면했다. 동양증권과 의약산업정보업체 IMS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1년 5960억 달러에서 2016년 6300억 달러로 연평균 1.1%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제네릭(복제약) 시장 규모는 2420억 달러에서 4150억 달러로 연 평균 11.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특허 절벽은 2000년대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올해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경영 악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허 절벽이 심화되면서 원료 의약품이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며 “각국이 재정절벽에 처하면서 저렴한 복제약 장려 정책을 쓰고 있어 오리지널 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경영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는 특허 절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집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인력 감축, 연구·개발(R&D)센터 통폐합, 본사 이전과 공장 매각 등 다양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GSK(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릴리 등 주요 제약사들은 일부 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인력 줄이고 공장도 팔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도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압박이 커졌다. 조기 퇴직 프로그램(ERP)을 진행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얀센·바이엘·아스트라제네카·사노피 등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5% 줄었고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의 1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전세계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와 벌이는 공동 프로모션을 늘리는 대신 영업인력을 줄이는 기업도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대신 판매하는 사례가 늘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국내 업체가 대신 팔아온 관행이 역전된 것이다.

미국계 제약사 애보트는 지난해부터 JW중외제약이 생산한 천식치료제 ‘싱귤맥스’ 등을 판다. 이 제품은 한국MSD가 판매 중인 ‘싱귤레어’의 복제약이다. JW중외제약이 허가를 받고 판권을 애보트에 넘겼다. 애보트가 국내 업체의 복제약을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자는 국내 중소 제약사인 서울제약으로부터 필름형 발기 부전 치료제를 공급받아 팔고 있다. 이 제품은 비아그라의 복제약이다. 화이자는 이 제품에 자사의 로고를 찍어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비아그라 복제약을 사다가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가 파는 이상한 형태의 판매 제휴가 이뤄진 것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자체 개발 중인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복합신약 ‘이베스틴’에 대한 국내 시장 판권 계약을 했다. MSD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 복합제를 가져다 팔고 있다. 사노피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를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얀센은 SK케미칼의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 엠빅스를 공동 판매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 이후 대안이 될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1202호 (2013.09.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