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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을 주목하라 - 톡톡 튀는 이름에 가격 경쟁력 겸비 

 

이창균 이코노미스트 기자
발기부전·만성백혈병 치료용 복제약 봇물 … 세계 1위 업체도 한국 진출

▎대웅제약은 2009년부터 인도 현지에 연구소를 마련해 복제약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인도는 세계 복제약의 25%를 공급한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는 여전히 ‘비아그라’일까? 지명도로 보면 비아그라, 매출로는 시알리스가 앞선다. 지난해 국내에서 13년만에 이 부문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올 들어 새로운 대명사 자리를 노리는 약이 나와 업계를 긴장시켰다.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복제약인 ‘팔팔’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팔팔은 올 3월 비아그라 매출을 처음 추월했다. 상반기에 52억5813만원으로 전체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 2위에 올랐다.

1위 시알리스(92억4338만원)의 아성엔 못 미쳤지만 비아그라(52억5552만원)를 3위로 밀어냈다. 판매량은 241만정으로 시알리스(136만정)를 제치고 1위다. 한미약품 홍보팀 한승우 대리는 “처음 선보일 때 색다른 이름으로 남성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며 “이후 차별화한 패키지와 비아그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팔팔은 ‘팔팔(기운차게 날거나 뛰는 모양)’이란 부사를 제품명으로 썼다.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느낌을 이름으로 쉽고 친근하게 강조했다.

이처럼 제약업계에서 제품명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중·장년층과 노년층 소비자가 많아서다. 어려운 이름보다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소비자들이 엇비슷한 효능의 약 사이에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동아제약 ‘자이데나’, 대웅제약 ‘누리그라’, CJ제일제당 ‘헤라그라’처럼 최근 잘 팔리는 발기부전 치료용 복제약은 모두 친근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썼다.

복제약 제품명의 위력은 최근 원개발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데서도 드러난다.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8월에 일부 국내사에 복제약 이름을 바꾸라는 경고장을 발송했다. 제약사들이 노바티스가 2007년 발매한 고혈압 치료제 ‘엑스포지’의 복제약 발매를 준비하면서 일부 제품 이름을 비슷하게 썼다는 이유다.

경고장을 받은 제약사들은 “복제약의 경우 처방 의사들이 어떤 제품인지 잘 알게 하기 위해 원개발 의약품과 비슷한 이름을 많이 쓴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개발사들이 복제약 이름을 민감하게 여길 만큼 복제약의 파급력이 커졌다. 가격 경쟁력은 복제약의 최대 무기다. 보통 원개발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10~1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복제약은 원개발 의약품과 성능이 같다는 걸 입증할 수만 있다면 훨씬 적은 개발 비용이 든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제약사 또한 이 점을 적극 파고들어 가격 경쟁력을 극단적으로 갖추려는 전략을 취한다. 이른바 초저가 마케팅이다. 부광약품이 6월에 출시한 발기부전 치료용 복제약 ‘부광실데나필’은 50mg이 1000원대, 100mg이 2000원대로 각각 이 부문 최저가다.

비아그라의 8분의 1, 종전 최저가 복제약의 2분의 1 가격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100% 약가를 부담하는 환자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한 초저가 정책”이라며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의 가격 경쟁력을 없애 이로 인해 만연한 부작용을 줄이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가짜 비아그라는 원조 비아그라의 10분의 1 가격에 음성적으로 거래될 만큼 값이 싸다. 부광약품은 초저가 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오·남용이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 병행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제품의 등장은 국내 복제약 시장이 그만큼 레드 오션이 됐음을 뜻한다”며 “시장 경쟁이 심해지자 최대 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가져가려는 전략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저가 마케팅 열풍

만성백혈병 치료용 복제약 시장도 꿈틀댄다. 이 부문 대명사로 꼽히는 ‘글리벡’의 물질 특허가 6월 3일 만료돼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출시가 줄을 이었다. 글리벡은 특허 만료 이전까지 100mg 한정이 2만1281원이었지만 이후 종전 가격의 70%인 1만4897원으로 인하됐다.

그래도 4000~5000원대인 복제약의 가격 경쟁력엔 미치지 못한다. CJ제일제당 ‘케어백’은 100mg 가격이 4916원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100mg뿐 아니라 고용량(200mg·400mg)까지로 종류를 늘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글리벡은 100mg 제품만 출시됐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복제약엔 뭐가 있을까? 제약업계는 세계 1위 복제약 회사인 이스라엘의 테바와 한독약품이 합작한 한독테바에 주목한다. 테바는 60여개국에서 1300여개의 복제약을 공급할 만큼 규모가 크다. 지난해 183억 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당수 복제약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인지도가 높다.

9월 출범을 앞둔 한독테바는 5월에 식약처로부터 ‘한독테바레비티라세탐’을 승인 받아 국내 진출 준비에 한창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 특허 만료된 항간전제(간질 치료제)인 ‘케프라’의 복제약이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은 “고품질 복제약을 적정 가격에 공급해 국내 제약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보증하는 기본 조건이 된다. 의약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없애고 오염을 최소화해 고품질의 의약품을 제조하도록 이끄는 게 목표다. 미국이 1963년에 제정해 1964년 처음 실시했다. 이후 196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도입을 권고했다. 한국은 1977년 도입했다.




1202호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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